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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린 탄노이

by 이희석 posted Jun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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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옳으신 말씀입니다. 식견과 경험들이 대단하십니다.

안녕하셨습니까? 오랜만에 글로서 뵙습니다.
그러고 보니 탄노이를 업그레이드 하고자 자문을 구한 지가 벌써 1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탄노이에 싫증을 느낀 때라서 그런지 파트리샨과 임페리얼이 귀에 차서 헤매다가 결과는 임페리얼로 바꿈질하였습니다. 잘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었다고 할까요.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의 현란함에 반했다고 할까요. 하여튼 그런 소리에 매료되었고,,, 파트리샨은 경제적 부담을 느꼈는지,,, 또 한편으로는 제대로 셋팅도 되지 않은 것을 양도받아 제 소리를 낸다고 고생?도 좀 했습니다. 원망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그 바람에 젠센 공부도 하였고 지금은 그런데로 안정되어 잘 듣고 있습니다.

빈티지 음장감의 취약점과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글을 보고,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나름대로 피력해 봅니다. 이것은 하나의 사견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무릇 고수들에게 맞을까 겁이 납니다).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시면 고칠 수도 있고 또 공부도 하게 되니 흔쾌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지나쳤던 음장감에 대해 며칠동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몇가지 음반들을 반복하며 음미(테스트?)하였으며, 그 중 한 음반이 음장감 테스트에 가장 적절한 것 같아 새기며 듣는데 자꾸만 음악에 빠져 이 글을 쓰는데 지장을 줍니다.
먼저 염두에 둘 것은 매칭이 잘된 우수한 기기들이 셋팅되어 있고, 그에 따른 룸 튜닝이 적절해야 되며, 특히 많은 악기들과 합창이 있는 녹음도 최상급인 음반으로 들어야만 음장감의 각 요소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장감이란 용어에 대해 살펴봅니다.
음장 音場 soundstage 란 음향적으로 드러나는 물리적인 표현으로서 음폭과 깊이를 뜻합니다. 즉, 가로와 세로의 크기를 표현한다고 보면 되겠지요. 비슷한 용어로 이미지 image 가 있는데 여기에는 높이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장감 soundstaging 이라 하면 이들을 포함하여 표현되며, 여기에는 각각 악기의 위치를 나타내는 정위감 image specificity, 앞쪽을 바라보고 있는 악기의 방향감 soundstage forwarding, 앞줄보다 높은 뒷줄에서 나오는 계층감 soundstage layering, 무대의 뒤까지 꿰찰 수 있는 투명감 transparent, 각각의 악기 이미지들이 공간 주위에 둘러싸인 듯한 피어남 bloom, 적절한 음량감 volume과 잔향 reverbration,,, 등등의 요소들이 잘 표현하는가를 의미 합니다.
임장감 envelopment 은 청취위치까지 고려하는 효과음 effect sound 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주로 멀티 채널 사운드나 홈 시어터 등에서 설명되는 용어로서, 굳이 구분한다면 음장감은 주로 스테레오 사운드인 반면에 임장감은 서라운드 사운드까지 포함하여 느낌을 표현한다고 봅니다.

극대화한 음장감이란
겨우 2개의 신호음(마이크)이 신호선을 거쳐 기록된 2개의 채널과 2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그 넓고 다양한 음원들을 콘서트 홀과 같이 거대한 크기와 공간의 느낌을 우리의 귀와 뇌 속에서 청각적 이미지를 합성하여, 음악을 하나의 큰 이미지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악기마다 경계를 가지되 그 공간을 둘러싸인 이미지의 집합체로 보여 주는 것으로, 광대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초점도 있으며 피어나는 듯한 울림도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황홀한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좋은 재생음을 듣는 큰 조건 - 원음 재생력, 전대역의 고운 입자 다음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스피드는 일체감 beating 을 의미하며 음악의 통일감을 형성해줍니다. 음장감을 형성하는 정위감하고는 다른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음장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제대로 갖춘 시스템과 룸을 갖고, 실제의 음향공간에서 제작된 우수한 레코딩으로 재생해야 합니다.
무향실이나 스튜디오 등 좁은 공간에서 녹음한 레코딩이 아니라, 건축음향설계적으로 크고 또렷하고 우수한 콘서트 홀이나 교회 같은데서, 다수보다는 2개(스테레오)의 마이크를 통한 레코딩으로 들어야 제 맛이 납니다. 그래서 오디오파일용 음반들은 대개 이렇게 만드나 봅니다.
그리고 감상공간에서는 반사보다는 분산이 되도록 하고 잔향을 있게 하여 두 스피커보다 넓고 깊게 나와서 둘러싸여 빠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해야 합니다.
직접음만 듣게 되면 쉬 피곤해지므로 약간의 반사음이 가미되어 광채가 주위를 둘러싸인 듯하며, 악기마다 고유의 경계선을 갖되 약간 퍼진 듯 피어나게 들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튀미한 것이 아니라 초점 focused 이 잡힌 듯 선명 sharp 하여야 합니다. 무대가 훤히 보이듯 투명 transparent 해야 합니다. 장막 veil 을 걷어야 합니다.

지금 탄노이 GRF Red 에다 애써서 구한 super tweeter를 부착하여 듣고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탄노이는 베일에 가린 듯, 안개에 싸인 듯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현의 질감이 비단같이 곱고 부드럽다”.
바로 탄노이의 장점이자 단점을 표현한 말이죠. 여기서 단점이라 함은 피아노 같은 타건악기의 투명도가 모자란다라는 것이죠. 윗글에 표현한 음장감의 중요 요소, 즉, 투명도와 상반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빈티지의 최대 약점은 음장감에 취약하다’는 글은 ‘탄노이의 약점은 ,,,’라고 고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점도 있지 않습니까? 명주실 짜듯 비단결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 현의 소리 말입니다. 탄노이가 없어진 제 경우에는 자주 그립습니다. 그럴때는 술한병들고 옆집에 가서 듣고 옵니다.

그렇다면 개선점은,,,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쪼아주는 선을 쓰고, 음대역도 넓고 해상력 높은 커플링이나 저항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샤크 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MC60이나 가락 개조시에 사용한 블랙게이트, 젠센 실버나 쿠퍼 이런 것에 일가견이 있잖습니까?
선재나 부품을 적절하게 교체한다면 어는 정도의 투명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다른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도 많이 하곤 합니다만, 하기야 이렇게 되면 빈티지가 아니겠지요,,, 그런들 어떻습니까? 그렇다고 빈티지 소리가 안 나옵니까?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제가 애용하고 있는 커플링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구하기도 어렵지만, 좋다고 하면 값이 천정으로 뛰는 바람에 공개하기가 꺼려집니다(그러면 안되는데,,,).
또 코너형도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청취위치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빈티지라고 해서, 대형 스피커라고 해서 음장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한 여러 조건 중에 하나로서, 이것 말고도 애를 먹이는 것이 많은데,,, 하고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실연주를 들으면 음장감이니 원음 재생도니 이런 것이 생각나지도 않습니다. 기분전환이 될 겁니다.
탄노이의 장점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즐기십시오. 모든 것을 잘 울려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이 글이 섭섭하게 들렸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됩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