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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주디오론

by 윤영진 posted Dec 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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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를 말할 때, 자주 빈티지라는 표현을 하고 오디오에도 그렇습니다.
저는 극히 개인적으로 "주디오/술과 오디오의 함성어"라고 하는데 아마 술(특히 포도주)와 오디오는 연분이 깊나 봅니다.

포도주에서 빈티지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연도에 담은, 좋은 포도로 잘 담은, 오래 잘 저장한
포도주"를 말합니다. 다소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유럽에서는 "유성이 많이 떨어진 해에 담은 포도주가 빈티지가 된다."고 해서 무식한
제가 천문학 전공자에게 물어봤다가 망신 당했습니다.
유성이 특별히 많이 떨어지는 해는 없고, 그 말은 하늘이 유난히 맑아서 유성이 많이
보였다는 의미라고....
어쨌든 공기가 맑고 일조량이 많은 해의 포도는 당연히 당도가 높아서 좋은 포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약 10년 전, 오스트리아에 놀러 갔을 때, 아는 분이 마침 포도 농장 하는 친구가
포도 수확에 일손이 부족하니 가서 경험도 할 겸, 일하러 가자고 해서 따라간 적이
있습니다. 기실 중노동이더군요 . 그래서 주로 동유럽에서 그 시기에 맞춰 파트 타임으로
일군들이 와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간 초보는 "체험 삶의 현장"에 출현한 꼴이었고, 속도와 일의 질이 ...망신...
그래도 이런 초보의 특징이 "점심 먹자!"는 소리에 1착, 먹는 양도 1등, 술도 오후 일 망칠 정도로 과음.... 저였습니다.

그 때,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그 곳의 지하 술창고를 들어가 봤습니다.
백 년이 넘은 술부터 연도 기록이 붙은 셀러에 빼곡이 저장된 와인들....우---
마치 LP판의 보고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와인 농장주들은 "빈티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와인들"만 적정량을 "자기가 두고 먹기 위해"
보관하고 나머지는 팝니다. 즉, 그 창고에 있는 와인들을 한 몫에 불러 "빈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야 뭐 압니까? 2병만 마음대로 골라나가서 먹으라는 말에
일단 오래된 걸 위주로 "뭔가 아는 듯한 표정연기를 겻들여" 골라서 마셨습니다.
아! 일하고 나서 야외에서 먹는 유럽의 시골식 점심! 그리고 진짜 빈티지 와인의 맛!!!!!
그러나 그 해(93년인가 94년인가...)는 최악의 해였습니다. 전 유럽이 날씨가 안 좋아서
전부 설탕을 넣어서 포도주를 담갔습니다. 참고로, 당도측정기로 으깨진 포도즙의 당도를
재서 기준 미달이면 설탕을 탑니다.

최근에 빈티지로 불릴 수 있는 것은 1990년도산입니다.
1990년에 유럽은 최고의 날씨를 기록했고, 이 해 담은 유럽산 포도주는 아무거나 다 좋습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디오 선진국의 당해년도 경제사정, 음향기기산업의 상황,
천재의 활약 등등 많은 요인들이 작용해서 "빈티지"가 나오기도 했고, 쭉정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니발님의 포도주.... 갑자기 입에 침이 고입니다.

클래식 들을 때는 역시 와인, 무곡에는 화이트, 실내악에는 레드, 꼬시는 중인 여자랑은 샴페인,
이미 다 꼬셔 놓은 여자랑은 블랜디, 와이프랑은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재즈 들을 때는 맥주, 블루스풍은 흑맥주, 모던풍은 유럽계 병맥주, 스윙풍은 OB맥주나 카스,

올드 팝 들을 때는 위스키 온더 락,
국악 기악 들을 때는 청주,
판소리에는 탁주,
휴전 재즈에는 칵테일,
뽕짝에는 소주,

음악에 신경 안 쓰고 마실 때는 폭탄주.... 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