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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수

by 최명수 posted Oct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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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

미수란 범죄의 실행에 나아가기 전에
후회, 가책, 실행상의 어려움,,등으로 인하여
애초 결심했던 범죄의 실행을 중지함을 이르는 형법상의 용어다.

.....................


아무리 소리가 좋다고해도 알텍은 좀 그로테스크하다.
우퍼의 인클로져는 그럭저럭 봐 줄만하다 하더라도,
511B의 무시무시한(아구리를 벌린) 모습은
오디오에 익숙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이질감을 느낄 것이다.

그 큰 덩치와 공장 작업실을 연상시켜버리는 색조와 구조는
아무래도, 우아하고 고전틱한 음악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급기야 .. 외관을 중시하는 나의 인내에 한계가 왔다.
"소리가 좀 못하더라도..이뿐놈을 놓자"

결심이 그리하였기에, 피아노실에 모셔 놓았던 보작(4000무리쉬)을
깨끗이 닦아 알텍 자리를 대신하니..
과연!! 눈과 귀가 공히 즐거울 듯 하였다.
( 역시, 오디오는 오디오일 뿐아니라 오비(view)오 이기도 하다.)

단자를 교체하고 결선을하고..두어시간 육중한 두 스피커와
씨름을하고난 후에 드디어 보작을 울렸더니~

아아~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이냐!
십 수년 동안이나 그 풍성하고 화려한 음으로
나의 사랑과 자랑이 되어왔던 보작의 목소리가
저리 답답하고, 희미하고, 풀어지고, 저 뒤로 기어 들어가는 소리였단 말인가!!

...............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
보작은 의구한데 예전의 내귀는 간데가 없어져 버렸다.
내가..내 귀가 저 알텍으로 인하여 변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저기 저, 원당골 초입의 웨스턴 도사 P사장의 말이
한 치 어긋남도 없는 "진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P사장 왈..

" 웨스턴이 대양이라면 알텍은 대하다. 나머지는? 개천에 불과하다.
스테이지감(임장감)에서 특히 그러하다"

이제 그의 말에 전적으로 찬성하게 된다.
웨스턴 소리는 안들어 봐 모르겠고..알텍이 큰 강이라면
여타의 것들은 작은 또랑(실개천) 같음을 비로소 확인하게 되었음이라.

...........................


확인의 결과, 당초 나의 의도는 중지되었다.
소리공장같은 커다란 덩치의 알텍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오됴의 역할을 맡았고,
조강지처인 보작은 한 곳으로 물러 났지만 여전히 우아한 자태로
비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사진 좌측면 참조)

그런데..나의 알텍퇴출 모의가 알텍당들에 대한 배신행위(범죄)라면,
현재의 이 상태가 타의(알텍의 출중함)에 의한 "장애미수"인지,
나의 자의에 의한 "중지미수"인지 .. 도저히 그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혹시, 법조에 몸을 담고 있는 알텍당원들이 계시다면,
나의 이 번 행위가 장애미수로서 실형을 선고 받아야 할 지
중지미수로서 훈방되어야할 지를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그나저나..나의 허리는 이미 실형을 선고받아, 저리고 쑤시고 있다.
알텍을 배신하려 했던 죄.
죽어 마땅..한 것이 아니고 "허리 아파 마땅"함 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