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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김모님 입니다!

by 김영철 posted May 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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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수습될겁니다
엄 거사님도 수긍을 한것으로 알고 있고,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단순한 견해차이이고
표현 방식에 따른 차이입니다
모 유닛이 좋다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값오르고,물건품귀이고
모 방식이 않좋다 하면 무조건 물건나오고,가격은 곤두박질이고
이런풍토를 막기위한 것이지 엄거사가 나쁘다...모 그런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지만 흑백논리로만 모든 것을 다스리려는것은 아니라는 방식의 차이 입니다
어느음이 어는 방법으로 좋더라 하는 고집과 자기 주관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군사정권의 논리로 무조건 1,2,3등을 따지고 그 등급에 따라 호불호를 따르는 방식이
우리동호회에는 팽배해진 것 같습니다만,이건 아니지요
물론 과거에 오디오를 파는 일부 악덕업자분들께서 많이 하던 방식이기도 하고요  
불가에서는 생생지덕이란 말이 있습니다
불교가 성한 대만고승들의 화두이고요
우리불교 입장은 격물치지라는 화두가 있습니다
두 화두가 함축한 의미는 모든 만물은 각자 지녀야할 고유의 자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존중한다는 것이 대강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만
제가 고승이 아니니 짐작만 하는 것이구요
두분의 의견은 서로 좋은 방면으로 전화통화를 제안 했습니다만
감정이 아닌 개인의 사정으로 통화는 당분간 어려울것 같고
근시일내에 자리는 한번 마련해 볼려고 합니다
물론 두분다 감정적인 앙금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한분은 동호회의 활성과 오디오의 무조건적인 고정관념을 깨우치기위해 올린글이며
한분은 과거의 일등사태(무조건적인 백안시)를 우려해서 이글을 올린것 입니다

이점에 대해서 관람객(?)은 오해의 소지가 있겠군요

과거 하이텔 시절의 역활이 다시재연되는 것 같아 재미도 있구요
과거 보다 한층더 토론이 건전화 되는 것 같이 보여서 우리사회가
발전될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김 모...




><1. 레고블럭>
>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6살의 나이차가 있는데, 둘이 재미있게 어울려 노는 것을 보면 거의 동년배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둘이 함께 자라다 보니 큰 아이는 어려지고 작은 아이는 노숙해지나 봅니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작은 아이는 큰 아이로부터 온갖 중고품을 대물림하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옷가지, 학용품, 장난감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대물림이 매끈하게 되어 지금도 작은 아이의 중요한 장난감이 되어 있는 것이 레고블럭입니다. 큰 아이가 혼자 외동으로 한참 자라다 보니 당시에 떼쟁이가 되어 지나치게 많은 장난감을 소유하였습니다. 이제 그 유산이 고스란히 둘 째 아이의 것이 되었습니다.
>
>둘째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으로 마지막 어린이날을 앞두고 은근히 선물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부모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대개 부모가 사주고 싶어하는 선물과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은 일치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
>"그냥 마음 편히 레고블럭이나 사 줄까?"
>
>아침에 출근하면서 내가 와이프에게 던진 말입니다.
>
>그런 생각에서 출발해서 레고블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레고블럭은 덴마크의 어느 목공인이 나무로 블럭을 만들어 아이들 장난감으로 판매한 데서 출발합니다. 이것이 플라스틱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그런데 레고블럭이 처음 아이들 장난감으로 소개되었을 때, 오히려 경악한 것은 어른들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정밀 기계공학 등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경악했다고 합니다.
>
>레고블럭의 금형 정밀도는 1/1000mm 이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1/1000mm만의 금형정밀도 만으로는 그정도의 정교한 블럭을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NC머신 같은 것으로 경질의 금속 표면을 1/1000mm의 정밀도로 가공하는 것보다, 열에 민감한 플라스틱 작은 블럭을 성형하는 금형의 정밀도는 더 걍팍하고 다른 노하우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이랍니다.
