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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과 오디오 명품

by 윤영진 posted Aug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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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공을 미술을 했는데, 학창시절에는 교수를 꿈꿨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사회가 얼마나 썩었는지, 특히 예술대학이 그중 특별히 더 썩었는지는 알고부터 엇나가서 지금은 전공과 전혀 관계 없는 일로 밥을 벌어 먹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대학 다닐때만 해도 교수 한 자리 하기 위해서는 일단 간과 쓸개를 냉장고에 따로 보관하고, 온갖 간신배 역할을 하고 나중에는 수억 원을 바치고서야 될 수 있었습니다. 제 몇 년 선배 하나는 대한민국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고도, 70년대 말에 교수(전임강사) 되면서 2억 원을 바쳤습니다. 당시 2억 이면 큰 돈이었습니다.^^

뭐 요즘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피카소는 "예술은 사기다. 사기에 성공한 사람은 대가가 되고 실패한 사람은 잊혀진다."라고 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내 그림을 높게 평가하는 놈들은 바보다. 그런데 내가 그런 바보들 때문에 돈 벌어먹고 산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오디오 잡지건 책자건 전세계의 저명한 평론가들이 수십년 간 수만 개가 넘는 오디오 기기가 출시될 때마다  말한 평론과 평가를 주-욱 읽어 보면, 늘 새로 나온 기기는 전에 나왔던 기기의 단점을 극복하고, 엄청난 개선을 해서 당대에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음질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이걸 그대로 믿고 수십년의 성과를 축적해 보면, 세상의 오디오는 이미 신의 세계에 도달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불....ㅊㅊㅊ 수십년간 오디오 음질이 크게 나아졌다는 명확한 확증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TR기기와 진공관 기기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TR기기들의 음질 변화는 거의 콘덴서의 경년변화에 좌우됩니다.
대개 전해콘덴서는 편균 10년 정도면 성능이 급속도로 낮아집니다.
당연히 음질이 낮아집니다.
다른 부품들도 열화가 되지만 이걸 일일이 교체하기란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수준의 TR기기는 옛날 제품과 요즘 제품을 A-B 테스트하면 요즘 제품이 훨 좋습니다. 이걸 착각해서 오디오 음질이 팍팍 진보했다고 믿는 도그마가 생깁니다.

이게 아니란 것은 안 것이, 10여년 전에 생산된 노후된 TR기기의 콘덴서들을 전부 교체해서 음을 들어 본 다음입니다. 노인이 회춘해서 젊은이로 돌아간 것처럼 소리가 바뀝니다.

여러분도 마크레빈슨이나 넬슨패스 등등의 소위 하이엔드 개척기의 오래된 기기의 콘덴서를 교체해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이후 모델들이 값은 수십배로 뛰었지만 음질은 별로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놀라실 겁니다.

진공관 기기도 역시 다른 상황입니다.

진공관 기기가 TR기기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애용되는 것은 TR기기와의 구성의 차이입니다.

진공관 기기는 이미 "내구 부품"과 "교체 부품"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어서, 경년 열화된 부품이 교체되면, 그나마 생산당시의 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음질을 유지합니다.

우선 진공관이 당연히 교체됩니다. 전에는 오리지널병 때문에 교체가 어렵던 전원부 콘덴서도 요즘은 다행히 의식이 개화가 되어서 잘 교체되고, 커플링도 그렇고, 저항도 전원부, 캐소드나 플레이트 저항 같은 것은 좀 열화되면 잘 교체됩니다.
물론 트랜스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화되거나, 내부에서 코일간 쇼트가 되거나 해서 열화되지만,
그로 인한 변화의 폭이 작기 때문에 용인이 됩니다.

납땜 부위도 시간 경과에 따라서 전도에 문제가 생기지만, 요즘 기술 좋은 사람들이 천지라,
다 빨아내 버리고 새로 납땜, 그것도 전보다 더 좋은 은납으로 때우니 문제 없습니다.

이처럼 진공관 기기는 경년변화에 약한 부품들이 비교적 잘 교체되어 그나마 생산 당시의 음질에서 크게 낮아지지 않다 보니, 소위 '빈티지'란 이름이 붙어서 CD를 재생하는 세상입니다.

이게 바로 수십년 묵은 진공관 기기들이 요즘도 상용되는 이유입니다.

오늘 회사 선배가 점심 산다고 묻어가다 보니 얻어탄 차가 10수년된 22만Km 이상을 운행한 대우의 아카디아라는 모델입니다. 6기통 3,500cc.....
이게 지금도 아주 좋습니다. 다행히 부품수급도 원활하다고 합니다.
이 차가 1980년대 초에 혼다에서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나왔을 때, 그 해 전세계 'CAR OF THE YEAR'에 성정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주인 말씀이 이 차 신차가 아직 판매된다면 다시 사고 싶다고 합니다.

얘기가 두서 없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오디오 기기의 성능과 음질은 크게 나아진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부품을 잘 교체해서 잘 튜닝해서 사용하면 다 좋습니다.
특히 20년쯤 된 TR형 프리앰프나 파워앰프는 소모성 부품을 잘 교체하면 아주 좋은 소리를 내 줍니다.

요즘은 헐값이 된 TR프리와 앰프를 부품 교체해서 아주 잘 듣고 있습니다.
10여 배 비싼 요즘 기기보다 소리 더 좋습니다.^^

신제품 선전하면서 음질이 전 제품보다 훨 개선되었다는 광고문구 절대로 믿지 마십시오.
오디오 좋아하면서 돈을 아끼는 것이 정말 오디오 잘 즐기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