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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와이어와 단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by 윤영진 posted Dec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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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시스템 전반을 순서대로 튜닝해서 아날로그 LP 재생까지
얼추 맞추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중요한 것이 한동안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워낙 여러 기기를 이리저리 들쑤셔서 부품 갈고, 땜질 새로 하고 해 놓다 보니
소위 말하는 에이징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1차 에이징은 2주일 정도 흐른 후 찾아왔습니다.
소리가 탁- 터지는 느낌이 어느 순간 갑자기 오고,
전체 게인이 약간 오르며 흐릿한 음장이 걷힙니다.

1차 에이징에서는 주로 땜질부위와 배선 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트랜스포머나 인덕터 같은 것들도 선재들에 전기가 도통하면서 자리잡는 시간이
얼추 그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2차 에이징은 좀 더 시간이 걸립니다.
주로 콘덴서류 같은 것들이 2차 에이징에 작용합니다.
전원부와 신호라인의 차이도 있고, 콘덴서 재질에 따른 차이도 있고....

카트리지도 구동안 죽 쓰던 것은 괜찮지만 새로 장착한 것은 50시간 이상
가동한 이후에야 소리가 잡히는 것을 느낍니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케이블 라인"입니다.

인터커넥터 케이블이나 스피커 케이블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오디오파일들의 개인 역사의 과정에 따라 몇 번의 변화를 수반합니다.

일단 하이엔드급의 최신 오디오 기기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처음 진공관 기기를 즐기기 시작하면 소수를 제외하고는 직접 기기를 수리하거나
오버홀하거나, 회로나 구성을 변경하거나, 자작을 할 수 있는 것이 드뭅니다.
저도 20년 전에 그런 기간을 3-4년 쯤 겪었습니다.

그럴 때에 기기 튜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제한적이고
주로 스피커나 기기의 방진, 흡음, 케이블 교체 등입니다.

그러다가 직접 기기를 해체했다가 조립하고 수리하고 회로를 바꾸고
부품을 바꾸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케이블과 같은 "수동적 요인"은 한동안 소홀하게 됩니다.

회로의 시정수나 부품 약간 바꾼 결과로 바뀌는 음의 변화 폭이 케이블 수백만원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바뀐 변화 폭보다 큰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과"로 볼 때 케이블 류에 돈과 신경을 그만큼 덜 쓰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이 상당히 길게 이어집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개인마다 편차도 심하고......

그러다 가끔 "기기 튜닝이 얼추 완성되었다."고 느낄 때가 찾아옵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영구지속형"은 못됩니다.
곧 변덕과 "좀 더 나은 그레이드"를 추구한답시고
어렵게 맞춰놓은 시스템 밸런스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다시
복잡하고 미로 같은 길을 반복하게 될테니....

어쨌든 시스템 토탈 밸런스를 어느 수준 맞추었다고 생각되면 다시 찾아오는 것이
케이블류에 대한 관심입니다.
마지막 '시야게(화룡점정)'를 하는 것이지요.

우선 여러 종류의 스피커 케이블을 비교 시험해 보고
최종적으로 순은선 평판형 케이블로 고정했습니다.

'실텍'이란 회사에서 선보였던 플랫라인 스타일의 케이블입니다.
전체 도선 단면적을 합산하면 12게이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앰프와 스피커 사이 거리에서 딱 50cm 정도만 여유가 있도록 최대한 짧게
연결했습니다.
처음에는 중고역으로 밸런스가 치우쳐 들리더니 2-3주 되면서 전대역 밸런스가
맞아들어갑니다.

가장 좋은 점은 "특이 성향"이 적다는 점입니다.
확- 좋게 느껴지는 점도 없는 반면, 어느 곳 하나 도드라지거나 하는 곳도 없습니다.
그냥 세탁 후에 다림질 잘 된 옷감 같은 보편적인 단정함.....

인터커넥터 케이블은 참 어렵습니다.

우선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기술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이라는 점입니다.
쉴딩 때문에 캐퍼시턴스가 발생하고, 여기에 절연물질의 물성이 다른 차이를 만들고....
쉴딩의 구조나 제법에 따른 차이가 생기고
와이어의 재질이나 매트릭스에 따른 차이도 가세하고....

