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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숌 80 두얼굴

by 김석일 posted Mar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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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굿맨스 엑숌 80 신형 유닛(우)


사진 2. 굿맨스 엑숌 80 신형 유닛(좌)


사진 3. 굿맨스 엑숌 80 구형 유닛(색이 좀 바랜 초기형)


사진 4. 굿맨스 엑숌 80 구형 또 다른 것(중기형)

영국 굿맨스 엑숌 80(Goodmans Axiom 80)은 9.5인치 정통 풀레인지이다. 원통형 알니코 마그넷의 자속밀도는 1등급이다. 에지와 주름 댐퍼가 없는 대신에 콘지 앞과 뒤에 각각 3쌍의 지지물인 캔티레버가 장착되어 있다(좀 두꺼운 수지 재질로 생각된다). 애기삿갓(2중콘)이 고음의 신장을 목적으로 달려있는 더블콘 타입이다. 희대의 스피커 설계자 E. J. Jordan이 굿맨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 그의 나이 20대에 설계하여, 1950년대 생산하기 시작한 구형 오리지널과 1970년대 리바이벌된 신형으로 나뉜다. 구형만도 형태에 따라 3종류가 관찰된다. 초기형, 중기형, 후기형 등이다.

먼저 신형 유닛을 보면(사진 1, 2) 작은 삿갓(더블콘, 2중콘)의 색꺌이 큰 삿갓과 같은 회색이다(색감의 느낌은 다른데 이것은 종이 펄프의 무늬가 다른 패턴의 질감이라서 그렇다). 생산지는 Havant Hants 로 라벨에 적혀 있다. 라벨이 금색이다. 자석뒷판(자석덮개)의 가장자리를 45도 정도로 각지게 깍았다. 원통 알니코 자석 고정 볼트 3개의 크기도 구형 보다 조금 크다. 캔티레버가 표면이 빤짝빤짝 광이 나는 것이 많다.

구형 유닛(사진 3)은 초기형 오리지널은 콘지가 옅은 쵸코렛 색감이 돌고 2중콘이 검고 따라서 콘지와 2중콘이 상당히 대비되는 칼라임을 금방 알 수 있다(사진 처럼 햋볕에 색감이 바랜 경우는 2중콘의 군화발 같은 검정광이 줄어 탁해진다). 콘지의 동심원을 일컽는  코루게이션의 숫자가 정확히 4개이다. 콘지 안쪽으로는 동심원이 없다. 이 동심원은 콘지 앞면에서 보면 볼록하고 콘지 뒷면에는 오목하게 성형되어 있다. 이점이 신형과 매우 다른 점 중의 하나이다. 신형은 동심원이 2배 더 많고 콘지 앞면에만 볼록하고 뒷면은 성형 자국이 없어 매끄럽다. 라벨이 은색이고, 뒷자석덮개의 모서리가 둥글게 각진 데 없이 마감했다(물론 라벨에 Wembly Middlesex라 표기됨).

구형 유닛 중에 중기형(사진 4)이 있다. 작은 삿갓(더블콘, 2중콘)의 색꺌이 큰 삿갓과 같은 회색이다(색감의 느낌은 다른데 이것은 종이 펄프의 무늬가 다른 패턴의 질감이라서 그렇다). 생산지는 웸블리 미들섹스(처음 공장 주소)이다. 라벨이 금색이다. 자석뒷판(자석덮개)의 가장자리가 둥글렸다.

구형 유닛 중에 후기형도 관찰된다. 콘지와 2중콘이 회색이고, 라벨이 금색이고, 뒷자석덮개 모서리를 각지게 깍아놓았다면 신형이 나오기 전의 후기형이다(라벨에는 Wembly Middlesex라 표기됨). 기타 특징은 구형 초기형과 동일한 것 같다.

신형은 구형과는 콘지 재질부터 너무 다르다. 이는 스피커에서 가장 중요한 종이 펄프의 재료가 틀린 것이다. 아마도 공장을 Wembly Middlesex에서 Havant Hants로 이전하면서 구형에 사용했던 종이재료를 엑숌 80이 이미 단종되었으므로 소멸해버린 상황이었던 것 같다.

이베이에 가끔 나오는 매물의 자료를 계속 추적하고 있는데, 영국과 미국에서 신형 유닛이 등장한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신형은 주지하다시피 일본인의 주문에 의해 굿맨스에서 다시 한시적으로(아마 두세 타임) 재생산한 것이고 전량을 일본에 수출하였다.. 왜 구형(또는 원형)과 콘지가 다르고 2중콘의 재질이 다르고 고정볼트가 좀 크고 등등 사소한 부분이 구형과 다른지 그 이유는 현재 확인 된 것이 없다.