>
>실제로 세계 레고블럭 쌓기 대회 같은 데서 보여지는 '작품'을 보면 조립된 작품의 높이나 폭이 수m 이상이 되어 수십만개가 조립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거의 오차 없이 조립이 됩니다. 만약 1/000mm에서 조금만 오차가 늘어도 수 만개의 블럭이 조립되면 서로 끼워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틈이 벌어질 겁니다.
>정밀 기계 공학의 입장에서 오차를 1/10을 줄일 때 들이는 노력은 처음의 1/10과, 1/1000에서의 1/10이 같지 않다고 합니다. 1/1000에서 정밀도를 1/10을 줄이려면 수만배의 노력이 든다고 합니다.
>
><2.오디오병>
>
>오디오도 레고블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공간에 소스의 원음 파장이 방출된 이후 이를 수음해서 기록하고 이걸 재생하는 경로를 보면 이 과정에 개입하는 변수는 그 수를 따지기 힘들 정도로 많을 겁니다.
>그 모든 경로의 변수를 일일이 극한의 정밀도로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학습과 경험에 의존해서 "가장 영향이 큰 변수부터" 오차를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 갑니다.
>
>처음에는 비교적 쉽습니다. 30만원짜리 기기쯤 쓰다가 100만원쯤 되는 기기로만 바꿔도 금방 음질이 향상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재미에 이것저것 손대고 돈을 투자하고, 기기도 바꾸는 오디오병을 앓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대개 "동의된 처방"에 의존합니다. 어떤 기기에는 어떤 매칭이 좋고, 임피던스를 맞춰야 하고, 진공관은 어떤 것이 더 좋고, 스피커의 특징은 어떻고 하는....
>
>그러나 어느 순간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개인별로 그런 한계를 초래하는 변인은 약간씩 다릅니다. 누구는 돈이 부족해서, 누구는 전문적 지식이나 손재주가 부족해서....등등
>대개는 돈이 부족해서 겪는 한계가 많습니다.
>분명히 어떤 부분을 보다 좋고 비싼 기기로 대체하면 지금의 문제가 개선될 것인데....라고 알고는 있지만 불가능한 경우, 아! 청음 공간만 넓어지고 음향 튜닝을 제대로 하면 되는데...등등
>
>그러나 오디오병에 좌절이나 포기는 없습니다. 제한된 한계 내에서 어떻게 하든지 개선을 해 보려고 몸부림치기 시작합니다. 부품도 바꿔 보고, 룸 튜닝재도 가져다 붙여 보고, 케이블도 바꿔 보고, 땜질도 다시 해 보고.... 온갖 좋다는 그러면서 돈은 적게 드는 처방을 동원해 봅니다.
>그런데 이게 자기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떻게 듣다보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한데, 다음날 들어보면 전보다 못해진 것도 같고....
>그러다 소 뒷걸음질처럼 제대로 맞을 경우도 있고....
>
>이런 경우 "음향 공학"보다는 "음향 심리학"이 더 영향을 미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오디오병이 초래한 조바심을 동병상련으로 치유할 동지들이 필요해 집니다.
>그래서 "공감형성"을 위한 "동의그룹"을 형성하고 싶어 합니다.
>여기 동호회 모임 비슷한 것입니다.
>
>내가 JBL을 좋아하는데, 가끔 자기 확신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 집에서 들어 본 알텍이나 타노이가 더 좋게 들리는데 과연 내가 JBL을 좋아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 식의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동인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다가 나보다 경력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이 확신해 차서 JBL을 좋아하고, 더 나아가 그런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크게 안심이 됩니다.
>
>그렇게 비슷한 선택이나 경험이 축적되어 취향으로 굳어진 사람들이 그루핑을 합니다.
>심리적 안정도 찾게 됩니다.