참고로 저는 굵은 선과 가는 선을 복잡하게 섞어 놓고,
굵은 선으로는 저역이, 가는 선으로는 고역이 통과한다고 선전하는
고가의 케이블 만드는 회사의 "박사들" 말은 절대 안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문제, 또 케이블 회사가 케이블 선전을 할 때
강조하는 문제 외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단자"입니다.

전에도 몇 번 강조했지만 단자에 금도금 하는 이유가 "전도성" 때문이 아니라
"부식 방지"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황금이란 것이 전도성도 상당히 좋고....

문제는 금도금을 하기 전의 기본 금속재질과 금도금의 품질입니다.
중가 이하의 단자들은 기본 금속 재질을 아주 나쁜 것을 쓰고, 도금의 두께도
아주 얇습니다.

몇 달 되지 않아서 도금이 벗겨지고, 아주 나쁜 기본 재질이 정체를 드러냅니다.
세척제로 잘 닦고, 표면 보호제로 처리를 해도 또 금방 표면 부식이 되고 ......

결국 해결책은 '순은 단자', '순동 금도금 단자' 등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외국에서 국내 구입가의 1/4 정도로 4N 순은 단자와 6N 순동 단자를
여러 개 구입했습니다.(이상하게 순동단자가 약간 더 비쌉니다.)

케이블 와이어는 m당 5천원짜리(OFC선)와 m당 3-5만원 짜리(단결정PCOFC선)를 써서
비교해 보려고 두 가지로 만들었습니다.

쉴드선은 납땜하고, + 신호선은 압착 결합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하고는 거의 한 달을 비교 시청을 했습니다.


1) 고가의 유명한 외국제 완제품 케이블

2) m당 3-5만원 짜리(단결정PCOFC선)에 순동 단자

3) m당 5천원 짜리(OFC)에 순은 단자

4) 순은선에 일반 중가의 단자


우선 고가의 외제 완제품 케이블은 '개성'이 느껴집니다.
물론 나쁜 쪽은 아니지만, 화려하다고 할지 청감상 호소력을 느끼게 하려고
일부러 노력한 결과인지.....
고역과 저역을 약간 강조하고 중역대를 약간 조이는 듯한 ......
웬지 음조성 자체가 비싼 값을 위한 의도적인 왜곡 같아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임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님)

자작 케이블들은 와이어의 가격만큼 차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중립적으로 매우 단정합니다.
이런 중립성은 와이어보다는 단자의 영향 같습니다.

오히려 전에 중가의 금도금 단자로 만들어 오래 쓰다보니 도금이 벗겨진
케이블들의 문제는 쉽게 드러납니다.
오래된 가구처럼 접합부위가 좀 헐거운 느낌도 들고 고역과 저역도 좀
성의 없게 재생하는 듯한.....
순은선을 썼는데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선명함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역시 단자의 불량함이 도체의 성격을 악화시킨 듯 합니다.

케이블의 평가는 너무 주관적으로 애매한 점이 많아서 아무리 얘기해 봤자
얘기하는 저도 확신이 안 서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 점은 가려 들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결론은.......

2m 이내의 길이로 사용되는 인터커넥터 케이블에 있어서
선재의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 길이에서의 캐퍼시턴스나 도체 저항값은 정말 무시해도 될 수준입니다.

벌크 선재 판매가를 기준으로 m당 5,000원에서 2만원 정도 선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단자만큼은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200만원짜리 케이블에서 단자 부위의 도금이 벗겨지고
표면 부식이 되고 때가 묻은 데에 따른 악영향은

5만원짜리 케이블의 단자가 접촉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순은, 순동 단자들은 대체로 제작과정에서 표면처리를 해서 표면 산화가 잘 일어나지 않고
표면산화가 되어도 전도성은 충분히 유지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골초가 있는 방에서는 시꺼멓게 변색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금은방에 가면 "귀금속 세척제 용액"을 1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담궜다가 물로 씻으면 깨끗해집니다.

좋은 단자를 써서 접촉을 좋게 유지하면
전체 음이 중립적이고 투명하며 밸런스가 잘 잡힌 음으로 정리됩니다.

물론 이런 음을 너무 범생이 같다고 싫아하는 분들도 있으니
제 말이 꼭 정답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