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결혼기념일, 생일 그리고 오디오

by 이규영 posted Apr 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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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껜 비번이어서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파워케이블 만듭다시고 헤메고 있는데 핸폰 메시지가 울립니다.
<생일 추카..> 몇년전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하고 있는 후배에게서 날라온 메시지입니다.
'웬 생일?!!'
달력으로 뛰어가 음력을 헤아려 보니
'아니? 내 생일이잖아?'
젤먼저 원망할수 있는게 마눌인지라
'이놈의 마눌은 미역국도 안끓여주고 출근했네? 쩝~ 어디 두고 보자'

케이블 만들어 빨리 들어보는게 급선무인지라 다시 제작과 시청에 몰두를 했습니다.
그 결과가 너무 좋아 마눌 응징은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그래도 그냥 지나갈수가 없어 산에 다녀오다 핸펀을 한통 때렸습니다.
"오늘 무슨날인줄 아나?"
"무슨날인데?"
"이사람아 성탄일이잖아 성탄!!!"
"웬 성탄?"
"이그 저걸 그냥....?"
잠시후 마눌왈,
"그럼 26일은 무슨날인지 아나?"
'앗 %# 결혼기념일어있네?'
"아!...우..리...결혼기념일이었네.....맙소사...깜빡했구나...쏘리"
"그래도 아니 이 인간아 결혼은 나 혼자 했나? 아무나 챙기면 좀 어때? 그렇다고 멀쩡한 서방 미역국도 안끓여 주고 나가냐?"
"멀쩡하기는 뭐가 멀쩡해? 이 오디오 중증 환자야."
"미역국 먹고싶으면 엠프한테 끓여주라고 하지 왜 나한테 성화야?...엠프안고 자고 진공관하고 입마추며 잘 살아 보라구...."
"......."

저녁에 밥사 먹이고 겨우 수습은 했지만 제가 봐도 좀 심한것은 같았습니다.
이놈의 A5를 들여놓고 근 1년간 여기에만 메달려 아무것도 할수 없었으니 마눌만 탓할게 아닌것 같습니다.
특히 요 몇달은 엠프튜닝하랴, 동호인집 귀동냥하러 돌아다니랴, 동호인 모셔오랴, 콘솔 개조작업까지....근무도 뒤죽박죽....집에 있을땐거의 밥만먹고 작업실로 직행하다 보니 해도 너무하긴 했습죠.
테스트 음반이랍시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음악을 수백번 틀어대니 듣는사람들도 고역일겁니다.

그래도 어떡하겠습니까?
오디오맨에게 자신의 오디오 소리가 좋아지는것 만큼 재밌는게 어디 또 있을까요?
오디오환자에게 결혼기념일이고 생일이고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미역국 안먹어도 소리만 잘나면 아무렇지 않고 선물이야 평소에 부품이나 음반등으로 지가 알아서 잘 챙기니 바라지도 않습니다.ㅋㅋㅋ
오디오를 만지다 보면 조금만 더 해놓고 애들 공부좀 봐주고 놀아줘야지 하면서도 끝이 없는게 우리들의 욕심이 아닐런지...
처녀의 가슴처럼 민감한 알텍, 정말 요물입니다 요물.....

정원에 철쭉(사진)은 어느덧 활짝피고 이미 지고 있는데 인두기 잡고 방구석에서 납땜이나 하고 있기는 너무 아까운 계절입니다.
오늘은 인두기를 잠시 놓고 철쭉끼고 소주나 한잔 해 봐야겠습니다.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씰데없는 글들을 너무 많이 올리고 있는것 같은데 이제 믿천이 다 떨어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