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술에 취한 어부

by 김선호 posted Nov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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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술에 취한 어부/김선호

 

 

창틀로 기어드는 시린 바람

낙엽 다 떨어져 새 숨을 곳 없다

소리 내어 흐르는 차가운 강

안개와 적막 흔들며 튀어 오르는 잉어

갈기슭 여명에 배 띄운다

 

개 짖는 소리 성긴 울타리 건너온다

문득 문득 장끼 우는 소리

새벽달 흩어지고

바람에 춤추는 그림자

어둑한 언덕에 구름 머문다

 

어부는 해장술 취해 배 위에 잠들고

아이는 배꼬리 걸터앉아 주낙 놓는다

반짝이는 미늘에

이승의 잔치 끝내고

저승 노자돈을 끼운다

 

흰 강아지 뒷발질에 튀는 모래알

마루 밑 벌레가 슬프다

하늘엔 흩어지다 다시 모이는 기러기 떼

가대기에 허리 불편한 아버지

흰머리 다시 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