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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2

by 조중걸 posted May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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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집 가족은 한결같이 애견가 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집에 강아지가 없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종류도 다양했고 성격도 다양한 녀석들이 었습니다. 진돗개, 도베르만 핀세르, 세퍼드, 리트리버 등등...
강아지를 기를때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사랑스러운 교태, 무한한 충성심,외로움을 잊게 만드는 동지감.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가장 큰 즐거움은 단지 기쁨이라고만 하기에는 좀 서글픈 느낌이 드는 감정에 있습니다. 주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이것이야 말로 강아지를 기를 때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강아지는 모든 것을 주인에게 내맡깁니다. 그 녀석의 행,불행과 생사는 전적으로 주인에게 달린 것이지요. 강아지들은 주인의 사랑을 조급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홀대 받을 수도 있다는것, 심지어는 버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도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피조물에 대하여 가슴아픈 측은지심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아무리 애써도 운명의 순간은 결국 다가옵니다. 그 녀석이 그토록 즐거워했던 외출이 이제 영원을 향한 이별로 이어집니다. 단 한번의 주사와 무겁게 닫히는 눈까풀이 이제 몇 달간의 우리 가족의 슬픔을 예고하는 것이지요. 다른 어떤 강아지도 필요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그 개-노란털과 가슴의 흰색 곱슬 털, 멍하게 뜬 눈의 우리 그 개만이 우리에게 의미있는 것이지요.
골든 리트리버,잉글리시 십독, 보더 콜리 등은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견종입니다. 이 개들은 대체로 공유되는 몇 가지 성격을 지닙니다. 너그러움.소박함, 차분함, 수줍음, 온순함, 맹목성(주인을 향한), 영리함 등등. 행복하기로 작정하고 태어난 개들이지요,. 저는 캐나다에 살때, 보트를 타고 놀러나간 주인님을 선창에서 하루 종일 호수만 바라보며 기다리던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를 기억합니다. 저는 하루종일 거기서 낚시를 했거든요. 도대체 그 주인님은 어떤 사람일까요. 친구들과의 흥겨운 놀이 때문에 자기 개 조차 잊은 걸까요. 이 충실한 개는 음식도 물도 먹지 않은 채로 하염없이 보트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스름해져서 떠들석하게 주인님의 보트가 선창에 돌아올때까지요. 우직하고 사랑이 많은 개지요.
독일인들은 도베르만 핀세르, 로트 바일러, 세퍼드, 포메라니안 등을 좋아 합니다. 그 개들은 한결같이 날카롭고, 매섭고, 정확하고, 직설적이고 정교하고 신경질적입니다. 세퍼드 같은 경우는 온몸이 신경 으로 만들어진 견종이라는 말까지 듣지요.이 독일 견종들의 민첩성과 정확성은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 였습니다. 영국 견종들은 자기 자신으로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주인과 함께 있을 때에만 존재 의의가 있지요,. 반면에 독일 견종들은 주인과 상관없이 독자적이고 독립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 양국의 이러한 차이가 스피커에도 정확히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탄노이는 정교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 물리적 스펙도 거의 엉망이지요. 탄노이의 저음부는 심지어 애매한 통울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독일 스피커에는 도대체 백 로디드 (back- loaded)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면으로 향하는 유닛이 모든 대역의 소리를 내지요. 물론 자이스 이콘 같은 경우에 저음부를 아랫쪽으로 내도록 인클로저를 만들기도 합니다만 그 경우도 위상이 달라진 저음은 아닙니다.
원칙과 질서와 정교함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의 기질이 오디오 기기에도 반영됩니다. 독일 앰프들의 만듦새는 숨이 막힐 적도로 치밀함니다. EMT 턴 테이블보다 회전수가 정확할 수 있을 까요. 지멘스의 앰프들 만큼 완벽한 밸런스가 있을까요.
다행인 것은 우리 자신은 기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정교함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빈듯하고 멍청하고 어리숙한 것이 좋습니다. 거기에는 푸근함과 따스함이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 미지의 우주와 인간이라는 심연이 정교함 만으로 해결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탐험도 하지 않은 땅의 지도를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요.
탄노이 스피커는 정확한 선율의 표현 이상으로 화음의 표현을 중시합니다. 에이징이 잘된 인클로저와 좋은 특성을 지닌 앰프와 동시에 매칭되었을 때에는 마치 인클로저 전체가 춤을 추는 듯하고 온 집안을 음악적 화음으로 가득 채웁니다. 음악적 분위기가 뭉게구름 처럼 피어나지요. 즉 탄노이는 선적이라기 보다는 회화적이고,피렌체적이라기 보다는 베네치아 적이고 지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이고 소묘적이라기 보다는 채색적이라고 해야 겠지요.
독일계열 스피커들은 이러한 탄노이의 특징들과는 정확히 상반됩니다. 벨런스가 정확하고. 멜로디가 날카롭고 선명하게 뻗어나옵니다. 이러한 음악에 대한 사랑은 역시 원칙론적이고 정확한 사람에게만 가능합니다. 우리같은 바보 에게는 해당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취향의 문제 입니다. "취미판단에는 구속력이 없다"라는 것은 칸트의 유명한 금언입니다만 우리 조상들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평안 감사도 제 싫으면 어쩔 수없고,동냥집 첩도 제 좋으면 어쩔수없다."
제가 유럽에서 공부할 때 제 독일 친구와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겪은 제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 마음대로 쓴 글을 닫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남부 유럽사람들은 좀 그렇습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바가지를 뒤집어썼습니다. 주문도 하지 않은 음식이 나왔고. 우리는 서비스로 알고 먹었고,요금이 청구된 것입니다. 약2만리라(1만원)정도. 제 졍교한 독일 친구는 분개했습니다. 그리고는 도베르만 핀세르처럼 해결해 나갔습니다. 먼저 경찰에 연락하고 정식으로 고소한 것이지요. 하루에 1인당 10만원이 드는 여행이었는데 그 만원 때문에 2박3일을 이탈리아의 시골 구석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그 놈의 빌어먹을 독일 정신 때문에. 여러분 원칙과 정확함이 정말 지혜로운 것일까요.저는 되는 대로 타협해서 살겠습니다. 영국적 어리석음에 한국적 융통성을 뒤섞어서요.그 후에 사귄 독일 친구는 없습니다. 기계나 법조문과 친구가 될 생각은 없으니까요.
*혹시 "탄사모"에 가입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