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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환님 놀이터 불청객 방문 감상

by 항아리 posted Oct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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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악기를 놓고,
 똑 같은 연주를 연주자를 바꿔가면서 하면 소리가 다 다르며, 그래서 같은 음악도 마치 서로 다른 것처럼 들린다고 합니다.
 실제 클래식 연주자의 말씀입니다.
 
 실제로 우리집 꼬마가 코흘리개 시절 바이올린을 배울 때,
 같은 악기로 우리집 꼬마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와, 바이올린을 가르치러 온 여선생이 시범으로
연주해보이는 소리는 달라도 아주 달랐던 걸 생각해보면 과연 그렇겠구나 싶어집니다.

 소리란 건 그런 것일 겁니다.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오묘하고 막측한 것 같지만,
 사실은 완벽할 정도로 엄격하고 정확하며 한 치의 어김이나 어긋남이 없는 것입니다.
 
 저 놈은 태어날 때 뭐가 그리 바빴는지 악기를 연주하는 재주를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게 분명하구나,
오직 그 사실만을 떠올리게 해주는 꼬마의 연주실력은 녀석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 전반에 걸쳐집니다.
 끼이잉, 낑낑, 고통에 가득 찬 소리....
 못생겨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바이올린 여선생의 연주는 딱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의
기초를 가르쳐 줄 실력, 그만큼의 소리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합니다.
 나 어때? 나 잘 하지? 하면서 꾸며내는 소리.

 

 소리란 건 잔인할 정도로 엄격하고 정확하게 소리에 관계된 모든 것들의 상태를 그대로 표현해냅니다.
 
 오디오의 경우,
 하나의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를 내는 오디오들과 스피커의 상태, 그리고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소리가 그 모든 것들을 발가벗겨주는 까닭입니다.

 

 이런 소리든 저런 소리든 다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소리든 그 소리가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소리가 일어났을 땐, 이미 그 소리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다른 어떤 무엇으로도 그것을 덮거나 가릴 수 없습니다.
 

 천상의 소리니 궁극의 소리니 하는 그런 정신병적인 수사나 설레발을 동원한들 이미 일어난 소리를 바꿀 수는 없으며,

취향이니 성향이니 개성이니 하는 변명투로 소리를 흐리게 하거나 슬쩍 비켜갈 수도 없습니다.

 오디오의 외관이나 외양, 이름값, 그 주인들의 사회적인 위치 등에도 철저하게 무관합니다.
 오직 그 소리의 길목에 관여하는 부분들의 부품들의 품질과 동작의 정도에 따를 뿐이며.

 그것들을 건드릴 때에만 변화를 줄 수 있을 뿐입니다.  어느 부분, 어느 단위에서 특별히 중요도가 높거나 낮은 곳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부분들을 퍼센티지로 나누어 중요도를 분할하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한 분류입니다.

 소리에 관계되는 모든 부분들은 하나하나가 얼마든지 소리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빛낼 수도 있습니다.

 소리는 무엇 하나 놓치는 것이 없고 숨기는 것이 없습니다. 끔찍할 정도로 자기 신세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자, 이게 네가 한 짓이고, 이게 결국 네 모습이며 현재의 상태야.
 오디오 소리에는 그게 어떤 소리고 어느 정도의 소리든 항상 그런 속삭임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속삭임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야할 길이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디오는... 무시무시할만큼 아름다운 취미입니다.
 
 
 
 * 김귀환 선생님, 감은 원래 산에서 나는 겁니다. 감이 집 뒷뜰에서 나는 거지 무슨 산에 있냐고요?
   바로 하루 전에 산에서 감 따온 사람에게 그런 말씀을 그토록 자신있게 하시다니...도대체 그런 무모함은 어디서 장착하신 겁니까?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소리가 그렇게 시청실 천정을 타고 날아다니게 해놓으시면 안됩니다.
   그 녀석들 잡아서 아래로 끌어내려야 할 겁니다.
   모두들 스피커 소리중심이 높다고 하는데 CD 때문이지 LP는 안 그렇다구요?
   에이...기러지 마삼. 쾅쾅 무지막지하게 볼륨을 높인다고 소리가 속아넘어가 주나요?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아시면서....ㅎㅎㅎ

   (뭐 그럴 줄 알고 파워앰프는 안가져갔다고나 할까....잔머리 팍팍.)

 

* 하지만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131015_000.jpg 131015_001.jpg
 

 

 * 사진은 실크스크린이나 그런 게 아니라 유성매직으로 이름을 갖게 된 불쌍한 6V6 싱글과

  오래도록 거칠게 되는대로 갖고 놀아 만신창이 걸레가 된 출력관방식 프리앰프입니다.

  이번 시청회에 놀러갔던 놈들입니다.

 

  앞으로 저 '용서받지 못한 者'란 녀석은 가볍고 자그마한 관계로 여기저기에서 출몰하며 깡패짓을 하고 다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날씬한 인형, 혹은 연예인같은 외모에 지나치게 쏠려 너도나도 다이어트로 그쪽 방향으로 치닫는 세태처럼

  이래도 부족하고 저래도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직열3극관이란 관이 무슨 마지막 구원처럼 인식되는 오디오 세태에서,

  옆집 순이처럼 건강하고 통통한 저 녀석이 어느 정도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용서받지 못한 者는 양평의 채모모 화백의 소유인데, 좀 더 센 용서받지 못한 者를 원하셔서 제게 되돌아왔습니다.

    저 놈은 이래저래 불쌍한 신세인데, 다만 잔뜩 포장해 가리고서 본모습을 안보여주려 애처롭게 발광하는 소리들 앞에선 

나름대로 자기도 뭐나 되는 척 할 놈입니다. 6V6 싱글은 빔관들의 막내이며, 막내는 어쩔 수 없으며 말릴 수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