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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즈 재즈

by 윤영진 posted Mar 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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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 투 도어(집 출발-호텔 도착)로 약 24 시간이 걸리는 고된 길이었습니다.
시카고에서 트랜지트해서 털털거리는 고물 도매스틱 항공으로 뉴올리언스 도착....
시카고 영하7도에서 이곳 영상 27도.....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춥다가 덥다가..... 결국 코감기 증세가....
여동생은 사바나에서 살고, 남동생은 워싱턴에 살고, 어머니는 시카고에 사는데 모두에게 연락도 안 했습니다. 전부 바쁘니까..... 만나자고 하면 서로 귀찮고 ....

이곳은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도시입니다. 지중해 남부 유럽의 느낌이 듭니다.
날씨는 5월 정도?
마이애미도 좋지만 이곳이 더 서민적이고 즐겁습니다.
낮에 일 마치고 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버번 스트리트에 모여 밤새 놉니다.
옛 프랑스 식민지풍 건물이 남아 있는 프랜치 스퀘어의 중심을 관통하는 약 2km 길이의 버번 스트리트는 일주일 내내 축제입니다.
특히 치안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어서 불안하지 않습니다. 물론 조심은 해야지요.
소매치기가 많고, 내 미국 친구는 전에 권총강도에게 수천달러를 털린 일도 있다고 합니다.

여성 기마경찰이 순찰을 도는데, 희귀한 '말춤'을 구경했습니다.
여자 경찰이 음악에 신이 나니까 능숙한 말 다루는 솜씨로 말춤을 추는데 거의 서커스 이상의 솜씨였습니다.

하루 쯤 시간 내서 낚시를 하려고 하니,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이라 현지인이 말립니다.
골프를 못 치니 수많은 골프장이 그림에 떡....

유명한 재즈클럽으로는 'House of Blues', 'Snug Harbor', 'Tipitina's' 등이 있는데, 가끔 전국구 스타 뮤지션들도 연주를 하지만, 이보다는 이곳에서 태어나 수십년간 이곳에서만 연주한 로컬 뮤지션들이 더 마음에 듭니다.
특히 '프리첼'이라는 아주 조그맣고 허름한 카페는 거의 전속 로컬밴드가 연주하는데,
유러피언 스타일과 딕시풍이 어우러진 초기 뉴올리언스 재즈의 맛이 아직 느껴집니다.
피아노, 트럼펫(전에는 호넷이었겠지요), 드럼 3인조가 아주 간결한 리듬으로 연주합니다.
싱어까지 4사람 모두 프랑스계 백인입니다. 싱어는 40대인데 연주자들은 전부 60-70대입니다.
갑자기 쿠바의 하바나에 확 갔다 올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큰 클럽에서는 대개 흑인 뮤지션들이 연주하는데, 블루스의 맛이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트레디셔널 재즈만 연주하는 곳은 드물고 락이나 힘합 같은 음악도 연주하는 걸 보면 세태의 변화를 막을 수 없나 봅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뮤지션 중에 레온 러셀이 있는데, 정보지를 보니 3월 초에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떠났다고 합니다. 아우-  아까워라....
유명한 영화 '졸업'을 연극으로 공연하고 있는데, 로빈슨 부인으로는 그 유명한 글래머 여배우
모건 훼어차일드가 출연합니다. 젊었을 때 그리도 반했었는데, 지금도 나이를 속을만큼 예쁩니다. 아-우-

프리첼이라는 곳은 '예거마이스터'라는 독일 술(리큐르 종류)을 얼린 잔에 먹는 'Ice Cold Shot'이라는 스타일을 처음 만들어낸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게 원 샷으로 잘 넘어가는데, 거기에 드라이브가 걸려서 십여잔 마셨더니 다음날까지 숙취가 심합니다. 콩나물 국 생각이 절실.....

낮에 일 보고 오후에 2시간쯤 여유가 있어서 '짐 러셀 LP상점'이라는 꽤 유명한 LP가게를
12블럭이나 택시타고 갔습니다. 5천장은 넘을 것 같고 1만장은 조금 안될 것 같은 LP가 있습니다. 터 잡고 앉아서 골라야 할텐데 시간 여유가 없어서 아이 쇼핑만 하고 나왔습니다.
주인인 짐은 굉장한 LP 매니아로 이 사람하고 음반 얘기 하다 보면 수다에 녹습니다.
물론 알아만 듣는다면 별 문제인데.... 다행히 뮤지션 이름은 귀에 잘 들어 오더군요.

