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에이징 에이 징그러워^^

by 윤영진 posted May 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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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20년 넘기면서 요즘처럼 바쁜 적이 없었습니다.
원래 유명한 놀탱이로 소문난 저를 익히 아는 주변 사람들이 "처음으로 월급 받는만큼 일을 하는 갑다!"라고 놀립니다.

그러다보니 타의에 의해오디오 병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알콜중독 끊기 위해서 격리수용시키듯이, 오디오 만질 시간이 없고 오디오 동호인들과 만날 시간이 없으니 자극도 안 받고....

그런데 그렇게 두 달쯤 납땜 인두 데우지 않고 가끔 듣다말다 하면서 두 달 여를 보낸 지금,
기분 탓인지 귀가 에이징 된 것인지 두 달 전에 비해 소리가 상당히 잘 납니다.

보통 시스템 전원을 넣고 충분히 제 소리 나기까지 2-3시간 정도는 워밍업 시간이 걸리는데,
거기 더해서 납땜 한번 해 놓으면 적어도 1주일은 지나야 에이징이 되어 소리가 잡히는데
전에는 온갖 배따고 지지고 볶으며 수술을 해 놓고, 채 10분도 워밍업 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을 해서 다시 지지고 떼어내고, 에이징 시간도 안 주고 하루쯤 들어보고 또 바꾸고....
그러다 보니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질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당연한 일인데 왜 수삼년 동안 그걸 모르고 열병처럼 인두질을 했는지....

이제는 나중에 시간이 많이 나도, 적어도 부품 하나 갈면 적어도 1주일은 지나서 평가와 판단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지금특히 마음에 드는 것이 영설표 트랜스 프리가 완전히 숙성된 소리를 내주는 겁니다.
처음 집에 걸었을 때는 "가능성이 있다" 정도였는데, 한 달 반 정도를 지지고 볶고 갈고 붙이고를 반복하면서 온갖 짓을 다하고 나서 2달 정도 에이징을 시키고 나니 이게 아주 마음에 드는 소리를 냅니다.
특히 전원부 개선(메인 쵸크 2개에 더해서 소용량 플레이트 쵸크를 4개나 더 붙이고 모든 평활용과 캐소드 바이패스용 콘덴서를 필름으로 갈았습니다.)이 효과를 보았습니다.
물론 관도 텔레풍켄, 마르코니오스람, STC, 멀래드 등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싹 갈고....

방이 좁고, 마누라가 대음량 노이로제라 평소 작게 듣는데, 전에 쓰던 CR형 메인 프리는 작은 음량으로 틀면 전반적으로 매가리가 풀리면서 대역 밸런스가 풀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트랜스 프리는 작은 음량으로 틀어도 전대역 평탄하고 음의 박력도 유지됩니다.
초고역과 초저역도 CR타잎에 비해 전혀 모자르지 않게 나옵니다.

근데 사람 욕심이....
2단 증폭 트랜스 프리가 하나 잘 나오자, 이제는 싱글 증폭 트랜스 프리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결국 P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몇 년을 비장했던 보물 Westrex 트랜스에 REN 904를 한 알씩 사용해서 제작하려 합니다.

술꾼이 술 끊는다는 거짓처럼 들리겠지만, 그것만 만들면 당분간 기기는 손 안 댈 생각입니다.

술도 담아놓고 자꾸 궁금해서 뚜껑 열고 조금씩 떠먹다 보면 술맛 상하듯이
오디오도 한번 만져 놓으면 어느 정도 익을 때 까지 두고 참는 인내가 필요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