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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오디오의 치명적인 문제점

by 항아리 posted Apr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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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티지vintage는 오래 잘 익을수록 순도가 깊어지는 원래 잘 빚은 포도주 쪽에서 온 말인 것 같은데,
꼭 그쪽 계통 뿐만 아니라 오래되어 오히려 좋은 여러 분야의 어떤 특정한 것들에 갖다붙이기도 하는가 봅니다.

 

 오디오 쪽에도 오래여서 오히려 좋은 놈들에겐 여지없이 그 단어가 붙어다닙니다.

 

 지금 호흡하고 있는 이 시간을 기점으로 해서 오래된 놈들,
 대체로 193~50년대 사이,
 세계적인 대공황을 겪고 나서, 인생 뭐 있냐, 그러니까 사람답게 좀 살아보자던 시기와,
 세계적인 전쟁을 겪고 나서, 살고지는 게 허망하니 그럴수록 잠시라도 사람처럼 살아보자던 시기가
있었던 당시의 시대배경을 업고 태어난 놈들,
 그 시대의 물건들에 당시의 시대적인 소망과 염원이 깃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는 건 어느덧 확신이 된 듯 합니다.

 

 당시의 소망과 염원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그 이후로 자본위주, 구소련의 붕괴 뒤론 자본독주,
대망....빌어먹을 대망의 2000년대가 열리면서 어느덧 자본이 사람을 노예처럼 조종하면서
내키는대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자본독재의 시대가 고착되면서, 때때로 미친 무엇처럼 집착할만한 일이 되었습니다.

 

 뭐나 되는 것처럼 거창하게 벌리는 것 같지만 별 얘기도 아닙니다.

 

 어째 갈수록 사는 게 뭣같아지는 경향이 도처에서 빈번하고 나 또한 그런 경향에서 자유를 잃은지 오래니,
오래된 놈들 붙잡고 노는 순간이라도 오감의 자유, 좀 욕심내자면 영혼의 자유를 누리자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래된 놈들이다 보니 재생산이 불가능함과 동시에 이런저런 까닭으로 그 수량이 나날이 줄어들며,
가장 치명적인 것, 당시의 물건들에 태생적으로 급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싸구려 중국제 진공관을 극저온처리해서 환골탈태한 무엇인양 판매하는 봉이 김선달식 방식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코미디는 무슨 짓을 해도 태생적인 건 바뀌지 않는다는 엄연한 이치를 역설처럼 증명한 역할로 유행이
마감된 듯 합니다. 요즘엔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보면.

 

 그 이치는 자본독주와 자본독재의 시대에 태어난 물건들이 인간성 회복의 시대에 태어난 물건들과 영원히 자리바꿈을
할 수 없는 것과 같고,
 아울러 빈티지에도 이미 급이 정해진 놈들은 무슨 짓을 해도 급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급, 계급은 수직의 세계입니다.
 인간은,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같은 땅, 같은 높이에서 살다가 죽어가야 하는 수평의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그 수평의 세계를 어지럽게 만드는 건 언제나 수직의 개념이 수평을 좌우하려 할 때입니다.

그런데 완전히 수직으로 서 버린 요즘 세상에서 그나마 붙잡을만한 빈티지 오디오라는 것,
그 인간회복의 시대에 태어나 인간의 소리를 품고 있는 물건들에도 우열이 분명한 수직의 급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은 치명적인 모순입니다.

 

 사람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그렇게 수평적으로 이어집니다.
 굳이 급을 따지자면 아버지 어머니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앞에 설 수 없으며, 아들 딸은 아버지
어머니의 앞에 설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구려의 전성기를 19대 20대 광개토왕과 장수왕이 열었고, 백제의 부흥을 13대 근초고왕이 일궜으며, 신라의
영광을 24대 진흥왕이 싹 틔웠듯 인간이 누가 더 빛을 내는가엔 정해진 순서와 급이 없습니다.

 

 그런데 빈티지의 급은 수평적으로 놓아도 뒷줄이 앞줄 보다 빛을 발하는 경우는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거나 놓아버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 요지부동의 급이 정해져 있는 까닭에 거기엔 당연히 수직세계의 원흉인 자본이 달라 붙습니다.
 자본의 본질은 탐식과 탐욕입니다.
 탐식과 탐욕은 눈치가 빠르며 교활하고 영민합니다.
 진작 높은 급을 눈치채고 급이 높은 빈티지를 통해 투자한 자본을 증식하고 또 증식합니다.
 그거야 당연한 자본의 속성이니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 원래 그렇다고 쳐도,
 소망과 염원으로 빈티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또 다른 하나의 벽, 상처가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단면에 지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까닭은
 빈티지에도 이미 태생적으로 정해진 수직의 계급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앞선 계급, 높은 계급은 애초부터 수량이 많지 않았고 지금에선 더욱 희소해졌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알텍의 드라이버와 혼을 비교한 것입니다.
 두 드라이버의 소리차이는 정해져 있으며, 두 혼의 소리차이도 정해져 있습니다.
 한쪽은 다른 쪽 보다 낫습니다. 나은 정도는 결코 무시하거나 모른 척 할 수 없고 잊지 못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게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놈들 뿐이겠습니까. 당시의 생산라인을 통해 나온 이런저런 모든 물건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만들어질 때부터 이미 급이 정해져 있었고 뒤바뀔 수 없는 우열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더 나은 걸 뻔히 알연서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구할 수도 없고 가질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것은 소리와 음악과는 또 다른 공부꺼리일 것입니다.
 망할 빈티지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