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오토폰 MC3000이란 카드리지가 있는데,
소리가 점점 갈라지기 시작해서 그쪽 방면 전문가에게
수리를 의뢰했더니 바늘을 지지해주고 충격을 흡수해주는
그 부분이 딱딱해진 게 원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리도 안되고 돌아왔습니다.
그건 수리가 안되는 모양입니다.
그때 마침 기름을 바르니 말랑말랑해지더라는 정보가
올라왔으니...발랐죠, 당연히.
MC3000은 바늘을 지지해주는 그 부분이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솜방망이로 바를 수는 없고, 속에 기름을 한 방울 흘려넣은
뒤 앞으로 기울여 휴지로 다시 흡수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과연 하루의 시간이 지나니 잘 듣던 때의 소리를 내주더군요.
이게 되는구나, 하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뒤따라와서
온전히 기쁨을 누리는 걸 방해하더군요.
불안감은 해소해야 합니다.
될때까지 듣고 안되면 버리지 뭐, 하고 편안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왠지 바늘이 회복된 온전한 기쁨을 누리는
것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듯 합니다.
바늘을 잡아주는 그 부분(명칭이 있을 것인데 그건 모릅니다)은
제가 알기로는 고무는 아닙니다.
고무인 게 틀림없었으면 저는 기름을 바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돌림판 축에 기름칠을 하다가 벨트에 조금 묻었었는데, 즉시
닦아내긴 했지만, 몇 달 뒤 그 부분이 끊어져 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무로 된 것도 본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LP를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 썼던 벤쯔마이크로의 카트리지도 재질이 고무였던지 쓰다보니
찢어지더군요. MC타입이었긴 해도 싸구려 카트리지였었습니다)
MC3000의 그 부분은 해면체 비슷한 재질인데, 아마도 우레탄 계열의 특수
수지 종류인 듯 합니다.
우레탄 수지는 고무 보다 훨씬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수지든 딱딱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필요한 경우엔 유연제를 발라 말랑말랑한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게 합니다.
전 카트리지의 그 부분을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다만, 대개의 모든 화공약품엔 휘발성이 있고 이 유연제 역시 비교적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부분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윤활유 종류의 기름이 그 유연제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효과가 드러나니 관건은 기름의 휘발성과 점도유지 시간입니다.
윤활제의 휘발성과 점도유지도는 전혀 걱정할 바가 아닙니다. 몇 년은 거뜬할 것입니다.
더구나 그 부분이 고무가 아니고 우레탄 수지라면 언젠가는 또 딱딱해지겠지만,
고무처럼 탄력을 잃고 조각조각 부서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정리가 그렇게 되니 걱정도 사라집니다.
급시우急時雨처럼 때맞춰 주신 정보 덕분에 구하기 힘든 카트리지 다시
잘 쓸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하단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말이 길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