스팅이 부른 '블버드 오브 버번 스트리트'라는 노래가 생각나고,
알로 거스리의 "시티 오브 뉴올리언즈'라는 노래도 생각납니다.

이곳 버번 스트리트는 낮에도 시큼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물어보니, 새벽까지 술 마신 사람들이 골목마다 토해놓은 것이 100년쯤 바닥에 배이다 보니 그렇다고....
토사물에 절은 길? 생각만 해도 속이 미식거립니다.

항구라 보니 오래 전부터 뱃사람들이 술마시던 전통이 있고....
초기 재즈가 연주되던 시기에, 재즈는 주로 창녀촌 클럽 하우스에서 연주되었습니다.
이곳 뉴올리언즈의 흑인들은 노예 신분이 아니었고, 프랑스계 '평민'으로서 클래식 공부도 제대로 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들이 클래식에 블루스를 합쳐서 재즈를 만들었지요.
그런데 한국의 김강자 경찰서장 같은 엄한 사람이 이곳에 경찰서장으로 부임해서
9.23 특별조치 비슷한 것을 발동해서 창녀촌을 싸그리 밀어버리니까
재즈 뮤지션들이 일자리를 잃고 시카고 등지로 이주해서 시카고 재즈가 탄생한 것이지요.
그 경찰서장님이 말하자면 재즈의 전국화를 이룬 공신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전통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이 버번 스트리트 술집들의 2층 발코니에서
창녀들의 퍼레이드에 돈과 패물을 던져주던 전통입니다.
퍼레이드하는 창녀들이 웃옷을 들쳐서 가슴을 보여주거나 치마를 들쳐서 속을 보여주면 돈이나 패물을 던져주었다고 하는데, 아마 초기에는 해적들이 약탈한 물건을 뿌렸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성 관광객들이 지나가면 2층 발코니에서 싸구려 목걸이를 마구 던져 줍니다.
지금도 가끔 용감한 여자들은 티셔츠를 올려서 가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주로 가벼운 업무라고 생각해서 캐주얼 복장만 준비했는데, 갑자기 컨퍼런스의 VIP 만찬에 귀빈석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할 수 없이 슈츠를 한 벌 구하려고 샾에 갔는데, 아무리 뒤져도 두 가지 문제로 쇼핑을 못했습니다. 첫 째 사이즈가 맞는 것이 없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표준 키에 마른 체격이라 300벌 정도 걸려 있는 중에 맞는 것은 겨우 4-5벌 정도뿐....
게다가 1,000 달러 이하로는 물건도 없고....
예거, 휴고 보스, 아르마니, 케네스 콜..... 주로 비싼 옷 상점뿐이라 바지 하나에 4-5백 달러씩 하니.... 한벌 다 하자니 약 150만원 돈이 듭니다.
그 돈이면 LP가 몇 장인데....

컨퍼런스와 익지비션의 메인 스폰서로 LG가 나서서 시내 곳곳에 LG 로고가 도배를 했습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알아주는 사람도 많고.... 전에는 일본 사람만 알아줬는데.....

저와 파트너쉽을 가진 이곳 회사 사람들은 동료나 상관들과 친구처럼 지냅니다.
50 정도된 아주머니와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 직원 두 사람은 우리와 어울려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다녔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성인 클럽에서는 남자들 무릎 위에 실팬티만 입은 아가씨들이 올라타서 갖은 짓을 하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성 직장 동료를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여직원들도
관심을 안 둡니다.
그놈의 체면 때문에 저만 치근대는 여자를 물리쳤는데, 자꾸 치근대길래 미국 여직원을 내 여자친구라고 변명을 했더니 그만 이 아가씨가 갑자기 욕을 하면서 얼굴을 때리는 겁니다. 너무 취했는지....
옆에 있던 업소 걸들이 몰려와 사과를 하고 벗은 몸으로 부등켜 안고 입맞추고 부벼서 더 곤란했습니다.^^
사실 젊은 미국 여직원에게 내가 살짝 마음이 가서, 멋있고 젊잖게 보이려고 아가씨를 거절한 것인데.....
상대에게 마수도 못 뻗치고, 재미도 못 보고, 다른 여자에게 따귀만 맞았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그 여직원하고 다시 만났더니 깔깔거리면서, 왜 그 아가씨하고 재미를 안 봐서 맞기까지 했냐며 놀리니 참 내가 생각해도 내가 불쌍합니다.

테네시 쪽 가서 블루스도 듣고 싶은데, 일정이 될지....
혹시 들르게 되면 또 테네시 블루스 얘기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