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경우, 어찌 해야 합니까?

by 김한봉 posted Oct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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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가 가격이 좀 나가는 기기를 처분한다고 하는데....
첨엔 말렸습니다
기기 거래란 게, 말이 하도 많아서....
그래도 주변에서, 그냥 준다고 해도 너도나도 안 가져 가니까
무신 쓰레기 버리듯 밖에 내놓을 수도 없고....하다고...
사실, 제가 그 녀자친구를 알게 된 계기가 다름아닌 오디오 쓰레기였습죠, 네...
돈이 너무 많아 고민하던 녀자를, 돈이 너무 없어 오디오를 못 사는 늠이 만난거죠 ㅋㅋ

졸업 후, 강의도 많지않고 벌이가 시원잖아 장가도 못 가게 될 것 같아....
도저흐 안되겠기에, 일반 기업체에 취직을 한 후 였던 때로 기억이 됩니다
기업체 봉급도 쥐꼬리, 바로 그거더군요
하도, 돈에 굶주려 모든것을 포기해야만 하던 시절이었는데....
같은 입사 동기와 거리를 헤메며 자료조사하고 있는데,
압구정 어느 주택가 골목에, 둘이 쭈그리고 앉아 잠시 작전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데...
사실, 서로 어려운 처지라 그 흔한 커피숍 들어 갈 엄두가 안 났죠
커피 한 잔 값이, 세 끼 라면 값보다 비싸니....
그런데 맞은편 철문안에, 오디오가 몇 개 버려져 있는 겁니다
철문에 듬성듬성 구멍이 난, 허연 광채가 번쩍이는 스텐 철문이었습니다
나는 동료와 대화를 하는 둥 마는 둥....
눈에 불이 켜진 채, 그곳을 노려보고만...
그런데 그 집에는, 철문 안쪽 바로 옆에 검은 색의 사람 키만한 도벨만이 노란 눈을 하고 있더군요
도벨만인지, 똥개인지는 저도 한 눈에 압니다
아~~~~~ 저 늠의 도벨만만 아니믄....
아으.... 산스이네, 에그머니나?  뭐여, 소니도????
한 너덧개의 오디오 부스러기를 바닥에 내 동뎅이쳐 놓고....
아, 이 무신 장난의 운명이란 말이냐....
누군 읍어서 못 듣고, 누군 남아서 버리고....
그 시절, 100여만원 간다는 그 기계가, 저렇게 바닥에....
참고로, 그 시절 2000만원이면 서울 종로 한 복판에서 단층집 한채 살 수 있었고,
미아리나 성북동 근처 변두리는 2층 양옥집 번듯한 거 살 수 있었죠
상당한 금액이었고, 당시 압구정은 그리 번듯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초창기 부자 동네였습죠
동료와 헤어져서 자료를 모은답시고....
그 철문 주변에 짱박혀, 사람 나오기만...
한 30여분 지나도 인기척이 없기에,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집 벨을 눌렀다
인기척이 없다, 또 눌렀다
그래도 인기척이 없길래, 마구 눌렀다
아~~~~ 빈 집인가???  
다만, 도벨만의 노란 눈이 광채가 더하는 것만 느껴졌다
한참만에 벨과의 씨름을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뭐여???"
왠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백두산만한 고깃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세월에 절은, 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나는 바짝 쫄아서 ....
"아뇨, 아무것도 아닌데여, 저기 ....."
"저기? 워디...."
"아뇨, 뭐 하나 물어 봐도 되남요???"
"............"
"여기 ..... 아닙니다, 담에 올께요"
"............"
기가 질려, 돌아서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가려는데....
"이 봐 !!! 담에, 또???"
"예..... 담에 또, 온다...고...요"
"뭣 허러???"
"아뇨.....저, 저.... 저, 안 오죠, 뭐"
"잉..... 오지뫄...."
아~~~~ 나도 어지간히 배짱 좋은디, 이게 뭔 꼴이란 말이지......?
맥없이 돌아서는데,
"누구야???" 하며 가녀린 콧소리 섞인, 녀자 목소리가....
나는 다시, 눈에 광채를 되찾고 생기 발랄한 그 목소리의 주인공쪽으로 홱 !! 눈길을....
고대광실의 대문 너머로, 별로 예쁘지 않은 녀자애가 나오며 고깃 덩어리한테 묻는다  
"아녜요, 아가쒸...."
' 뭐가 아녀, 임마.... 나 모르냐?? 나 !!
짜식이 무식해 가지구....'
나는 용기를 한 번 더 냈다
그 아가쒸를 바라보며, 고깃 덩어리때문에 말은 못하고,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 아가쒸와 고기는,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며, 다시 나를 보고는....
"아, 저거요??? 버리는 건데, 왜 요??"
나는 쪽 팔린 것도 잊고, 서슴 없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버리실 거면, 저 주세요 !!"
가져 가란다,
그러나, 나는 그걸 가질 수 없었다
직장인이 내 개인 시간이 워딨으며, 지금은 근무시간인디.....
그리고, 저 무거운 오됴를 워띃게....나 혼자....
배트맨이나 헐크는, 왜 우리나라엔 없을까.... 잠시 한탄을....
기냥, 소리 쳐 부르면 올랑가????
아~~~~~~ 준다는데, 가지라는데, 가져 가라는데......우짜노.....
나는 도벨만을 의식하며, 조심조심 그 기계들을 대문 밖으로 꺼내었다
우선, 그 집 담앞에 쌓아 놓고, 차 가지고 온다며, 그 자릴 떴다
아~~~~ 차는 무신 개뿔.... 내가 차가 워딨어....
이런, 줘도 못 먹는 인생아.... 내 초라한 인생을 자책하며....
그 당시는 차도 귀했지만, 보통 부자가 아니고서는 자가용을 꿈도 못 꿨다
어떻게 해서, 차를 퇴근 시간에 맞춰 동료와 끌고 그 장소를 갔다
벌써 몇 시간을 보낸 후에 가서인지, 오됴는 워디가고 먼지만.....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세월만 흐른 게 아니고, 내 인생도 세월에 묻혀 같이 변했다
직장을 몇 군데 옮기면서, 내 직업도 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제법 의젓한 티가 나는, 과장의 타이틀을 갖고....
실내 의장설계를 하는 디자이너였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말이 디자이너지, 실제로는 노가다 십장과 조금 다를 뿐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디자이너랍시고 십장같은 작업복은 안 입었다