일본에서 액숌 80 신형을 장착한 자작 통의 스피커가 최근 30만~35만 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 신형 소리를 일본인이 매우 좋아하는 음색이라고 한다. 이베이에 구형 매물은 한 조에 2000~2500 달러로 낙찰된다. 그것도 아주 가뭄에 콩나듯이 나올 뿐이다. 국내에는 1980년대에 신형 유닛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했었는데 당시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50~60만원?) 아니었고 인기도 매우 한정적이었다. 물론 아주 드물게 구형 유닛이 눈에 띄었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것일테니 당시 외국 여행을 할 수 없었고 수출입이 제한적일 때이므로 이 엑숌 80을 소장한 분들은 얼마나 여유있는 오디오 생활을 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통을 보면, 기본적으로 저음 반사형인데 내용적을 작게 해도 큰 용적의 효과를 낸다는 'ARU'라는 철망판이 오리지널인지 국내 윤태찬님이 제작한 것인지 확인할 길 없이 이 ARU를 아래 덕트에 장착한 통이 유통되었었다. 현재는 매우 찾아보기 어렵다. ARU가 없어서 이 통의 제작은 사실 어렵다고 봐야 한다.




사진: 굿맨스 엑숌 80 신형 유닛과 ARU 통

일명 '옆구리터진통'으로 부르는 간이 백로딩 방식의 통은 그 설계를 일본에서 했다고 하는데 확인이 안된다. 김박중님이 짠 통이라고도 말한다. 유닛 뒷편에 간단하게 'V'자 모양의 판이 있고 통 양 옆에 위에서 아래로 길게 덕트가 뚤려있고 이 덕트를 긴 막대기로 막을 수 있고 개방할 수 있다. 가장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통이다. 현재 주문시 100만원임을 확인했다.


사진: 굿맨스 엑숌 80 신형 유닛과 "옆구리터진통"

코네타 통은 원래는 일본에서 탄노이 10인치 유닛 용으로 개발되었다. 전방 숕혼을 가지며 아래 덕트가 설계된 저음 반사형이다. 이것을 김박중, 윤태찬님이 엑숌 80을 장착하도록(9.5인치) 약간의 변경을 해서 제작한 것이다. 뒷면이 직각인 것도 있고 뒷면 직각을 없에고 펀을 한장 더 붙인 것도 보인다. 좀 드믈게 볼 수 있고 현재 제작 단가는 120만원이다.


사진: 굿맨스 엑숌 80 신형 유닛과 윤태찬 님 작 "코네타통"(뒤 직각 부위를 깍은 스타일)


사진: 굿맨스 엑숌 80 신형 유닛과 "코네타통"(뒷 부분이 완전 직각인 스타일)

기타, 굿맨스 사에서 제시한 도면의 통들이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다. 유닛을 한 쪽에 2방을 밖은 것이 유명하다. 4방을 장작하는 설계의 통도 있다. 이런 것들은 가격도 대단할 것이고 이조백자급이라 누가 팔지도 않을 것이다.


사진: 굿맨스 엑숌 80 구형 유닛과 굿맨스 권장 도면에 따른  "2방 밖은 통"

끝으로, 이 고귀한 존재로 점점 전설이 되고 있는 엑숌 80의 음색에 대해 말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통을 쓰던, 몇 방을 장착하던, 공통된 음색 그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겨울 찬물로 세수를 하는 느낌" 말이다. 고역은 좋은데 저역은 약하다라는 말도 누구에게나 통할 수 없다. 주파수(Hz)가 20Hz 쪽으로 뚝 떨어지는 느낌을 생상스의 오르간 협주곡에서 감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드리 햅번 또는 나오미 켐벨에게 이런 저런 옷을 입히면 그 느낌이 그 때마다 확 달라지듯 엑숌 80 도 통과 앰프와 에이징 상태와 자신의 음악 구력에 따라 그 느낌은 요동칠 수 있다. 그렇게 세월을 함께 하다 보면 이 님은 나의 마음 깊이 음악을 좋아하도록 씨앗을 놓고 가고.. 또 세월이 가면 음악의 꽃이 피고.. 그래서 어느덧 20년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서로 건강하면 더 긴 세월을 동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