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이 애물단지를 어떡할꼬?

by 이규영 posted Aug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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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그러니까 90년대 오디오잡지 제작기에 실렸던 자작 FET 파워엠프의 최종판?입니다.
이놈은 FET 4조를 써서 150W까지 뽑아내도록 설계한 것으로 당시 상당히 야심찬 제작이었습죠.
이전에 동일 FET한조를 써서 60W까지 뽑을수 있도록 설계한 엠프를 네다섯조 만들어봤는데
그땐 가격대비 경이로운 음색을 자랑했었습니다.

90년초 일본 마란츠사 인티엠프 PM84로 기억되는 MOS FET엠프를 쓰고 있었는데 이 단순하고
허접한 스테레오타잎 60W파워엠프를 만들고 나서는 그 이튿날 오디오 장터(당시엔 인터넷 장터는 꿈에도 못꿈)에
내다 버리게 됩니다.
그 뒤 두어조 더 만들어서 형들에게 선물하고 아직도 두조는 집에서 뒹굴고 있을정도로 다작을
했던 엠프입니다.

여기에 쓴 히타치사 캔타입 출력FET(K150/J50)가 당시 수천만원짜리 스위스 골드문트 파워에서 사용한 출력석과 같은 것이라며
당시 제작기를 쓴 저자의 지독한 뽐뿌질로 신나게 따라하다가 결국 출력석 4조와 채널당 500W급
전원트랜스 두개를 쓴 무식하리만큼 대단한? 파워를 만들었지만 당시 8옴짜리 A7에 하루정도 물려보고
소리표 트랜스로 만든 왕허접 EL34PP에 자리를 물려주게 됩니다.

단순명쾌하지만 오디오전용 전해콘 10개를 쓰는등 전원을 넣을때 집전등이 깜박일만큼 대용량 전원부에
명료한 음질, 출력과 댐핑능력이 진공관엠프에 비하면 상상을 초월했지만 역시 맛이 없다는것입니다.
FET(field efect TR)가 반도체이기는 하지만 진공관과 구조가 아주 흡사한데다 바이어스 방식도
TR의 전류제어방식이 아니고 진공관처럼 전압제어 방식이라 음색또한 진공관과 흡사하다고
떠들어 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이엔드 엠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계열 파워들이 바이폴라 TR방식이라는것을 보면
FET는 이도 저도 아닌 실패작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허접 파워엠프 한대로 극히 일부분만을 얘기할수 있겠지만 비슷한 가격대로 만든 허접 진공관 파워에 비해서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저 개인한테는 진공관의 압승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요즘 TR이냐 진공관이냐 논란이 가열되는것 같아 옛 사진을 뒤져 끄적거려 봤습니다.
과도기에 태어난 이 애물단지....
이거 팔아묵도 못하고...남 줬다가는 집안 전기해먹기 일수일것이고....
애라 그냥 후일 저능률 북쉘프형 스피커나 만들어 구들장이 무너져라 때려보려 방 한켠에 잘 모셔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