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네 구석 논바닥에 물을 대어 얼리면 그곳이 우리의 스케이트장이었다.
800원, 천원쯤 주고 물을 대 놓고, 이틀쯤 뒤 얼음이 잡히면 친구들과 달렸다.
날카로운 날이 얼음을 스치는 소리, 희미하게 울리는 웃음소리, 그리고 겨울의 냄새.
어느새 날이 무뎌지면 300원을 주고 날을 갈았다.
그럼 다시, 세상이 미끄럽게 잘 굴러갔다.
그때의 ‘싱싱하다’는 감각은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 카세트 테입을 열면 들어있는 필터 아주 미끄러운 재질 )
세월이 지나 오디오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꼈다.
Zero 100, Dual 1019… 값은 저렴했지만 그 짧은 톤암이 내는 소리는
정확하고 단단했다. 잡음이 있어도, 덜컹거려도, 나는 그 소리가 좋았다.
팔고 또 사고, 같은 모델을 되찾는 일은 마치 어린 시절 그 얼음판을
해마다 찾아가던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언제나 조금 덜 완벽했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갔다.

( Emt 하고 zero 100 하고 몇몇 dual 등에 적용 조용해지고 차분해지고 )
그러다 EMT를 들였다.
무겁고 견고하고, 마치 실험실 장비처럼 만들어진 그 기기는
확실히 다른 울림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1번, 2번 트랙까지는 좋지만 4번, 5번으로 가면
어딘가 각도가 어긋난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미세한 어긋남이 내 마음속에도 균열처럼 남았다.
나는 늘 남이 손댄 흔적이 없는 기기를 고집했다.
그저 처음의 상태, 처음의 질감.
그래서 오래전 천대하던 Zero 100을 다시 꺼냈다.
이번엔 귀로만이 아니라 손끝으로, 청진기로, 마음으로 만졌다.
진동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진동이 건너오지 않게 다독였다.
그렇게 오랜 세월 만에 나는 알게 되었다.
‘고치지 않고 개조하지 말고도’ 다듬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는 걸.
그 뒤로 EMT, 가라드, 토렌스…
턴테이블마다 고유한 숨결이 있다는 걸 느꼈다.
모두 달랐지만, 결국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진동을 줄이면, 음악이 살아난다는 것.
진동을 줄이고 아이들러의 밀착을 강화하며 적절한 오일과 구리스의 크리닝 만으로
다시 태어나는 효자스러운 빈티지 턴들
경도 60% 일반 피치가변이 가능한 턴들
80% 경도는 가변이 불가능한 emt 종류들
모두 70도 열경화 진공주형으로 만든다
밀착이 좋다는건 토크가 좋고 토크가 좋으면 드럼의 타격이 음악 처럼 들린다
소리란 단지 기계의 일이 아니라, 손끝의 기억과 경험의 결과 라는 걸.
그래서 지금도 나는, 조금 덜컹거려도 그냥 듣는다.
냉정하게 하나도 덜컹거리지 않는다
일주일만 좋은 소리라면 이런 말 안하지 !
조용히 돌아가는 플래터 위에서 바늘이 길을 찾는 그 소리를.
빙판 위를 달리던 그 시절처럼, 지금의 나는
음악 위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미끄러져 나아간다.
나의 오디오는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도전해 보실분은 재료 무상 재공합니다
느껴보세요
https://youtube.com/@2refillsound?si=SleRYhb09awYr9Q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