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달걀 300개

by 이방현 posted Aug 17,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우리 점포를 다녀 가시는 손님들이 하루에 기백여명이 훨씬 넘는듯하다.
  
   어린이서부터 노인들까지 각양각색의 손님들은 나에겐 소중한 분들이고 자산이다.


   오시는 분들마다 푸념을 털어 놓기도하고 어떤 문제에대해 상의도 하시고 어떤분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취미가 같아서 토론에 심취하기도하고 자기의 식견이 최고인양

   열변을 털어 놓기도한다.  


   일상에대한 이야기는 들어줄만한데 나와는 거리가있는 의견을 상대방의 심중에 주입시키려

   는 의도적인 말상대는 정말로 곤혹스러울때가 있기도하다.


   언제부터인가 , 아니 생각해보면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인듯싶다.

   매주 수요일이면 내가 점포를 열고 한시간여쯤되면 90 이 다된 할머니가 찿아오신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출근성적은 개근상을 드려야 마땅할 지경이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지금껏 할머니의 차림새는 깨끗하고 정갈하고 보통이상의 환경에서

   생활하신듯하고 말씀하시는 것도 논리가 정연하시다.


   "할머니 , 연세도 많으신듯한데 무엇때문에 수요일마다 나오세요 ? , 어렵지 않으세요 ? "

   "어렵긴 ? , 난 사명감을 가지고 여러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야 되기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나와야 혀, "

   "그런데 , 무슨 소식을 전하시길래  힘든줄도 모르시고 그러세요 ? "


    할머니가 아무 말없이 가방에서 책자를 꺼내시며 또 비닐봉지에서 달걀 2개를 꺼내

    나한테 주시는 것이 아닌가 ?


   " oo님 말씀 열심히 읽어보고 출출허면 이 달걀도 먹으면서 공부해, 내가 이 달걀

     그냥 주는거 아니여,  ! "


    무신론자인 나는 할머니가 건네주시는  책자보다도 달걀이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아침을 거르고 나오는 날이 많은지라 달걀은 아침대용이 되기도했다.

    소금도 없이  맨달걀을 먹어도 꿀맛이었다.


    할머니는  수요일마다 어김없이 찿아오셨다.

    책과 달걀을 주시지만 언제나 달걀에만 마음이 있을뿐  책자는 뒤로 밀쳐놓고..

    근데 달걀을 받을때마다 항상 뜨끈뜨끈한것이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같았다.

    " 할머니 가까운 곳에 사시나봐요 ? "

   "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어 ? "

   "  달걀이 식지않고 뜨거우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

   "  그려? , 저기 뱀골에 있는 아파트에 살어, 아침으로 우유한잔허구 달걀하나로 때우고

      자네 거  2개 삶아 가지고 오지 . "

   "  왜 ? , 식사를 허시죠,"

   "  밥맛도 없지만 영 먹게를 해줘야지 "


    순간 고부간에 사이가 안좋은 것같은 느낌이 들었고 입가에 항상 콩알만하게 부르터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속으로 삭이려하나 뜻대로 안돼니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인듯했다.


    우리는 고부간에 왜 저런 장벽을 두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됐고

    내 나름대로 처방을 내려봤다. 시어머니는 며누리를 딸처럼 , 며누리는 시어머니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지내면 간단할것같은 생각을 해봤으나 당사자가 안돼봐서 그런지 그것도

    어려운 일인듯싶었다.


    " 그럼 , 할머니는 언제부터 전도를 시작하셨나요 ? "

    " 자의반 타의반 이었지 ,"  그이하는 말씀을 안하셔도 알듯싶었다.


   할머니가 이렇게 나한테 수요일마다 전도책자와 달걀 2개를 주시곤 했지만 달걀만 먹어

   치웠지 책자는 바쁘다는 핑게로 한번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책상위에 올려놓았는데 어디론가 사라지기 일수였고 어디구석에다 놓아두면 없어지곤했다.

