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정신나간 무식한 짓 제 2 탄^^

by 박일남 posted May 3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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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 슈트리이히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그녀의 귀족적인 고음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음악성을 나누자하면 그녀의 스승  엘리자베스 슈만(원칙적인 스승들은 마리아 이보권, 에르나 베르거의 정통적인 독일 콜로라투라의 후계자) 이나 롯데 레만의 슈베르트나 볼프의 가곡이 더욱 더 뛰어 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부인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도이치 민요의 밝고 상큼한 맛은 아무래도 리타의 손을 들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아주 멀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을 벗어나 작은 지방에 살다보니 가끔은 청명한 날 별 밤 아래 작은 그림자 이끌고 뒷산에 서성이고 들어오는 깊은 저녁에는 유난히 리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구스타프 말러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별은 얼마나 많은지”가 작은 공간에 펼쳐지면 각박한 생활이지만 조금은 아니 약 2 % 정도 모자란 행복이 넘쳐든다.

형식적인 표현으로 예술을 평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것도 오디오적인 음악이 아마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근원적인 요소를 찾아 그 원천을 찾다보면 가장 피라미드의 정상에 있어야 할 것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닐까? 이러한 생각 때문에 약 2 % 정도 모자라지만 성악이 있는 저녁엔 늘 생각이 많아진다..

도이치 사운드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성악 즉 사람의 목소리를 표현하는데 있어 착색없는 내추럴한 질감 때문이기도 하다. 감성적인 미학에 있어 나름대로 가장 근접한 소리를 찾고자 방황한 세월이 그리 짧지도 않지만 언제고 목마른 사슴처럼 귀만 종긋 세우고 많은 밤을 두리번 거리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만큼 이 길은 쉽지 않었던 긴 여정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기에 이렇게 작은 행복이 찾아 온 날은 조금은 쉬어가며 별 밤 아래 남아있자.

임무교대! 시작(始作)기 였던 이소폰 P 3037의 가봉한 옷을 벗기고 작은 방에는 또다시 커다란 몬스터가 벽을 대신해 거대한 위용을 갖추고 우둑커니 서있지만 그래도 만든 보람을 느낄 만큼 좋은 소리를 펼쳐주기에 그간의 쌓인 피로가 눈녹듯 스러진다. 오래 전에 세워 두었던 계획중에 내 평생에 있어 나와 같이 있어야 할 스피커를 만들어 보자하고 나름대로 구성을 세워 보았다. 그중 이번 스피커가 첫 번째 목록에 들어가기에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유닛의 구성은 이소폰 12인치 풀레인지와 같은 독일 계열의 15인치를 같이 사용하였고,
지멘스 4 인치 트위터 2개를 한 채널에 배치하고 초고역에 젠센의 유명한 RP 302를 장착하였다.

구조적인 컨셉은 먼저와 거의 같지만 배플의 사이즈가 넓이 180 센티에 높이 220 센티로 작은 방에는 부담을 느낄 만큼 조금 크다. 목재의 재질은 플라이가 좋은 자작나무 합판으로 하여 마감은 오일 스테인을 바르고 샌딩작업을 통해 나무의 결을 살려내기로 했다. 약 10 여일 거의 새우잠을 자며 만들었고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무게가 워낙 한 덩치하니 혼자서 조합을 하면서 들었다 놨다 하며 만들다보니 몸에 여러군데 퍼런 멍자욱이 들었다.

우선 스케일이 먼저 P 3037 과는 또 다르다. 먼저보다 더욱 열기가 느껴지며 깊이가 있으면서 묵직하게 다가오는 저음의 배음과 자작합판에서 오는 단단한 중역대의 질감이 흐트러짐이 없고 RP 302는 워낙 뻗침이 좋고 음압도 만만치 않기에 앞 부분에 약 5 mm 정도 공간을 두고 혼의 입구를 막어 두어 초고역은 슬쩍 지나가도록 하여 음장감의 배음에 받쳐 두기로 하였다. 약음에서 분해되는 음의 입자는 아마 RP 302 트위터가 발군의 위력을 발휘하는데 있어 으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 것이 그대로 적중하였기에 그동안의 발품 팔은 귀동냥이 아주 긴요하게 느껴진다.풀레인지 유닛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네트웍을 사용하지 않고 오일 콘덴서를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음감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모자람도 많겠지만 우선은 여러면에서 만족하고 한 3 년쯤 지나 자작합판이 바짝 마르고 에이징이 되면 지금보다 기막힌 소리가 나리라......^^

내 평생에 같이 반려할 스피커는 모두 6 종류가 된다. 물론 모두 나 스스로 자작하여 조합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 첫 번째 작품(?)은 Jazz 의 음감에 기준을 두어 나름대로 거기에 합당한 유닛을 준비하여 단단히 작심을 하고 정성으로 만들어 보았다. 순발력과 음의 깊이와 넓이 즉 공간감에 뛰어난 반응을 해주고 있고 자작합판과 15인치의 궁합에서 적당한 떨림의 잔향이 가장 마음에 든다. 좋다! 이렇게 혼자 독백을 하며 리타 슈트리히를 잠재우고 쳇 베이커와 Colemen Hawkins & Ben Webster 과 같이 있으며 레드와인을 한 모금 입에 담아 약 4 초 음미해 보며 감성적인 미학에 약 2 % 모자란 행복에 흠뻑 젖어든다...   



      Chet Baker-My Funny Valen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