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하이엔드 케이블 입문기^^

by 이규영 posted Apr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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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생이가 웬 하이엔드냐구요?
그간 써오던 2천원짜리 PC용 막코드를 6만원대(인건비포함^^)로 바꿨으니 비용이 30배 증가됐으므로 하이엔드라고 표현했습니다.
어쨌든 드디어 일을 쳤습니다. 비교적 저렴하게...

한상현님의 A5와 신영석님의 더 파트리샨을 듣고 저역불만때문에 끙끙 앓던중...
얼마전 영설신공을 모셔와 <1차튜닝결과> 모니터링과 저역잡기 기초작업을 해 봤습니다.
인천서 수지까지 6L6PP 파워엠프 두덩어리 프리엠프 두조, 세덩어리를 들고오셔서 모든 경우의 수를 조합하여 테스트를 했습니다.
고역에 대한 불만은 없었는지라 저역쪽에 무게를 두고 점검을 하였는데 결론은 디바이더쪽과 파워엠프쪽에 문제가 있는것으로 드러났고 알텍에는 EL34PP보다 6L6쪽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른 방안을 찾기 전에 파워엠프 전원코드를 당장 바꿀것을 종용, 협박? 당했습니다.(영설님의 파워엠프 코드는 엄지손가락만 했었습니다.)
파워코드와 우퍼용 스피커 코드를 견실한 놈으로 바꿔주면 저역에 30%의 약진이 있을거라는 확약과 함께...

마침 두달전 오디오 인포 소리광 동호회에서 공구해 놓은 전원코드와 부품이 광주에 있었는데 다음에 내려갈때 천천히 가져올 심산이었지만 급히좀 보내줄것을 부탁했고 하룻만에 급조하여 시험을 해 봤습니다.
택배 받은날 저녁내내 두개, 어제 아침에 두개를 만들어 테스트 해 봤습니다.
모 인터넷 쇼핑몰과 LG가 합작해서 만든 12게이지의 은도금 스피커 코드인데 피복이 두껍고 딱딱해 생각보다 작업이 인내를 요구하더군요.
플러그류도 쫌생이라 2500원짜리 국산을 기웃거리다 공구 동호인들의 '강권'으로 10배나 비싼 수입품으로 했는데 그 만듬나 조작성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어쨌든 대여섯시간에 걸친 작업끝에 네조의 전원선을 제작했고(선재에 뱀가죽만 입히면 그만입니다.) 이까짓 전원선 하나로 변화가 얼마나 있을려구 반신반의 하며....
파워엠프 4개에 전원코드를 모두 연결하고 극성을 새로 맞추고 1시간정도 예열한뒤 대망의 테스트 음반을 올려 봤습니다.
결과는 놀랄 '노'자입니다.
엄청나게 늘어난 양감과 스케일감은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들었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연신 귀를 쭈셔 댔습니다.
정보량의 증가로 처음엔 고역이 좀 시끄럽게 들려서 은도금선의 버릇이 나오는구나 약간 실망도 했었지만 1시간 정도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유순해 지면서 맘껏 품어대기 시작합니다.
한시간만에 케이블이 에이징 될리는 없는지라 파워엠프의 에이징 실체가 드러난 것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이럴리가 없다.' '뭔가 잘못되었을 것이야. 좀 쉬었다가 다시 들어보자' 뇌까리며 전원을 내리고 흥분된 마음을 부여잡고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요즘 며칠간 운동을 못해서 귀가 잘못됐을것이란 생각이었습죠.
오랫만에 산에 오르니 나뭇잎들은 이미 클만큼 커버린것을 보고 저으기 놀랐습니다.
올들어 오디오에 너무 파고들다 보니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살아온것 같아서요.
한시간 정도 몸을 푼뒤 목욕재계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청에 들어갔습니다.

