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夫婦(노부부) 사랑의 \핸드폰\

by 이종철 posted Apr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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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老夫婦(노부부) 사랑의 \"핸드폰\"  



    내게는 핸드폰 두 대가 있다.
    한 대는 내 것이고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 건 2년 전
    두 분의 결혼 기념일에 커플 핸드폰을 사드렸다.

    문자 기능을 알려 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 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일을 보시러 나간 후
    \'띵동\'하고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어머님 것이었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 증상이 오신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가려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보고 싶네\"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 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거라\"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끊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그날 이후 아버님은
    다시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은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좋은글 중에서 -

                      
    이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눈부신 벚꽃 흩날리는 노곤한 봄날

    저녁이 어스름 몰려 올 때쯤
    퇴근길에 안개꽃 한 무더기와 수줍게 핀
    장미 한 송이를 준비하겠습니다.

    날 기다려 주는 우리들의 집이
    웃음이 묻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소녀처럼 수줍게
    입 가리고 웃는 당신의 호호 웃음으로

    때로는 능청스레
    바보처럼 웃는 나의 허허 웃음으로

    때로는 세상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 사랑의 결실이 웃는 까르륵 웃음으로

    피곤함에 지쳐서
    당신이 걷지 못한 빨래가
    그대 향한 그리움처럼 펄럭대는 오후

    곤히 잠든 당신의 방문을 살며시 닫고
    당신의 속옷과 양말을 정돈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때로 구멍난 당신의 양말을 보며
    내 가슴 뻥 뚫린 듯한

    당신의 사랑에
    부끄런 눈물도 한 방울 흘리겠습니다.

    능력과 재력으로
    당신에게 군림하는 남자가 아니라

    당신의 가장 든든한 쉼터
    한 그루 나무가 되겠습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가을이면 과일을,
    겨울이면 당신 몸 녹여 줄 장작이 되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봄 나는 당신에게
    기꺼이 나의 그루터기를 내어 주겠습니다.

    날이 하얗게
    새도록 당신을 내 품에 묻고,

    하나 둘 돋아난 시린
    당신의 흰 머리카락을 쓰다 듬으며

    당신의 머리를 내 팔에 누이고
    꼬옥 안아 주겠습니다.

    휴가를 내서라도
    당신의 부모님을 모셔다가

    당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걸 보렵니다.

    그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이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눈이 오는 한겨울에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당신의 퇴근 무렵에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사들고
    당신이 내리는 지하철역에 서 있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와 육체와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향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로,
    때로는 만개한 소국의 향기로,
    때로는 진한 향수의 향기로

    당신이 늦게까지 불 켜 놓고
    당신의 방에서 책을 볼 때 나는 살며시
    사랑을 담아 레몬 넣은 홍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서
    있어도 없는 듯 없으면

    서운한 맘 편히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늘 사랑해서
    미칠 것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아주 필요한 사람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공기 같은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행여 내가
    세상에 당신을 남겨 두고
    멀리 떠나는 일이 있어도 가슴 한 구석에

    많이 자리잡을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지혜와 슬기로
    당신의 앞길에 아주 밝은
    한줄기의 등대 같은 불빛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호롱불처럼 아님
    반딧불처럼 당신의 가는 길에
    빛을 드리울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흰 서리 내린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당신은 내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소

    당신을 만나 작지만 행복했었소\"
    라는 말을 듣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우리의 시간들 이렇게 곱고 아름답기를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