   어찌보면 할머니의 정성을 무시하곤했던 행동이 미안해서 언젠가는 읽어보기도했지만

   처음 대하는 일이라 머리에 들어오질않했다.


   꽃이 피고 눈발이 흩날리는 시간이 여전히 흘러갔다

    어느날 할머니는  

  " 일주일동안 좋은 공부 많이 했어 ? "  하시는 것이었다.

  " 예 , 열심히 읽어봤어요 ,"  갑자기 물어보시길래 얼떨결에 거짓말로 대답했다.

  "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으니 xxx 에 대해서 얘기좀해봐 , " 하시는 것이었다.

   전도책자를 읽어봤어야 대답도 하는것인데 그렇질 못했으니 대답이 나올리가...

   가만히 있으니 또 한말씀,
  
   " 전도지를 읽었으면 버리지말고  다른 사람한테 다시 돌려줘 "

   "휴....하고 한숨을 쉬었다. 대답도 듣기전에 다른이한테 전도를해야한다는 고마운 말씀에.

   " 제가 읽어보구 여기 자주오는 xx에게 전도지를 주었거든요 " 또 거짓말을 하고야말았다.


   순간 이거 큰일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거짓말도 꿍짝이 맞아야하니 XX를 만났을때 신신당부를했다.

   "XX야, 너 할머니가 전도지 받았냐고하면 받아서 열심히 읽어봤다고해라 , 알았지? "

  " 알았어 , 그 할머니 언제 오시는데 ? "

  " 수요일이면 어떤일이 있어도 오신다. "

  " 그럼 수요일엔 안 나타나면 되잖어 "

"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


  세상사 예외라는 것이 있지않은가 ?

  할머니 전도구역이 이근방이었지만 그날따라  목요일로 바뀌었던것이다.

우리 점포에 앉아있던 XX는 할머니가 들어오시는걸보더니 슬그머니 도망가려다 할머니한테

  붙잡혔다.

  " 자네가 XX여 ? , 이 사람이 열심히 전도했다는디 열심히 공부는 허구 ? "

  XX 역시 나한테 책자를 받아보지 못했으니 대답할 명목이없었다.

  가많히 앉아있는 XX에게,

  " 책 안 읽어보구 뭐허는 거여 ? , 앞으로 다가올 좋은 세상을 마다허구 ? ,

    자네들 내가 그렇게 정성들여 전도허면 대가를 해야 되는거아녀 ? "


  그와 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심정이었다.

  지난날 오디오 가지고 아내에게 거짓말을 일삼다가 깨지고 터지고 코너에 몰려살아온

  망녕이 되살아 오고 있는것이었다.

  지금 내가 그꼴이 되어 할머니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나 이를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지

  난감했다.

  정직하게 안 읽어봤으니 시간나는대로 읽어보겠다고 했으면 얼마나 마음이 가벼웠을까.


  지난날 아내에게 오디오땜에 거짓말을 일삼다가 얼마나 많은세월을 합리화시키기위해

  허우적대고 살았던가 ?


  " 시작은 좋았으나 결과가 없으니 이 마음을 oo님께 뭐라 말씀을 올려야하나 ? ,

    자네하고 나하고 알게된지가 한 3년은 됐지 ?..., 그럼 달걀 300여개는 먹었지싶은데

    그달걀은 내가 준게아니고 oo님이 주신것인데 이를 어찌하면 좋단말인가 ? "


   할머니의 혼자 중얼거리는 말씀을 듣고보니 오디오 가지고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던거와는

   비교할수없는 무엇이 가슴을 짓누르는거같아  죄송스럽기 그지없었다.


   아내와 오디오 가지고 거짓말을 하면서 머리싸움을 하던때는 뱃짱으로 버텼건만

   이건 그와 다르지 않은가 ?

   다음 수요일은 또 무슨 시험을 치뤄야할지 벌써부터 수요일이 두려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