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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욕심 버리기

by 윤영진 posted Apr 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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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에서도 나온 얘기이고, 이 곳 게시판이나 다른 사이트에서도 약간 과장하자면 수십년 간 수천번에 걸쳐서 오디오 선재에 대한 토론은 그치지 않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주관적 생각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을 합쳐서 두서없이 나열해 보겠습니다. 그동안 저도 토론에 참여했던 재질이나 제법 등의 기술적, 과학적 논의는 여기서 않겠습니다. 그런 논의는 오히려 논의를 산만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1) 선재의 재질이나 굵기, 제조방식, 피복 재질 등에 따라서 음의 변화는 분명 있다.  그러나 그 음의 변화란 것이 다른 모든 시스템의 각각의 수많은 요소들을 넘어설 정도의 심대한 것은 절대 아니다. 따라서 선재의 변화로 시스템의 전체적인 음이 괄목할 정도로 변화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과장된 표현이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선재 하나를 바꿔서 괄목할 변화가 일어난다면 오히려 그 전체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2) 선재의 선택이 중요시되는 케이스가 따로 있다. 프로페셔널 음향 시스템의 필드에서이다. 방송국이나 스튜디오 등에서는 필연적으로 기기간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재의 작은 차이가 그 멀어진 거리에 의해서 영향이 늘어나게 된다. 쉴드선의 차폐가 완벽해야 하고, 많은 전류를 흘리는 스피커선 등은 충분히 낮은 내부저항과 피복 절연성 등을 가져야 하며, 역시 길이에 의해 늘어나는 용량으로 인한 고역 감쇄를 최소화하는 궁리와 조치가 필요하다.

3) 위 2)의 설명은 역으로, 가정 내에서 짧은 거리에서 사용하는 선재에서는 일반적으로 中價로 구입할 수 있는 평범한 OFC 선재 정도면 충분하다. 일반적 기준의 '충분한 쉴드'와 '충분한 선재 내부 저항'과 피복 절연도와 제진 특성이면 가정 내의 기기간 거리를 연결하는 데 있어서 선재로 인한 "뚜렷한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4) 선재의 사용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그 선재를 흐르는 전류용량에 맞춰서 적절한 여유를 갖는 굵기, 절연도 등 다양하지만 대체로 중저가 선재에서도 이런 기준은 거의 잘 지켜지고 있다. 물론 가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모두가 실제 가정에서 사용하는 용도의 범위 내에서 차이를 느끼기 힘든 오차 범위 내에 든다.

5) 선재는 선택보다는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선재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트러블은 선재와 기기 단자간의 접촉 불량에서 기인한다. 거의 대부분 금속선재의 재료로 사용되는 구리는 공기중에서 산화한다. 산화된 구리는 전도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준다. 이를 막기 위해 주석, 은, 금 등으로 도금을 하는 것이 상례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사용을 통해 도금이 벗겨지고, 접촉면에 때가 끼고, 압착면이 헐거워지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얇게 금도금된 단자들의 폐해가 가장 많다. 금도금된 단자류의 대부분이 내부 재질은 전도성이 아주 나쁜 금속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가공이 쉽도록 그런 나쁜 재질을 선택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도금이 벗겨지기 이전에는 도금된 표면재질(우회로)을 통해서 원활하게 전기가 흐르지만, 도금이 벗겨지고 나면 갑자기 극히 나쁜 전도체를 직통해서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육안으로 잘 판단하기 힘들고, 대개 이런 전도 불량은 방치되기 쉽다.