달라질 리가 없지요.
그간 스피커 전면 60%정도만 채우던 음량은 이제 꽉차서 집밖으로 터져나갈것 같았으며
정상체구를 유지하고 내 귓선에서 소담하게 노래를 불렀던 한영애는 몸집이 서너배 커져서 저 천정위에서 거만하게  내려다 보며 노래를 부릅니다.
지난 1년간 수백번 들었던 말러 3번 1악장은 초입부 테스트 부분만 듣고 음반을 들어버리기 일쑤인데 이번엔 너무 아쉬워 끝까지 줄창 달려 봅니다.
투란도트의 대규모 합창도 일체의 엉킴없이 단원들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보일듯 합니다.
정보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음은 유순하고 투명해 졌습니다.
내친김에 말러 5번과 좀 시끄럽게 녹음된 아이다 개선행진곡까지 음량을 한껏 올려 들어 봅니다.
개운합니다.
그간 스피커 1미터앞에서 멈춰버린 중저역은 뒤로 돌아 뒤통수를 쳐 대지는 않지만 이제 안락의장 어깨받침대 까지는 쭉 밀고 옵니다.  
타격음 안마를 때리고 있는데 마누라가 식사하라는 노크가 이렇게 미울수가 없습니다.
빈티지적 뉘앙스를 찾을수는 없으나 제 취향이 현대적 음색인지라 아쉬울게 없습니다.
4미터가량 남은 선으로 스피커를 연결해 봐야 하는데 기절해 나자빠질가봐 겁이나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소산님께서 방금 이선재는 전원선으로 효과가 더 많으니 소스부도 이걸로 도배하라 귀뜸 하십니다.

전원코드에 대한 첫 시도는 작년 8월부터 였습니다.
여기 알텍 게시판에 <소산>이라는 동호인께서 여러가지 전원코드 테스트 게시물을 보았고 그분에게 문의하여 케이블명과 구입처를 받았었지요.
엠프 스피커 튜닝의 기본을 소스나 케이블류의 변화없이 현 시스템 이대로 해야한다는 원칙때문에 그냥 잊고지내다가 우연히 소리광동호에서 그분의 주도로 케이블 공제가 이뤄지는것을 보고 참여를 하였고 또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영설신공에게 자극을 받아 일을 친것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주옥같은 정보를 공개하여 큰돈 들이지 않고 최상의 음을 이끌어 내게 해 주신 <소산>님과 구입에 도움을 주신 동호인분들에게 참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수십 수백만원하는 하이엔드 코드들의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으로 끝까지 갈것 같습니다.

그간 수많은 튜닝 변화중에서 이게 가장 큰 변화인것 같아 실로 보람이 큽니다.
얼마전에는 프리엠프 X7진공관을 만원짜리에서 브리마 고신뢰관으로 바꿔봤습니다.
고역이 쭉 뻗어 올라가면서 상큼해 지는 경험을 하였고 돈들인 기쁨을 맛본지는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최악상태에서 튜닝을 한다는 원칙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것 같고 좋은 부품 교체등으로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은것 같아 기쁘기 한량없습니다.(돈들어갈 일만 남아 큰일입니다.)
가난한 오디오 자작맨의 이러한 즐거움이 돈으로만 바르는 하이엔드 귀족들에게 얼마나 있을까 감히 상상해 보며 국산부품 80%로 백여만원 들여 제작한 프리엠프도 소리가 제법 나는데 수천만원짜리 프리엠프에서 이보다 얼마나 더 좋은음이 날까 궁금해 죽을 지경입니다.

알텍,빈티지 맨들에게는 스피커 유닛, NOS진공관, 유명트랜스외에는 얼마든지 싸고 좋게 음을 끌어낼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즐겁게 경험하였습니다.
다만 항상 그렇듯 제 시스템과의 궁합일것이고 다른조합에서는 위력이 없을수도 있을것입니다.
특히 빈티지 엠프류에서는 득보다 실이 있을수도 있을겁니다.
또하나 이러한 경험담들이 자유롭게 공개되지 못하고 있는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구입처를 공개하기는 좀 그렇고 궁금하신 분들은 멜로 주시면 정보를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력한 만큼 보답하는 알텍스피커와 그 개발자 랜싱에게도 경의를 표하며
알텍동호인의 득음도 기원하면서 쫌생이의 허접 자작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