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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숌 80 - 추억

by 김석일 posted Nov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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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랬다. 한마디로.. 이거야말로 진검이다.. 엑숌 80을 평판으로 듣고 그 높은 품격과 너무 좋은 저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애증의 세월을 나와 함께 해쳐 온 엑숌 80은 나의 젊은 날의 신혼과 수 많은 이사의 트럭에 실려 함께 동행했다. 좋은 소리라는 가능성만 맹목적으로 믿고 끌고 다녔다. 소리가 맘에 어딘가 안들어서 보데끼고 잘 듣지도 않으면서 내치지 못했다. 왜그랬을까? 나 자신도 모른다. 단지 내 오디오 라이프의 시작에 떡허니 서 있었던 넘이어서였을까? 그 추억을 되새겨 보려 한다.

엑숌 80을 산 것은 1988년 여름..  대구 모 오디오 가게의 진열장에 유리너머로 보는 순간 인연이 시작되었다.
옆구리 터진 통에 들어있는 이 명기를 난 오디오 잡지에서 읽은 이후로 열병이 걸려 있었다. 단 한발로 20에서 2만까지를 그것도 판의 모든 녹음 정보까지 들춰낸다나? 천재 엔지니어 죠르단의 이름 값도 이 명 유닛에 대한 동경심을 자아내는데 한 몫 했다.
생긴 것은 또 어떤가? 에지가 없다. 동심원 프레임에 켄티레버라는 두꺼운 책받침 오려 붙안 것이 학창시절의 추억을 느끼게 한다. 이런 간단한 기하학적  설계가 20Hz 저음 재생을 가능케했다는데서 놀랄 수 밖에.. 그리고 엄청 소유욕을 뽐뿌했다.
더블 콘의 경질의 나일롱 재질 같은 것이 그리고 더스트 캡이 없는 형상이 20000Hz 고음을 척 내준다니 무슨 마술과도 같았다.
빨강 유성 페린트 칠을 한 원통 마그넷은 뒤짱구 같이 영리하게만 보였다. 뒤에도 묘한 프레임 구조를 해놓고 여기에도 켄티리버를 장착하게 해 논 것이 분해해 보면 기기묘묘하다. 뒷 켄티레버는 코일이 감겨 있는 보빙에  연결되어 있다. 그렇니까 노란색 주름 천-스파이더라는 것이 없다.
이것 저것 들어봐도 내 입맛과는 먼 음색이었다. 깨갱거리고 쏘고 저음은 붕붕거리고 양감이 너무 없고.. 이런 소리를 어찌 오디오사에서 명기로 회자되는 걸까? 도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돌아오고.. 다시 잡지책을 뒤적거리며 잊지 못하고.. 에이 그렇다 속는샘치자고 들고 왔다. 묘한 생김새에 대한  호기심과 많은 선배 마니아들이 없는 체험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그리고 값이 80만원이라 쌌던 것이다.
나는 차가 없었으므로 선배가 포니 2에 실어줬다. 그 선배는 오디오에 관심이 없는 분이었지만, 누가 도움을 청하면 그걸 돕지 않고는 못베기는 성격이었다. 당시는 허리가 좋을 때였는데도 터진 옆구리에 양손을 넣고 힘껏 배치기하듯 들어서 날랐는데, 복현동 15여평 주공아파트 3층까지 옮기고는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
거실 창문쪽에 자리를 잡아놓고 바라보는 내 마음은 벌써 향기로운 음악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후기: 아래를 클릭하시면 사진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http://audiomusiclife.com/bbs/zboard.php?id=AUDIPHONE1&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