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관 방식 프리앰프의 핵심은 역시 아웃트랜스가 될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아웃트랜스만 바뀌어도 영 다른 앰프가 되어 버린다.
인간에게도 애와 어른이 있듯 아웃트랜스에도 애와 어른은 엄연히 존재한다.

위 앰프에 적용한 아웃트랜스는 아직 정체를 모른다.
껍데기에 사포질을 하고 페인트를 뿌리기 전에 확인한 바로는, Nytronics라는 회사명만 존재했을 뿐
납품처는 명기되지 않았다. 정육면체 모양이나 단자로 봐서 FREED에서 감아만든 것이 아닐까 짐작할 뿐
확인할 길은 없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표시된 스펙도 혼란스러웠다. 다만 11개의 단자간 1,2차 권선은 알 수 있었고, 전류를 흘릴 수 있는 타입인
것만은 분명했다. 크기로 봐선 믿을 수 없었지만, 두 배 크기의 트랜스들 보다도 더 무거운 그 무게로 허용
전류량이 200mA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봐주기로 했다. 하지만 프리앰프에 무슨 200mA나 필요할까. 파워에도
그 정도 전류량이면 대출력이다.
어쨌거나 일단 무거운 것에 좀 더 신뢰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부실하거나 대충 만든 놈이 무거울 리가
없을 테니까.

같은 조건에서 여타의 트랜스들과 비교테스트를 해본 결과, 다소 압도적인 어른이었다.
비교대상에 오른 트랜스들 중엔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는 놈도 있었으므로 그 트랜스들은 일일히 명기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름도 갖지 못하고 만든 곳도 알 수 없는 괴상한 트랜스가 무시무시한 가능성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그런 게 내 취향엔 딱 맞다. 저항이나 콘덴서 등의 일반적인 부품이 아닌, 함부로 교체하기 힘든 트랜스 같은
것일 경우엔 그 취향이란 게 맞아야 케이스에 장착하는 노가다가 가능해진다.  

케이스는 자작하고 싶어 미치겠는 인간이 아니면 고철덩어리 분리수거함에 내버릴 물건이다.
그런 케이스에 오히려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
다만 전면이 너무 험악하였으므로 사진처럼 깨끗한 두랄루민판을 마스크로 쓴 건 남 눈치도 봐야하는 사회성의
증거랄까...
  
기본적인 소리의 쫄깃함과 탄력감을 위해 초단 6SJ7엔 가능한 한 최소한의 전류를 흘렸다.
프리앰프다. 초단부터 전류를 많이 흘려 저역과 펀치감을 확보하려고 애쓸 필요없다. 둔하고 멍청해질 뿐이다.
(사실은 파워앰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리의 맥은 6L6GA가 잡게 한다. 출력관 방식 프리앰프의 경우엔 20mA 언저리가 상한선 같다. 트랜스와 출력관
종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프리앰프로써 그 이상은 역시 과한 듯 싶다.

결은 아웃트랜스가 잡는다. 결을 잡는 능력이 전후좌우고저 사방팔방까지 이를수록 좋다. 정체 모를 놈은 그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그 능력이 좌우 정도에만 미칠 경우를 '평면적'이라고 한다)

소리를 듣는다.
악기에도 명기가 있고 연주가들에게도 명연주가가 있듯 소리에도 위 아래가 있다. 음악을 음악처럼 만드는 것이 소리다. 소리와 음악은 따로 놀지 않고 분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리가 음악이 되고 음악이 소리가 되니 그것은 닭과 계란과 같다. 어느 게 닭이고 어느 게 계란인지 알 수 없고 누가 먼저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둘은 따로 떨어질 수는 없다.
어떤 닭과 어떤 계란을 만들고 키우면서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갖느냐일 뿐이지, 닭을 키우지 말고 계란을 낳으세요나, 계란은 신경쓰지 말고 닭이나 치세요, 하는 건 우스운 것이다. 닭이 계란 낳고 계란이 닭 된다.

-부족한 듯한 소리도 내 곁에서 내 귀를 울려주는 한 소중한 것입니다.
-남의 돈 백만원 보다 내 돈 백원이 더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 태도면 무슨 부족함이 있을까.

번식력 좋은 씨암탉과 유정란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믿으니 자랑스러움 뿐이다.

  
초단 6SJ7 GT 삼결
출력관 6L6GA 삼결
아웃트랜스 정체미상
정류관 84
전원트랜스 1차 100-120-220-240(스위치선택) 2차 110V 400mA(배전압으로 전압 뻥튀기, 허용 전류값은
그만큼 감소) 6.3V 5A (6L6GA 히터연결), 6.3V 2A (6SJ7 히터연결), 6.3V 2A (84 히터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