6) 흡연이나 공해로 인한 타르성분의 침착, 접촉을 원활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한 접촉부활제 등 화학물질 등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선재 접촉면에서는 접촉불량이 발생한다. 이런 종합적인 트러블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처가 필요하다.
   -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항상 구칙적으로 모든 물리적(납땜 등으로 영구 접착하지 않은) 접촉부위를 잘 닦고, 압착 강도를 유지시킨다.
   - 자주 끼웠다 뺐다 하는 단자(인터커넥터 케이블 등)는 가능한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두껍게 도금이 되어 있거나, 전도성 재질을 통으로 사용한 고급제품을 사용한다. (선은 구리선을 쓰더라도 단자는 순은을 쓰는 식)

7) 특정한 선재를 오래 사용하던 상황에서 그것을 갑자기 떼고 '신품 선재'를 바꿔 연결해 "음질 비교"를 한 결과를 맹신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A-/B 테스트는 먼저 말한 오래된 선재의 오염이나 부식, 압착 불량 등의 단점과 신품 선재의 우량한 접촉성능이 같은 기준으로 비교되는 데 따른 판단 미스를 일으키기 쉽다. 즉, 거의 대부분 새로 바꿔끼운 선재가 더 좋게 느껴지고 이런 판단미스는 무리한 구매욕구로 이어지기 쉽다.

8) 동일한 단자에 선재만 값이 다른 것으로 할 때, 고가의 선재를 길게 쓰는 것보다는 저가의 선재를 짧게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9) 선재로 음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욕심은 절대로 가져서는 안된다. 음의 완성은 회로나 능동소자의 적절한 구사, 좋은 부품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잘 조화되어 이루어져야 하고, 선재는 매우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그 본질을 규정해야 한다.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재에 따라서 미묘한 음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선재의 선택과정이나 교환 등이 오디오의 재미를 더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디오 취미는 과학이 아니고 심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재미들은 너무 심하지 않으면 인정하는 것이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용되는 각각의 선재에 대해서 스스로 적절한 "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 인터커넥터 케이블 / 10만원 이하
* 스피커 케이블 / 20만원 이하

하는 식입니다.

그 이유는, 선재에서 "절대적인 우열"보다는 "상대적인 차이"가 더 큰 팩터이기 때문입니다.

즉, 가격과 종합적인 품질이 정비례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 어떤 시스템에서는 아주 값이 싼 케이블이 딱 궁합이 맞아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시스템과 선재의 종류에 따른 특성을 충실하게 인지하고 난 이후,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선재를 가장 낮은 가격에 구해서 사용하는 지혜가 꼭 필요합니다.

이렇게 지혜로운 선재 사용이 익숙해 지면, '선재'는 오디오 시스템의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 분야가 됩니다.
그러나 주위를 보면, 가장 많은 돈을 들여서 가장 낮은 효과를 보는 대표적인 분야가 이 선재 선택이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디오사업자나 오디오잡지, 오디오평론가 등 오디오의 판매를 통해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소재나 기기의 품평에서 가장 안심하고 과장과 허위를 늘어놓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線材'입니다. 그런 과장과 허위는 누구도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그 어느 쪽으로도 증명이 불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1m짜리 같은 메이커의 6N선과 8N선을 놓고 마치 빨간색과 초록색 사이의 차이 만큼이나 그 음질적 특성 차이를 확실히 구분해서 A4용지 한 장 정도 채워서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오디오평론가라는 분들의 능력에서 홍해를 가른 모세 이상의 기적과 능력을 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선재에 따라서 미묘한 음질의 차이를 즐기는 것은 권장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가격"이나, "재질", "제법", "특이 이론" 등으로 무장한 터무니 없이 비싼 선재는 거들떠 보지 마십시오.

단, 아주 음압 효율이 나쁜, 전류 잡아먹는 고래 같은, 해상력과 음상 재현을 위주로 제작된 최신형 스피커를 음향 설비와 설치가 잘 된  아주 넓은 공간에서 구사하는 매니아라면 조금 다릅니다. 이런 경우에는 선재의 가격 차이가 상당히 비례해서 음의 차이와 연동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빈티지 기기 애호가들에게는 관련이 없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충분한 성능과 품질의 선재는 거의 모두 청계천에 나가면 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