기타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by 신항섭 posted Dec 04,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최근 알텍게시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보면서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50대 초반이고 예술분야의 글쓰기가 직업입니다. 고전음악을 듣기 시작한지는 35년쯤 됐구요. 개인 소유의 오디오를 갖게 된 지는 25년 쯤 됩니다.

저는 진공관 및 티알앰프와 빈티지에 가까운 현대적인 스피커에다 시디 및 엘피가 공존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제품 가격으로 치면 1천만원 조금 웃도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조촐한 진공관 리시버에다 누드 상태의 풀레인지를 서브 시스템으로 하여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집에서 글을 쓰므로 하루 종일 음악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루에 한 두번은 오디오 사이트에 들어가 이런저런 지식과 경험을 얻어들으며 귀와 마음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소리전자 게시판 란은 저에게는 아주 유익한 곳입니다. 물론 경제 사정 때문에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니, 그저 다른 분들의 경험담과 전문적인 지식을 얻어듣는 것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일단 제가 추구해온 오디오 음악의 끝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떤 시스템으로도 결과적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현재의 시스템과 그보다 대여섯 배 가령의 최신 고가 시스템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지요. 물론 그 미미한 차이란 바꾸어 생각하면 물리적이고 기술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될 수도 있겠지요.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오디오 음악에는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요즈음에 와서 현대적인 시스템보다 진공관 리시버와 풀레인지가 들려주는 에프엠 음악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주 적은 비용의 시스템만으로도 음악의 마음을 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보다 더 비싼 오디오에 대한 환상만을 키워 왔던 것 같습니다. 저도 저렴한 가격의 진공관 앰프를 여러 종류 경험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진공관마다 그리고 기계마다 조금씩 소리가 달라서 어디에 기준을 맞추어야 할 지 어지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진공관 리시버에다 누드 풀레인지로 듣게 되면서 이제야 오디오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음악이 무엇인지 조금은 구분이 되는 정도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서두가 길어졌습니다만,
여기 게시판 란은 저와 같이 빈티지 오디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메니어에게도 아주유익한 토론의 장이었습니다. 소위 오디오 고수들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오디오에 대한 열정을 곁눈질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야 빈티지를 전문적으로 탐닉할 형편도 수준도 되지 못해 직접 대화와 토론에 참여할 수 없으나, 단지 옆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오디오와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한편, 빈티지 오디오에 대한 새로운 꿈을 키워가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빈티지 오디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제 자신의 오디오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것이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끝날지라도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얻어듣는 것 자체도 오디오 생활의 일부인 것입니다.무엇보다도 오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만의 대화의 장이라는 점에서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었지요.

그런데 최근의 논쟁은 저와 같은 열외자에게도 몹시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 게시판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 것입니다. 이곳 게시판이 진정 오디오와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의 장소로 제공되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이곳은 오디오생활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남모를 고충과 실패, 또한 개인적인 환희 따위를 나누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으로써 오디오생활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 갈 수 있겠지요. 오디오가 아무리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라고 할지라도 자기만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입니다. 그 시행착오가 단순히 판단잘못으로만 끝나고 또한 간단히 고쳐질 수 있는 것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요. 하지만 오디오의 시행착오는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로 이어지게 돼 있지요. 그래서 즐거워야 할 오디오생활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 되고 맙니다.

이 곳 게시판은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곳이면서도 정보를 나누는 곳입니다. 개인적인 실패담이나 성공담은 새롭게 시작하는 초보자들은 물론 경험 많은 고수들에게도 유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산지식일테니까요. 오디오에 관한 체험은 어차피 개인적인 것일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형태의 실패 및 성공담은 오디오 메니어들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간접체험이지요. 따라서 오디오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분들의 글은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하여 바라옵건대,
누구든지 자신의 견해는 자유롭게 개진하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여 가능한 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히 그리고 논리적으로 전개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설령 타인의 글이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야말로 이곳 게시판을 찾는 오디오 메니어들의 눈을 열어주는 유익한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보는 까닭입니다.

모쪼록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