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오랜만에 풀레인지를 들어보고

by 박찬영 posted Dec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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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텍 A-5... JBL harkness 등 대형시스템에 밀려 찬밥신세가 된 풀레인지
스피커 몇종류를 들어봤다.

"큰것은 좋은것이다" "大는 小를 포함한다"
어쩌면 편향적 대형 강박증이 이런 속어를 만들어 낸게 아닐까?
오디오뿐이 아니라 집도... 돈도... 심지어 사람까지...

자아도취에 걸려 음악을 듣는건지 음파(音派)를 느끼는건지 모른는 상태로
내귀는 서서히 15인치에 길들여진 당나귀 귀(남의말 듣지않는...)가 되었다.

가슴팍을 내지르는 퍼커션과 쉭~쉭~ 드럼스틱 날아가는 소리까지 느껴야
진정한 오디오라고 흐믓해하는 허위의식은 마흔넘도로 지워지지않는 대형
중독증인것이다.

마침 풀빵에서 김박중씨 통을 공동구매한다고 해서 한조를 들여놨다.
재주 부리지 않은 단정함과 잘 건조된 재질이 마음에 들었다.
몇가지 풀레인지를 총알장전하듯 대기 시켜놓고 감상에 들어갔다.

알텍 755C
에지(edge)가 선 뚜렸한 음은 아니었지만 강한어택과 꽉찬 중음이 마음에
들었다. 단점은 역시 클래식보다는 재즈에 맞는다는것과 고역의 뻗침과
화사함이 좀더 있어으면 하는 욕심. 그러나 중음의 밀도감과 보칼의 당당
함은 역시 알텍의 혈통을 그대로 전해준다.

알텍 755A

같은 알텍이지만 755C보다 한수위임을 금새 증명해준다.
나긋나긋하면서도 힘있는 음색에 달콤함까지 가미됐다.
클래식에서는 755C를 두단계 윗질의 음을 들려주었고
재즈에서도 차이가 분명했다. 약간의 음질향상을 위해
거금을 투자하는 오디오파일들에게 왜 755A인지 알수
있게 해주는 명기...

젠센 P8P
간단히 볼 물건이 아니다. 빨간배꼽에서 쏟아내는 질감있는
중역은 독특하다. 칙칙한듯하면서도 감성이 담긴 사운드는
이 놈이 보칼에 제격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에 젖은듯한 새시(새러 본)의 목소리는 고역으로 가면
관능적(?) 쾌감까지 느끼게 한다.
아스피린 수십알 털어먹고 들으면 가히 죽음 이다.
예리한 고음은 없다. 따라서 바이올린을 듣기엔
좋지 않다.

필립스 8인치

바이얼린에 딱이다. AD시리즈중 8옴짜리들 들어 보았는데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를 감성적으로 잘 표현한다.
언젠가 꼭 들어볼리라 하면서도 아직도 못들은 유닛이
필립스 8인치 600옴 짜리인데 이놈에 맞는 앰프를 만들지
못해 이번에 빠졌다.

첩 살림 들여다 보듯한 8인치 감상은 참으로 유익했다.
우리가 왜 대형중독증에 사는가 하는 원초적 본능을 반문했다.
물론 대형의 장점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1000원 짜리도 돈이라는 이야기를 말한것 뿐이다.
그것도 아닐지 모른다....그냥 횡설수설한 것이 맞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