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2 가지를 전부 제거했습니다

by 윤영진 posted Aug 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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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인치 우퍼와 혼 드라이버로 구성된 스피커 시스템에서 가장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
중고역과 따로 노는 저역의 댐핑과 스피드, 위상 일치 등입니다.
중고역은 쏘기 쉽고, 저역은 풀어지기 쉽고....
한 쪽을 맞추면 한 쪽이 틀어지고....

물론 파워앰프에서 전류를 많이 흘려서 PP구동을 하면 어느 정도 우퍼의 댐핑과 스피드를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는 중고역이 강하게 되기 십상이고, 아른아른거리는 고역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차선책으로 한동안 직열관 PP를 타협책으로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직열관 싱글로 어찌 함 해보겠다는 욕심은 늘 암처럼 속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싱글앰프라 해도 다극관이나 고출력관은 싫고....

그러나 낮은 출력의 직열관 싱글로는 우퍼의 컨트롤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역의 양감이 아니고 스피드와 제동인데....

어디 한번 5개년 계획으로 느긋하게 해보자고 ....

우선 그동안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튜닝하면서 2 가지를 차례 차례 없애갔습니다.
전해 콘덴서와 커플링 콘덴서입니다.

지금 구동하는 시스템에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어느 곳에도 전해 콘덴서는 달려 있지 않습니다.
전원부에도, 디커플링단에도...

이처럼 전해 콘덴서가 달려 있던 곳은 최소한의 "습식 은탄탈/파워 초단 캐소드 디커플링용"을 빼고는 전부 필름콘덴서로 달고, 원래 정해진 용량에서 최소한으로 용량을 줄여 달았습니다.

전원부 필터용은 회로 설계 용량에서 약 50% 이하로 줄였습니다. 험 대책은 쵸크를 각 2개씩 사용해서 보완했습니다.
출력관 캐소드 디커플링은 프리는 10uF, 파워는 20uF 으로 달았습니다.
일반 앰프에 비하면 1/10 수준입니다.

이론은 이론일 뿐입니다. 그렇게 하면 저역이 안 나올거라고 걱정하겠지만, 충분하고 남을 만치 나옵니다. 저역은 콘덴서 용량만으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다음은 커플링 콘덴서의 제거입니다.
프리앰프는 입력 캐소드 팔로워로, 드라이브단과 출력단은 직결했습니다.
플레이트 쵸크를 사용해서 B전원을 공급합니다.
마지막으로 패러피드 방식으로 출력 트랜스를 통해 파워로 신호가 넘어갑니다.

파워앰프의 커플링 콘덴서가 마지막까지 하나 남아있었습니다.

이걸 그냥 두고 어떻게든 원하는 음을 만들려고 수 개월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오늘....결국 포기하고 파워앰프의 초단과 출력단 사이의 커플링을 걷어 냈습니다.
1:2.5 정도의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를 장착했습니다.

이제 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에는 전해 콘덴서와 커플링 콘덴서는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프리 2단증폭, 파워 2단증폭, NON NFB... 전 라인 위상의 변화도 없습니다.
히터는 전부 교류점화입니다.

프리앰프에는 쵸크만 4개가 사용되었습니다.
파워앰프는 2.5W 출력의 싱글앰프로서 단체의 스테레오 타잎이지만 트랜스가 9개나 달려서 상당히 무겁습니다. (메인, 히터, 인터스테이지, 쵸크, 출력 등등)

전원을 올리고 10분쯤 지나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전보다 험이 약간 늘었습니다. 스피커 50cm 쯤 다가 가면 험이 들립니다.
아마 인터스테이지 장착으로 발생한 것 같습니다. 시간을 두고 인터스테이지 트랜스의 장착 방향이나 어스 배선 등 개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중고역과 저역이 스피드가 완벽히 일치되어 울립니다.

전에는 중고역은 100m를 9초대에 뛰는데, 저역은 14초대에 뛰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여기 비해서 타노이 오토그래프의 저역은 약 20초대....)
이제는 북한 집단체조를 보는 것처럼 중고역과 저역이 동일한 스피드로 음을 내줍니다.
전에는 우퍼가 아께보노처럼 뛰어다녔는데, 이제는 칼 루이스처럼 뛰어다닙니다.

저역의 댐핑이 질 좋은 TR앰프로 6인치 소형 우퍼를 구동하는 것 이상으로 깔끔하게 걸립니다.

IL GIARDINO ARMONICO의 VIVALDI를 볼륨을 높여서 들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연주단체가 연주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첼로의 저역이 실제 연주를 근접해서 들을 때의 느낌과 같이 들립니다.
희뿌옇게 느껴지던 베이스음이 투명하고 깔끔해져서 하나하나의 음소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거슬리는 것이 고역이 꺼칠하고 답답하게 들립니다.
좋은 소리는 금방 관심에서 멀어지고 "어떻게 하면 저 고역의 문제를 해결할까?"만 계속 생각하며 음악을 들었습니다. 음반도 장르를 바꿔가면서 들으며....
그러면서 고역의 문제점에 대해서 서너가지쯤 원인을 추론하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10가지쯤 고민하다 보니 2시간 쯤 지났습니다.

어? 하고 문득 놀라고 보니 고역이 잘 납니다. 뻗치는 것도, 살랑거리는 것도 원하는 수준으로 잘 납니다.
이것을 에이징이라고 하는지....
괜히 2시간 동안 고민하면서 정신력을 낭비했습니다. 그냥 두면 될 것을....

기분이 좋아서 무조르스키, 보로딘, 바그너, 스트라빈스키 등등 강력한 투티가 터지는 대편성곡들을 잇달아 들었습니다.

2.5W 싱글파워앰프에서 나는 소리로는 스스로도 믿지 못할 정도로 전대역 밸런스 잘 잡히고, 댐핑 확실히 걸린 소리가 납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멀티앰핑으로 우퍼를 TR앰프로 구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리아 칼라스가 샤우팅하며 삑사리 내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옵니다.

  " 지금 몇 시인데, 무당 푸닥거리하듯이 음악을 틀어!..... 동네 떠나가겠다----!!!!!"

에고...마눌님 화 났습니다.

후다닥 전원 내리고 사뿐히 아래층 내려와, 냉장고 열면서 "뭐 시원한 거 없나?...." 능청을 떨며 슬그머니 구렁이 담을 넘었습니다.

이제 한 가지 더 파워앰프를 손댈 생각을 자꾸 합니다.
쵸크를 한 조 더 써서 파워 아웃을 패러피드방식으로 함 해볼까 고민중입니다.

그게 화룡점정이 될지, 긁어서 부스럼이 될지 고민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한편 저지르고 후회하자는 욕심에 금방 지고 말 것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