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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용기로 쓰는) WE 197A에 대한 개인적 의견

by 윤영진 posted Aug 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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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아웃 트랜스 중에서 당대에 가장 고가로 거래되는 WE 197A라는 트랜스는 참 魔物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 값에 그 트랜스 안씁니다.
물론 너는 돈이 없으니 "신 포도"라고 말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NFB를 안 걸면 197A의 대역은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중역이 좋다!"는 말은 자못 비겁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고역과 저역이 안 되는 약점을 역설적으로 말해서 중역이 좋다로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랜스란 것이 제작할 때, 고역과 저역에서 타협(양보)하면 중역 특성을 아주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문제는 197A를 써서 1-2천만 넘게 오리지널 부품으로 도배를 해서 만든 거대하고 압도적인 프리앰프를 떡 하니 틀어놓고,

  "이 소리 어떻습니까?"라고 하면, 주눅이 들어서 개인적인 평가를 하기 겁이 납니다.

이거 안 좋다고 말했다가, 무식하고 귀 어둔 놈으로 매도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우선 입을 봉합니다.

특히 물어보는 사람이,

  "와- 중역이 두툼하고, 맑고, 음악성이 죽이지 않습니까? 지난 번에 매니아분들 초대해서 비교 테스트 했는데, 역시 이게 최고더군요!"

라고 미리 평가와 해설을 다 해서 물어보면, 더욱 할말이 제한됩니다.

  "예- 중역이 충실하고 진짜 음악성이 죽이는군요...."

이런 말 외에는 하기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제게는 별로 안 좋은데요 라든가 대역이 부족한데요... 등등 섣불리 말했다가는

  "그렇게 말하는 댁은 시스템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프리는 뭐 쓰고 파워는 뭐 쓰세요?" 식으로 물어오면 "으메- 기죽어...."가 됩니다.

  덧붙여서,

  "역시 빈티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문제야...ㅊㅊㅊ
그저 TR소리에 익숙해서 물리특성이나 따지고....ㅊㅊㅊㅊ"

이런 말 나오면 그냥 깨-갱...입니다.

내 시스템 전체 가격에 육박하는 프리앰프를 비판한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용기와 반격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무식하고 음악성 이해 목하는 넘이 될 각오는 기본입니다.

살면서 용기없는 제가  겨우 한번 내심을 드러내서 어려운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 돈 많은 애호가분이 197A를 사용한 매머드급 오리지널 부품으로 도배한 프리앰프를 몇달 간 사용하다가 매물로 내놓았을 때입니다.

  "저....그런데..... 그렇게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극한에 이른 프리앰프를 왜 계속 쓰시지 않고?
제가 알기로 재력도 충분하신 분이.....? "

  "아- 네! 그게 거 뭐 바꿈질 병이지요. 하-하- 이것도 들어봤으니 다른 것도 들어봐야지요. 다행히 이게 되팔 때도 별로 손해를 안 보니까. 어쨌든 대단한 앰프입니다. 오디오애호가라면 이거 한번 들어봐야 합니다. 허-허-허-"

뭐라고 더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자칫 점잖은 분과 말다툼이라고 되면 좋을 게 없다고 꼬리를 내리고 저도 허허허 웃었습니다.
비겁하게도 ...

  "저도 돈만 있으면 인수하고 싶은데, 참 아쉽습니다....ㅊㅊㅊㅊ"

간신 흉내까지 내서 사족까지 덧붙이면서.......ㅠㅠ

집에 와서 저렴한 가격의, 20-20,000을 충실히 커버하는 내 트랜스아웃 프리를 들어보면서,

  "우씨- 학실히 내것이 대역도 넓고 중고역 밸런스도 좋은데..... 아니야 역시 중역이 여린가?....
30-40년 넘게 오디오 하신 분들이 하는 평가가 맞겠지.... 나는 겨우 25년 조금 넘는데.....
전원부 탓인가?.... 주말에 확 뒤집을까?..... 에이 귀찮은데 그냥 그렇게 살자..... 아니여 돈이 웬수여... 나도 그런 거 떡 갖고 있으면 폼 날텐데.....오디오란 것이 음질도 중요하지만 역시 일단 폼이 나야 되는데....융자 받아서 한 3년 갚으면 될지도....."

별별 되도 않는 생각하다가, 뒤집어 잠이 듭니다.

이런 생각은 197A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618A나 618B 같은 인풋트랜스도 비슷하게 느낍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내 귀에는 대역이 부족합니다.

내 귀가 이상한가?
곧 나이 50인데, 귀가 18,000Hz를 듣는다는 것이 문제인가?......

전에도 50-60대 분들하고 빈티지 스피커 듣다가, 아무래도 한 쪽이 이상해서

  "저- 한 쪽 고역이 이상하지 않은가요?"

  "허- 소리만 좋구만.... "

그래서 주인장에게 "저....죄송하지만, 뒤에서 스피커 연결선 좀 확인해 볼 수 있나요?"
아니나 다를까, 한 쪽 트위터가 위상이 바뀌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허- 역시 젊은 사람이 귀가 밝구먼- 부럽네 부러워...ㅎㅎㅎ 거, 김사장도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하더니만...."

   김사장 : "업소 사장님 민망할까봐 얘기 안하고 있었지만, 턱 들으니 위상이 바뀌었더군요...ㅎㅎㅎㅎ....그래도 중요한 것은 이 스피커 정말 질감과 음악성이 아주 좋군요....위상이야 선 하나 바꿔 매면 되는 거고, 본질은 인클로져와 유닛의 음질이지요...ㅎㅎㅎㅎ....역시 명기에요...."


혹시 제가 너무 음모론에 빠져서 생각이 꼬인 것인지 모르지만,
WE 트랜스들은 고역 청각이 무뎌진 나이드신 부자 분들 바가지 씌우는 데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늘 의심이 듭니다. 물론 저역도 조금 부실하고.....

아- 신 포도 생각에 꼬인 심사로 괜히 WE 욕되게 했습니다.

내가 돈이 많아 다 갖고 있으면 이런 얘기 안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