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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밥짓기

by 윤영진 posted Mar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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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세계 米質 품평대회”에서 자포니카종과 인디카종 크게 두 가지 부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는 쌀 품종을 놓고 과연 어떤 것이 가장 맛이 좋은 지 겨루는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중, 자포니카 계열에서는 1위가 중국 흑룡강성에서 재배한 유기농쌀이었고, 2위는 일본의 고시히까리, 3위가 미국의 칼로스였습니다. 한국에서 출품한 쌀은 아쉽게도 등수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에 따른 충격은 등수에 못 든 한국보다도, 고시히까리를 출품한 일본이 더 컸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의 고시히까지는 국제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세계 최고의 쌀이라고 자랑했고, 가격도 한 가마에 50만 원이 넘는 ‘최고가’ 쌀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중국에서는 쌀 농사는 주로 양자강 하루 지역에서 지었고, 북부의 흑룡강성은 쌀 농사 불모지였는데, 일제 강점 시기 전후로 간도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지어 먹기 위해서 논을 개간해서 쌀농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해서 현재는 경작 면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흑룡강성은 쌀농사의 천혜의 땅이라고 합니다.
수백만 년 축적된 영양분 많은 흑토, 높은 일조량, 큰 일교차 풍부한 수자원, 그리고 한 겨울에는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한으로 병충해가 없어서 농약을 덜 쓰거나 안 써도 되는 조건 조건을 모두 갖고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조선인들이 가지고 간 볍씨, 전통적인 한국 방식의 재배법.....

좋은 쌀이 날 모든 조건을 갖췄지요.

얼마 전, 메라민 우유로 난리가 난 와중에 중국의 최고 당 간부들에게만 공급되는 “특혜 식품 공급부서”가 있다고 밝혀져서 중국 민중들이 비난이 컸지요.
목록을 보면, 몽고의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특별히 사육된 육류, 티벳 고원 지대에서 채취한 순 자연산 녹차 등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쌀은 바로 이 흑룡강성에서 재배한 유기농쌀이 올라 있더군요.

저도 중국 출장 많이 다니면서 먹어봤는데, 어렸을 때 먹던 아끼바리 딱 그 맛이었습니다. 전까지는 요즘 쌀 맛이 없는 것이 품종 때문이 아니고, 내가 어려서 가난할 때 먹던 맛을 요즘 식품이 풍부해서 “혀가 고급이 되어서” 쌀 맛을 못 느끼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쌀 맛이 퇴보한 것이었습니다.

쌀 얘기를 진부하게 길게 한 것이.....

진공관과 쌀이 비슷해서입니다.

아무리 장작불에 가마솥으로 지어도, 컴퓨터로 자동 제어되는 최신형 전자압력밥솥에 지어도, 정작 쌀이 나쁘고 도정한 지 오래된 것은 맛에 한계를 가져옵니다.

그렇다고 쌀만 좋아서도 안 되지요.

오래 묵히면 안 되고, 금방 도정해서 쌀의 수분이 적당해야 하고, 적당히 불려야 하고, 좋은 솥에서 불 조절 잘해서 지어야 밥이 맛있지요.

진공관 앰프도 똑 같습니다.

진공관만 좋고, 앰프를 잘 못 만들면 소리가 좋을 리 없지요.
그렇다고 일부 고수분들이 말하듯이, “진공관은 상관이 없다. 만들기 나름이다.”도
옳은 말은 아니지요.

두 가지가 최상으로 결합되어야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세상에 꼭 어느 것만 중요하다는 것은 없습니다.
서로 좋은 것이 어울려서 시너지를 내지요.

박명철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제가 여러 번 말한 동일한 내용이 있습니다.

"비싼 관을 쓰면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하느라 고급 회로에, 고급 부품을 써서 만들기 마련"이고,

"좀 값이 싼 관을 쓰면 역시 값싼 부품으로 만들기 미련"이라.....

전체적인 투자는 도외시 하고, 관에 따른 음질로 쉽게 치부하는 것이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