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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김치찌게 집과 쪽박 자동차 수리점!

by 신영설 posted Jan 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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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식구들과 외식을 하러 갈때면 어느집이 좋을까 고민하게 되고, 가능하면 소문난 집을 찾아 가게 됩니다. 특별히 별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손님이 좀 많아 보이고, 주인장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손맛과 평범해 보이지만 먹다 보면 묘한 맛이 난다는 입소문도 있고하여 그 맛을 느껴보기 위하여 그런곳을 찾게 되죠. 무엇 인가 모르는 비법이 있는 듯 하고 대다수의 손님들이 공감하는 그런 맛을 내는 주인의 음식 솜씨 덕분에 좋은 하루가 되기도 합니다.
빈티지 앰프나 그 부품들의 조합도 그러하겠죠. 특별하게 좋다는 앰프도 그저 그렇고, 그속에서 나는 음악소리도 신기함을 바랄 필요는 없고, 평범하지만 속에서 풍기는 향기도 있고, 가끔씩 묘한 소리를 내주는 맛이 있어서리 그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김치찌게집에 가서 내 입맛대로 조미료와 양념을 바꿔 넣고, 중국산 고추가루를 넣고, 뭐는 빼고 뭐는 더 넣고 하면 그 찌게는 다른 사람들 입에는 맞지도 않고, 그 본래 값어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음식이든 뭐든간에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있게 마련이고, 오래 될수록 그 진가가 나타나게 되죠. 뭐 처음부터 비범함을 추구하다 보면 생전 제대로 된 김치찌게 한번 맛보기 힘듭니다.

어느 자동차 수리점이 차를 고친다고 각종 볼트, 너트를 다 풀어 놓고, 이 부품도 끼워 보고 저 부품도 갈아 보고 하다가 제대로 안되면 손을 놓고 차를 탓하고, 주인이 차를 험하게 관리해서 어렵다고 하다가 그나마 볼트, 너트, 부품을 조립도 안하고 한 5년 방치하면 그것들이 다 녹슬고 부식되며, 어느 구녕에서 뺀 것인지도 알수가 없으니, 다른 기술자가 와도 끝내 해결이 안되고 그차는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엔진소리 들어 보고, 오일 갈고 타이밍 벨트와 휠 얼라이먼트[?]만 보면 될것을 그 이치를 모르고 멀쩡한 차를 해체하고 기술력도 없는데다가 훌륭한 기술자는 쓰지도 않고 버티다가, 이동네는 손님이 없으니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다고 짐을 싸려는데, 자동차 협회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그만 셔터를 반은 내린채 제대로 영업을 못하고 있으니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그 수리점을 살려야 하는데, 밀린 월세가 문제이긴 합니다.

김치찌개 집이든 자동차 수리점이든 평범 하면서도 절제된 기술과 오랜기간 동안 터득한 노하우로 운영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빈티지를 사랑하는 동호인 여러분, 올 한해도 즐겁고 유익하고 건강한 나날이 되시길 바라며, 모두 득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