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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과 오디오

by 진태영 posted Jul 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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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y : 이 그림이 오디오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면 믿겠는가?

Nelson : 내가 보기엔 동양인들이 믿는다는 오행의 상생상극 관계로 보이는구먼

Guy : 그렇기도 하지만 이것처럼 앰프와 스피커의 관계에 대해 잘 보여주는 것도 없지.

Nelson : 이 그림 어디에 앰프와 스피커가 나와 있다는건가?

Guy : 탄노이 예를 들면 중고역을 담당하는 듀얼콘센트릭 유닛은 컴프레션 드라이버로 만들어졌으니 金에 해당하는 거고, 풍성한 저역을 만들어내는 목재인클로저는 말그래도 木을 뜻하는 거지. 그림을 보면 금생수 한다고 했으니 水라는 것은 드라이버가 만들어내는 중고역을 말하는 것이고, 목생화 라고 했으니 火는 나무통이 만들어내는 저역울림을 뜻하는 거라네. 실제로도 고역이 과다면 물처럼 차가운 느낌이 나고, 저역이 과다하면 열기로 답답해지지 않는가.

Nelson : 그럼 마지막 남은 土는 뭔가?

Guy : 그건 자네가 잘만드는 앰프를 뜻하는 거지. 대부분의 앰프가 금속으로 만들어져서(특히 자네것은 심하던데)...앰프를 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어디까지나 앰프의 핵심부품은 TR이나 진공관이 아니겠나. TR이야 실리콘으로 된 반도체속을 전자가 흐르는 것이고, 진공관은 유리관으로 만들어진 진공속을 전자가 흐르는 것인데...실리콘과 유리의 재료가 모두 무엇인가?

Nelson : 모래지. 土가 앰프를 말한다는게 이해되는군.

Guy : 이 그림의 土에서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를 도는 상생관계는 앰프에서 발생한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방출되는 과정을 표현한 거지. 즉 土(앰프)는 金(드라이버)을 움직이고, 金(드라이버)은 水(중고역)을 발생시키지. 그리고 유닛으로부터 음이 전면으로 방사되면 필연적으로 유닛의 뒷면으로도 진동이 발생하고 이것이 인클로저(木)로 들어와 저음(土)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을 묘사한것이 수생목 목생화 라는 것이네.

Nelson : 그럼 화생토 는 무엇인가? 저음이 앰프를 만드는 건 아닐테고?

Guy : 그건 앰프에서 발생하는 고열이 전자의 움직임을 만들어 증폭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을 표현한거지.  火을 앰프에 공급되는 전기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전자의 움직임을 활발히해서 증폭을 이뤄내는 근본에너지는 열이라고 해야 정확하지. 진공관앰프야 말할것도 없고, TR도 불덩어리 일수록 소리가 좋다는건 자네가 더 잘 알잖나.

Nelson :  허허. 인정하기 싫네만 소리좋은 TR은 진공관보다도 불덩어리가 아니면 안되지. 결국 요즘엔 앰프표면 모두를 방열판으로 두른 앰프를 계획하고 있다네. 오행의 상생관계는 앰프로부터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나오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치고. 그럼 그림내부에 별모양으로 표시된 상극관계는 무엇을 뜻하는건가?

Guy : 그건 오디오에서 필연적으로 음질저하가 일어나는 과정에 관한 것이지. 알다시피 이상적인 스피커는 단일유닛에서 전대역이 나오도록 하는 풀레인지지만...현실적으로 그것을 만족시키는 물질이 없기때문에 고음은 금속재질로, 저음은 목재를 통해 나오게 할수 밖에 없어. 내가 만든 듀얼콘센트릭도 고음은 금속재 컴프레션드라이버로, 중저역은 펄프로 만든 15인치 혼으로 된것이고. 목재인클로저의 통울림을 통해 초저역을 보강하고 있지. 하지만 결국 금속과 나무라는 서로다른 재질이 한몸으로 밀착된 형태의 스피커라는 것은 그로인해 근본적인 불안을 지니게 되지.

Nelson : 예를 들면 화극금 금극목 같은건가? 인클로저가 공진해서 발생한 저음(火)때문에 인클로저에 접착되어 있는 드라이버(金)에도 진동이 전달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 화극금.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음색(金)과 15인치 펄프재질 우퍼(木) 사이에 화해할수 없는 음색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금극목. 이라는 설명이군.

Guy : 그렇지. 하지만 金과 木에 근본적인 이질감이 있다고 해서 금속/목재 둘다 아닌 제3의 재료를 찾아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하지는 않네. 세계최고의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악기(목관 금관 현악 타악)를 모두 분해해본들 결국 금속으로 된 혼과 금속재 스트링, 나무로 된 울림통...결국 나무와 금속 두가지로 귀결될테니 말일세. 그들이 고분자중합체로 된 바이올린을 켜거나 자신들이 소유한 최고의 홀의 벽면을 목재에서 철재로 바꾸지 않는한 금속의 고음/목재의 저음이라는 이질적 접합을 추구한 내 스피커가 틀렸단 생각은 하지않네.

목극토 는 15인치 우퍼와 대형 인클로저를 만족스럽게 울리려면 앰프의 출력이 어느정도 뒷받침되어야 하니까 결국 펄프로 된 대형우퍼와 인클로저(木)가 앰프(土)에게 출력압박을 하고 있는 형세지. 앰프입장에서야 소출력일수록 음질적으로 유리한데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木을 줄여서 소형우퍼와 소형인클로저로 간다면 목생화 를 방해해서 제대로된 초저역(火)이 나지않을테니...결국 5가지 요소 모두가 서로를 견제하여 타협할 수밖에 없네.

토극수 는 최고급 앰프(土)가 아니면 고역의 쾌락(水)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지. 순A급 TR 또는 잘만들어진 진공관이 아니면 피어오르는 고역은 나오지 않으니까.

Nelson : 고역의 쾌락(水)이라고? 물의 성질은 본디 차가우니 고역이 강조되었을때 느끼는 차가움과도 연관이 있고, 아까 설명한 금생수 라는 말대로 드라이버(金)가 만들어내는 고역이라는 것도 이해는 되네만...왜 쾌락인가?

Guy : 水이 쾌락을 뜻한다는 것은 오행에서 기본이지. 인간이 최고의 쾌락을 느낄때 눈물이나 타액을 비롯 온갖 곳에서 물이 나오는 것이 이치아닌가. 그림에 나오는 물과 불(水와 火)는 고역과 저역을 뜻하기도 하지만 오디오로 치면 빈티지오디오와 현대오디오의 상반된 철학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네. 빈티지는 목재의 울림을 통해 火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시했기때문에 듣고 있노라면 그 따스함이 마음을 편히 해주지. 반대로 현대오디오 기기들은 이전 빈티지기기들은 기술상의 한계로 불가능했던 초고역의 세계에 도전하면서 오디오적인 쾌감은 얻었으나 듣고 있다보면 마음한켠에 공허함이 들어오는 것은 막을수 없지.

탄노이건 JBL이건 알텍이건 스피커인클로저의 재질이 목재였던 것이 공통된 기본원칙이었는데 현대로 들어오면서 목재인클로저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공진을 없애겠다고 고분자물질이나 극단적으로는 철재인클로저까지 등장시키고 드라이버에 더 강력한 자석을 쓰고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다는것은  金을 강화해서 최대의 쾌락(水)을 얻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오행간의 균형을 무너뜨릴거라네. 결국 그림에서는 수극화 라고 하지 않았나. 지나치게 쾌락을 추구하면 정감을 잃을수밖에.

Nelson : 자네 참...자네가 한의사 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