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장기

소리의 식성과 맛의 식성

by 오택근 posted Dec 12,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소리의 식성과 맛의 식성

이 세상 어느 나라도 그 나라의 고유의 술이 있습니다.

농익은 과일이 떨어져 자연발효로 인하여 저절로 술이 됨으로 인하여 선사시대 원시인
때부터 사람이 모여사는 부족은 그들 나름대로의 술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됨니다.

업무상 지구를 수십 바뀌 돌아보고 지구 땅 끝까지 가 보았으나, 이 지구상에 그 나라 고유의
술이 없는 나라는 딱 한나라 아직도 "식인종이 있는 나라 ?" 라고 배운 "파푸아 뉴기니아"가
그 나라 술이 없습니다.

그래서 파푸아 뉴기니아에는 마을 원주민이든 부쉬멘이 사는 정글에서든 어디를 가든 양주
밖에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양주라고 하면 집에 기르는 소도 잡아먹을 시절인 1980년대 중순경 3년을 필자
는 이 곳 파푸아 뉴기니아에서 살았습니다.  한국사람이라고는 통틀어서 36명이 풍토병과
싸우며 생사를 같이하며 살았습니다.

그른데 집나간 아들 돌아오기를 기다라는 부모마음과 같이 이 오지에서 학수 고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일 년에 서너 번 왕래하는 한국 상선이 입항하는 날입니다.

물론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우리 나라 부식이 들어오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만, 이보다 더
고대 되는 것은 상선이 들어오면 우리 나라 소주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선이 입항하면, 우리 일행은 삼삼오오 그 동안 준비 해 온 양주 (주로 죠니워카나 또는
시바스리갈)을 한 Box 씩 메고 부두로 달려가서 선원들 자급용으로 가지고 온 소주 한 Box 와
양주 한 Box 씩 맞 교환 하여 희희락락 켐프로 돌아와서 밤새도록 술 파티를 하곤 했습니다.

그 때 술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여 필자는 그를 듯한 화려한 모임자리에서 위스키나 꼬냑이나
와인을 다물리치고 웨이터를 살그머니 불러 소주 한잔을 주문하곤 합니다.

모양이야 뭐 .. 한 글라스의 소주나  진토닉이나 보드카는 외형상 차이가 없으니 주변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찬아요 ...

선곡에 따라 모노 라디오가 수억대의 하이엔드 소리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는 수가 많습니다.
일례로 정경화, 정명훈 남매가 연주하는 곡을 모노 라디오로 들어보면 레코드 제작 발란스와
완전 일치하기 때문에 바이올린 선율 위에서 피아노가 나래를 펴고 또 한편 피아노 선율 위에
바이올린이 나래를 펴는 등, 과연 명 연주자의 화음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오디오 메니아들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선율을 기억하는 예 가운데 ...
우연히 동내 길을 가다가 라디오 수리가게 앞 길에 내놓은 먼지 뒤집어 쓴 스피카에서 울려
나오는 그때의 그 선율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소리에는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가냘프고 섬세한 수직성 소리도 있고,
처~얼~~썩 ~~~쏴~~~아~~~ 바닷가 파도 부서지는 웅장한 수평성 소리도 있습니다.

"대는 소를 수용 할 수 있어도 소는 대를 수용할 수 없다" 진리는 양적인 의미에서 통하지
질적인 의미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입니다.

소리의 재생은 예술입니다. 예술은 질입니다.
소주의 향수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양주로 채워 줄 수 없습니다.

파푸아 뉴기니아에서는 돼지고기 값이 쇠고기 값보다 약 2배 이상 비싸, 귀한 손님이 오면
돼지 고기로 대접합니다.  

소리에 대한 청각의 즐거움의 정도는, 개인별 행복지수가 다른 것과 같습니다.
행복지수는  많이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 사이에 반비례합니다.
청각의 즐거움도 이와 같습니다.

기기를 찾기 전에 내 소리를 먼저 찾읍시다.
그래야 내 기기가 보입니다.

제가 단골로 가는 동내 이발소에 이런 글을 액자에 담아 놓았습니다.

수분지족(守分知足) ... 분수를 지키면 만족을 얻게 되고
지족상락(知足常樂) ...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

2008. 12월
오택근 올림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