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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고향 웨스턴 사운드

by 안승택 posted Nov 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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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언가에 고무되어 마음 속은 차고도 넘치는데, 표현할 길이 없을 때 내가 이공계출신
라는 것이 원망스럽다.
물리학이나 공학을 동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것은
오랜 경험 앞에서는 언제나 무기력한 수단일 뿐이다.

어제 들어 본 웨스턴 사운드는 그 어떤 물리적 과잉에도 소리의 명료성에 치명적인 손상이

되겠다 싶을 정도로 웨스턴에 대한 많은 지식과 경험으로 잘 매만져진 소리였기 때문이다.

 

소리에 고향이 있다면 웨스턴 사운드가 아닐까?

고향의 풍경은 그 어떤 풍경보다도 친숙하고 남다를 텐데, 자연적인 소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말없이 그리고 이유없이 끌리는 인간의 본원적 애착과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어보인다.

 

살다보니 진짜 웨스턴 사운드를 접해 볼 수있는 기적같은 행운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먼저 755A는 쥔장께서 각별한 사랑을 가지고 계시는 스피커인듯 보여졌다.

사람의 잘못을 기기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단호한 확신을 가지고 계셨는데, 로더백로드

타입의 통에 장착해 놓으셨고, 당당한 저역이 감싸는 현악은 물론이었고 가요와 재즈

기타 대편성에도 자신에게 알맞은 규모로 잘 소화해 내고 있었다.

어쩌다 그 고귀한 거인군단의 웨스턴가에서 태어나 자신의 처지에 깊은 한을 품고 있는 

애처러운 난장이에 불과하지만 가문의 명예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노력하는 

소리라는 생각이다.

 

드디어 다음단계, 12A 13A에 555드라이버들 그리고 597로 구성된 메인 시스템~

그 소리의 빛 안에 든 모든 음악들은 음악의 의미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듯 싶었다.

기쁨은 더 기쁘게, 그리고 슬픔은 더 슬프게~

나는 소리에 대한 그 오랜 탐구에도 불구하고 어제처럼 그렇게 완전한 장관을 한 번
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 소리는 음악의 잠자던 부분들까지도 촉수를 내밀고 있었다.

황홀경으로 이끌려 들어갔던 아주 희귀한 순간들이었다.

보이던 구름들이 다 흩어져 사라져 없어져 버리고, 높디 높은 푸른 하늘의 심연을 들여다

볼때 그 한 없는 몽롱함 같은 것 이었다.

나를 재즈로 이끌었던 빌리 할리데이의 I’m a fool to want you와 You don’t know what love is~
가 흘러나왔을 때, 나의 입에서는 장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다리밑 거적대기 아래 살던 내가 갑자기 천국에 놓여진다면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소리는 편견과 몰이해에 대한 좀 더 깊고, 신중하고 진실한 견해를 요구하고 있었고,

이 잘 못된 나의 견해들을 바로 잡지 않았나 싶다.

저급하고, 몰상식한 사고에 갇혀 사는 囚人이었던 나를 해방 시키는 실체가 아니었을까?

굳고 고정된 고체는 녹여서 액체가 되어야만 변화하고 진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제 개인적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장을 개척할 수 있을 듯 싶다.

 

눈에 보이는 옛 스피커의 멋진 자태와 귀에 들리는 모든 음악들이 정신을 혼미하게 할만큼

감격이었고, 인생을 살면서 누려보는 많지 않은 호사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최근 웨스턴 동호회에 언급된 많은 지식과 경험들을 값있게 간직하고, 올바른 웨스턴
사운드의 구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싶다
.
웨스턴 유저들에게는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LP와 CD를 오가시며 방문객에게 가능하면 더 다양한 컨텐츠의 음악을 경험하게 해 주시려던
아름다운 님의 아낌없는 배려에 감사합니다.

근사했던 다과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