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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B 앰프 딜레머

by 윤영진 posted Feb 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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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장터를 기웃거리다 보면 유난히 "잘 만든 300B 앰프들"이 자주 거래 품목으로 나옵니다.
물론 워낙 만들어진 수량이 많다 보니 거래량도 많겠지만.....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이, 왜 저렇게 잘 만들어진 앰프들이 주인의 사랑을 못 받고 금방금방 되팔려 나오는 것일까? 라는 의문입니다.
자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그다지 금전적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판매가도 제작가에 비해서 상당히 할인되기 일쑤이고....

그래서 추측하는 것이, 저도 약 한 달 남의 300B 앰프를 빌려 듣다가 돌려 주고 다음에는 그다지 다시 갖겠다는 생각을 안 했던 아주 주관적이고 단기간의 경험만으로 볼 때, 300B라는 관으로 만든 앰프는 일단 "상당한 금전 투입"으로 만들거나, WE 91이나 1086 정도 앰프에 사용하지 않는 한 그다지 오랜 기간 애정을 느끼며 사용하기 힘든 것 아닌가 하는 겁니다.

특히 PP로 구동할 때는 보다 쉽게 음의 밸런스를 잡는데, 싱글로 구동할 때는 웬만해서는 대역상 만족스런 밸런스가 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 만들어 구동했을 때야 나름대로 좋은 소리를 내지만,
비용 대비 음질로 볼 때,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경우를 더 많이 봅니다.

그래서 과연 300B가 일반 초심자들에게도 문제 의식 없이 그냥 "직렬 3극관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일단 한 번 거쳤다 지나가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인식되어도 좋은 것인지 자못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애기가 자칫 관에 대한 개인의 기호 차이에 따른 심각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막귀 탓인지, 245, 45, 250, 50, 2A3  같은 다른 미국계 직열 3극관 소리보다 좋은 점을 못 찾겠습니다. 물론 비슷한 가격대에서.....

어쩌면 "같은 가격대에서..."라는 전제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300B라도 몇 년대 생산이냐, 각인이냐 아니냐, 300B냐 300A냐 게터 형태가 어떠냐에 따라 음질도 천차만별인데, 웬만한 가격대라는 것이 중국산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들을 기준으로 300B의 음질을 논한다는 것이 잘못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무척 돈이 많아서 50년대 이전 생산 WE 관을 퍽퍽 사용할 수 있고 앰프도 제작이나 구매를 수준급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니라면, 중국관으로 300B 앰프를 만들거나 쓸 것보다는 값싼 45나 2A3 같은 비교적 값이 싼 오리지널(^^)관으로 앰프를 만들어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 오디오계에서 '알택 스피커'와 '300B'에 대해서 험담을 하고 살아 남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제가 이런 소리 하고 살아 남을 지 두렵기도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