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다시 시작한 진동과의 전투

by 윤영진 posted Jun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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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 사장인 미셸 레바송이 골드문트의 앰프들은 제작비의 70%를 "진동 제어"에 투입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진동 제어를 위한 우선적인 방법이 "겁나 무겁게 만들어 진동을 눌러 버리는 방법"인데.....
골드문트는 그런 우악스러운 방법이 아니라, 섀시의 물리적 진동을 분석해서 이를 바닥의 접촉 부위로 모아서 흘려버리는 "메커니컬 그라운딩'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진동 에너지는 바닥으로 전달되어 주로 열로 소모되고 맙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충분히 납득이 되는 콘셒이지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이 양반이 내부에 부품 값 거의 들이지 않고 고가로 파는 것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약간의 뻥을 치는 것이구나!"라는 의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디오 기기를 튜닝하면 할수록 레바송 사장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누구나 인정하듯 오디오 기기의 모든 소자들, 메카니즘들이 어느 것 하나라도 진동에 따른 악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습니다.

반면 저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무공진 사상으로 만든 스피커"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은 음으로 울리도록 귀로 튜닝한 "약간은 공진을 하는 스피커"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소스기나 증폭기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최근, 새로 구입한 허접 CDP를 허접 랙에 넣고 음을 튜닝하는 가운데 이 진동의 영향을 실감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랙의 유리판 위에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놓고 들었습니다.
조금 크게 음을 틀으며 CDP의 윗판을 살며시 손을 대보니 공진에 의한 진동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한가지 두가지 진동 제어를 위해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적당한 크기의 돌판을 펠트천을 사이에 갈고 CDP 윗판에 얹었습니다.
돌판 전체를 펠트천으로 까는 것과 군데군데 손톱만한 크기로 분산해서 까는 걸 시험해 봤는데 후자가 더 좋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약간 강도가 높은(스파이크가 파고 들지 못할 정도) 나무판을 바닥에 놓고, 스파이크를 끼웠습니다.
나무판의 재질 강도에 따른 차이도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시험해서 찾았습니다.
스파이크와 기기 사이에 '직접 접촉', '펠트천 삽입', 고무다리에 덧대기' 등의 3가지 방법을 사용해 보고 고무다리에 덧대기로 낙찰했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수평계를 가지고 수평도 잡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돌판-펠트천-CDP-고무다리-스파이크-나무판-유리판-금속 랙 등의 순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 그냥 들었을 때와 우선 확연히 달라진 것이 저역의 질입니다.
처음에는 저역이 너무 양이 많고, 번지고,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튜닝 후에는 저역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뒤로 물러나 들리고 맑아졌습니다.
고역도 까실한 것이 준 느낌입니다.

저도 CDP의 진동제어로 소리가 이처럼 크게 달라지는 상세한 원인은 잘 모릅니다.
주로 엔지니어 친구들은 "이론적으로 달라질 일은 별로 없다"는 의견이고,
경험에 의존한 오디오파일들은 "당연히 달라진다"는 의견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오디오용 랙은 "전자 현미경 베이스"라고 합니다.
원자 배열까지 봐야 하는데, 약간의 진동(아무리 작은 진동도 원자 수준에서는 엄청난 흔들림)도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제프 로렌드인가 누군가가 측정실에서 레코드 플레이어를 이 전자현미경 받침대에 올려서 사용하는 것을 봤습니다.
부러워서 일단 값을 알아보고는 포기했습니다. ㅠ.ㅠ;

돌아오는 휴일에는 목재소나 바둑판 공장에 가서 비자나무, 참죽나무 쪼가리를, 그리고 청계천에서 납판, 신주판 등을 구해 올 계획입니다. 다양한 재질로 실험을 해 볼 생각입니다.

우선 LP플레이어와 CDP를 벽체에 튼튼한 선반을 달아서 올리는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가장 진동에 강한 곳이 벽체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