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빈티지 기기 구입 및 사용의 어려움

by 윤영진 posted Apr 12,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자동차에 대한 복고적인 취미를 가진 분들도 드물게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 수가 많지 않지만 구미에는 아주 오래된 자동차의 빈티지 모델을 좋아해서 발매 된 지 수십 년이 넘은 차를 애지중지하면서 수시로 오버홀해서 애용하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약 10년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피아트 초기 모델(800cc 정도의 공랭식 미니카) 애호가들이 매년 여는 동호인 행사를 구경한 일이 있습니다. 수백 대의 앙증맞게 생긴 공랭식 미니카들 수 백 대가 모여서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을 감탄하며 보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골동품 자동차를 전시용이 아닌 ‘실제 사용’을 위해 운용한다는 것이 신형 자동차를 운용하는 것에 비해 매우 큰 노력과 고통, 그리고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예로 든 공랭식 미니카 정도만 되어도 그나마 낫습니다.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 정도 되는 럭셔리 빈티지카를 운용한다면 차 값도 엄청나지만 유지비와 부품 값 등을 따지면 최신형 롤스로이스 3대를 운용하는 비용을 웃돕니다.
  물론 불편하고, 성능도 문제가 됩니다. 연비도 낮고 일반적인 편리사양도 없고…

  어쨌든 이렇게 빈티지 자동차를 애용하려면 필수적으로 자동차의 전문적인 수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런 골동품 기기들을 애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즐거운 기쁨은 스스로 수리와 정비를 하는 그 과정 자체입니다.

  빈티지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된 제품을 사용하려면 필수적으로 본인 스스로 어느 정도의 오버홀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상점에 기기 시스템 일체를 주문해서 설치하고 사용자는 그냥 전기 꼽고 음악만 듣는 식으로는 오래된 빈티지 시스템을 운용할 수 없습니다.

  가장 모범적인 수순은, 이곳에서도 판매하는 키트 자작세트 저렴한 것으로 한두 번 정도 습작을 해 보는 것입니다. 초보자가 가장 쉽게 진공관 기기의 구조와 작동을 이해하는 대에는 수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두 번 키트 자작을 해 보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래된 진공관 앰프들의 구조와 기능, 부품의 역할 등에 대해서 상당한 이해가 축적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이 아는 분들에게 자주 묻고, 이론서도 참고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보통은 진공관 기기 자작은 빈티지 기기를 오래 사용하다가 나중에 손대는 것이 상례지만, 제 생각에는 그 정반대 수순이 옳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기초 지식도 없이 빈티지 기기부터 집에 들이면 금전손실과 수시로 발생하는 기기 트러블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앞 서 글 올리신 이동훈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빈티지 오디오판매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최고의 손님이 바로 이처럼 “잘 매칭 되는 시스템 일체를 턴키로 맞춰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손님입니다. 한 번에 보유하고 있는 기기 일습을 충분한 마진을 붙여서 판매할 수 있는 호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좋은 일만 별도로 오지는 않듯이 오디오를 판매하는 분들에게도 이런 손님은 또한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스스로 어느 정도 오래된 기기를 이해하고 오버홀을 할 수 있는 이용자라면 이런 식의 주문을 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기기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없는 초보 구매자와는 상호 이해의 가능성이 매우 낮고 클레임과 다툼이 연속됩니다.
  그 결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악화가 극을 치닫고, 그 와중에 죄 없는 빈티지 기기에 대한 악감정이 고착화 됩니다.

  안타까운 것이, 이동훈님께서 기기를 들이기 전에 이 사이트에서 미리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다른 선험자들의 지혜를 습득한 후에 “구매 액션”을 취하셨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