운명의 사건이 있던, 그날의 쇄끼쥴이 이랬다
광화문에서 고객을 만나, 에스코트해서 삼청각들려 한 분 더 태우고 롯데에 가서
페니실린인지 페니슐라인지에 가서 커피 사 주며, 잠시 쉬었다
한 사람 만나고, 만난 그 사람에게서 상담을 하여, 결과 메모하고
다시, 두 분 모시고 압구정가서 현장 확인하고 실측해 올것....

특이 사항,
만난 사람을 잘 기억하고,
미팅 상황이나 내용을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것
그 양반들이 뭐라해도 절대 토 달지 말것
먼저 말 걸지 말것,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것,  ......말것, ......것, ......것,  지미18, 19, 20,....

하여간 나는 명령 수행을 위해, 고물차를 끌고 광화문엘 갔다
12만 킬로 뛴, 중고 엑셀을 끌고 갔으니, 그들 눈엔 내가 뭐로 보였을까....
나중에 안 사실인데, 권력 실세 주변인의 집안이었다
건물 하나를 개조하는데, 딸 방을 하나 꾸미고 나머지는 분위기 맞추면 된다나....
광화문에서 두 분을 태우고 가는 동안, 내게 불평을 한다
"아니, 기사 양반, 아니, 과장이라고 핸나???"
"옙 ! 말씀하시죠"
"사장보러 돈 좀 주라고 해야 겠어, 차가 이게 모야??? 이 거 가다, 서는 거 아냐??"
"아유 더워!! 창 좀 열어 야지"
" 열 필요 없슴니닷, 이 차, 에어콘 나옵니닷, 우막도 나오는데... 틀까욧??"
"오~~에어콘도 있어??? 아니, 우막도 나와???"
"옛!!!"
50만원 주고 산, 썩은 차 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에어콘도 있고, 오디오도 괜찮은 걸로, 거금 4만원주고 중고 썩은 나까미치를 달았다
자기 아들이 이번에 군대 갔다왔는데, 2000만원 주고 포셰를 샀다나,
그 차 오디오가 맘에 안들어 1000만원주고 뱅 뭐시기를 달았는데....뭐라더라???
또 맘에 안든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자기들끼리 서로 묻는다
뭘, 어떻게 해??? 뜯어서 나 주면 되지.... 별 걸 다 묻네....
차까지 주면 더 좋고....그 차 팔아서, 우리 집 전세로 옮기면 딱이겠네....
자기 딸이 올해 미대를 들어 갔는데, 어찌고 저찌고.... 나, 어디 나왔냐고 묻네...
대답을 망설이다, 마포 H대 미대 나왔는데요.... 강으 좀 하려다, 하도 실력이 읍어서 직장생활을...
그 담서 부터는 아무 얘기도 안 묻더만.....
  
내일, 다음 얘기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