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다른 각도에서 사진한장 더

by 이규영 posted May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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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분 께서 사진을 잘 찍는다는 칭찬을 하시길래 키큰 철쭉을 중심으로 다른 각도에서 한 장 더 찍어 봤습니다.
우중충한 어제와 달리 아침햇살에 빛나는 철쭉이 마지막 색채를 품어대는게 찬란해 보입니다.
단풍과 꽃, 인물사진은 반드시라 할만큼  역광으로 찍어야 제 맛이 납니다.

순광으로 잡으면 생동감이 없고 멍청하게 보입니다. 다만 서정적이고 차분해 보이기는 합니다.
첫번째 사진은 흐린날씨에 거기다 순광으로 찍어서는 안될 포인트입니다.^^
이거 잡담게시판에나 올려야 되는데 이야기가 연결되어 좀체로 뚝 떼어서 옮길수가 없습니다.
다음부턴 잡담게시판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때 사진한번 해 본다고 길도 없는 설악산중을 헤메며 목숨걸고 날뛴적 있지만 위 사진들은
손톱만한 렌즈가 달린 디지탈 자동카메라로 제가 할수 있는 일은 프레임을 잡는 것 뿐입니다.
210만화소의 하급기라 색채표현에 한계가 많을것이구요.
아마 삭막한 알텍게시판에 꽃이 나타나니 더욱 예쁘게 보였을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땅 몇평사서 정원을 직접 꾸며보는것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오디오 자작 버릇이 있어 이런 나무또한 직접 사와 뒷산에서 질통으로 흙져다가 심어봤습니다.
땅 구입과정에서 아픔이 많았지만 흙을 만지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수 없습니다.
오디오 만들어 소리잘 나는것 못지 않은 성취감도 맛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백,천평의 땅이 있지않은한 그 즐거움은 아주 제한적입니다.
오디오 만지는것처럼 무궁하지 못하다는 얘기이지요.
그래도 퇴직하면 깊은 시골로 들어가 한우몇마리와 농사지으며 말년을 보내는게 소박한 꿈입니다.
귀가 멀어지면 정붙일수 있는게 땅뿐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인두를 버리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려 다짐했지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뒤늦은 기념일 축하주 한잔 마시러 나갔지만 마눌하고 먹는 술만큼 맛없는게 없는지라
소주한병도 채 비우지 못하고 돌아오기 무섭게 음악들으러 기어들어갑니다.

오랜만에 마신 술기운에 귀진동판이 급속히 에이징 됐는지 달콤하기 들리는 음이 그저 좋기만합니다.
소리가 잘 나지 않으면 되지도 않는 오디오를 만지는 것보다 술먹고 음악듣는게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것을 종종 느낍니다.^^

귀털고 나오자 마자 밀린 숙제를 한답시고 인두에 또 불을 지핍니다.
강태공이 세월을 낚듯 우리 오디오맨에게 인두는 낚시대 그 이상이 아닌가 주제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러나 그 한정된 세월을 낚시대나 붙잡고 보내야 하는지 가끔은 아쉬운 생각을 떨칠수가 없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 오디오 말고도 소중한 일들이 많을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도 좋은 음악과 오디오만한것은 없겠지요?

앞으로 오디오때문에 상처받을수 있는 일들은 가급적 피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얘기들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또한 말을 많이하다보면 실수가 있는법.
그간 저의 편협된 오디오 이야기등 잘못된 언사로 인해 혹 기분이 상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한그루의 멋진 꽃을 보며
마음을 푸시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