>
>그런데 상당히 다른 취향이나 견해를 가진 그룹이나 개인이 자신이 형성한 그룹과는 다른 주장이나 견해를 피력하면 심리적으로 매우 강한 반발감을 갖게 됩니다. 어렵게 형성한 심리적 안정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자기방어적 본능이 발동합니다.
>
>물론 "아- 그건 그냥 서로의 관념이나 취향 차이야!"라고 쉽게 흘리고 지나갈 문제라면 동요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런데 심리적 동요는 대개 "관측이나 계량이 어려운 조건의 문제인데 분명히 음감에서 차이를 초래한다고 의심하고 있던 문제"로부터 파생됩니다.
>
>저는 주로 채식을 위주로 하고 생선을 함께 취식하는 식생활을 합니다.
>평소에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서로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편한대로 삽니다.
>그런데 어느 시기, 전날 도살장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다룬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한 다음날이던가, 과음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데 혹시 육식 안주를 안 먹는 탓인지를 스스로 의심하던 날이든가 할 때, 누군가가 "채식은 안 좋은 것이다."라고 하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해질 수 있습니다.
>
>평소라면 웃고 넘어갈 일인데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지도 않은 영양학, 식품학, 의학 등의 잡지식까지 동원해서 디베이팅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을 채식위주로 바꾸지도 못하고, 저 스스로도 육식을 좋아하는 쪽으로 바뀌지도 못합니다. 그냥 저 하고 싶은대로 지금처럼 살아갑니다.
>
>세상 어느 일이던지 한 방향을 추구하다 보면, 정확히 확정을 짓지 못하는 미세하고 불확정적이고 애매한 경계선에 머물게 됩니다.
>마치 예리하게 칼을 갈다 보면 극도로 날카로워져서 날이 한 쪽으로 자꾸 넘어가는 때와 비슷합니다. 조금만 더하면 될듯한데.....라고 조바심 하면서 잘 안 되는 때입니다.
>
>제일 좋은 방법은 음악을 잠깐 듣지 않고 여행을 다니던가 낚시를 가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한참만에 들어보면 그토록 "문제 투성이"로 여겨지던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도 아주 좋은 소리를 낸다고 흐뭇해질 수도 있습니다.
>
><3. 네트워크>
>
>회사일 때문에 음악 듣는 시간도 줄고, 오디오 건드릴 일도 없이 한달쯤 지나다가 지난 휴일 모처럼 그동안 불만의 대상이었던 네크워크를 손봤습니다.
>모 전문가의 코치를 머리에 두고 있었는데, 우퍼는 그냥 12DB/OCT로 두고, 중역과 고역만
>6DB/OCT로 바꾸라는 코치였습니다.
>이틀에 걸쳐서 중고역을 6DB로 바꾼 후 코일의 용량과 콘덴서의 용량을 미조정해 가면서 가능한 한 맞췄습니다.
>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그동안 12DB네트워크로 조정해 가면서 점차 주파수 특성의 리니어리티는 개선되어 가능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음은 더욱 더 불쾌하게 변한다는 판단으로 괴로워했습니다.
>그런데 네트워크를 조정하자 그런 불쾌감이 사라지고, 음이 보다 맑고 투명하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특히 "자연스러워졌다"가 중요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귀를 불편하게 했던 유닛간의 위상의 불일치가 상당히 개선된 효과인 것 같습니다.
>
>늘 그렇지만 스피커만큼 손을 대면 큰 폭으로 음이 바뀌는 물건도 없습니다.
>지금 조정해 놓은 것도 최선이 아님을 잘 압니다. 다음에 더 손을 대면 크게 나빠지거나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겁도 납니다.
>
><결론 / 반성>
>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배선재의 굽은 각도의 차이"와 같은 문제로 누군가와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논란을 유발하고,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감정을 전파한 나의 어리석음과 유치함에 대해서 심히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
>아마 제가 지금 그동안 굶주렸던 "여행"이 무척이나 가고 싶어서 엉뚱하게 들끓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