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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계에도 사대주의가 있습니까?

by 윤영진 posted Dec 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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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잠을 잘 자고 나서 스스로 이런 무의미한 논쟁에 참여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아침에
지금까지 올린 글들을 찾아서 지웠습니다.

초등학교 수학책에 나오는 것이지만, 하나의 점에서 출발한 두 개의 선이 작게라도 각을 갖고
뻗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선과 선의 사이는 좁지만 멀리 갈수록 한 없이 넓어집니다.
이번의 논쟁도 그랬습니다.

처음 발단이 된 것은 어느 분들이 알텍 우퍼의 DCR측정에 따른 공칭임피던스의 추정에 대해서
매우 짧게 논의한 글이 시발이었습니다. 그 이후 잊혀질만 한 시간이 흐른 후 정선생님의 첫 글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논란의 대상이 된 한참 전의 짧은 글에 대해서 정확한 지적도 없었고 사람들의 기억도 희미해 졌기 때문에 장 선생님의 글은 조금 끈금 없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장선생님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경로를 밟아 사신 분인지 알려진 바 없습니다.
어느 분의 추측처럼 재일동포 같기도 하고, 얼핏 듣기로는 오디오 수입관계 일을 하면서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분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처음 글이 올라왔을 때, 이정도라도 그 분에 대해서 추측을 할 만한 단서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분의 첫 글에서 "상당히 오류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 실려 있었고,
그런 글이 특정 글이나 논제, 특정 대상을 정하지도 않고 "스피커 유닛의 임피던스 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지"를 공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 글이 내용상으로 문제가 없었다면
아무런 일도 없이 그냥 지나갔을 겁니다.
문제는, 남들의 무지를 지적하고 논박하는 글이 스스로 오류를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학생의 잘못을 훈계하는 선생님이 틀린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면 학생이 교육적 훈계를
받기 힘든 이치입니다.

이에 따라 몇 분이 그 글의 "오류와 문제점"을 지적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늘 있었던 수백번도 더 있던 사례의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대한 장선생님의 답글에서 폭발합니다.

소리전자 게시판은 그동안 연륜 속에서 아름다움 전통이 쌓여 있습니다.

워낙 오디오와 관련된 경험이나 지식의 편차가 심한 사람들이 "즐기며 참여하는 곳"이라 보니
누구나 실수나 오류를 범하는 것이 상례이고, 그런 것이 발견되면 다른 사람이 지적하고
흔쾌히 그 잘못을 바로잡기도 하고, 그 모든 과정이 정겹게 진행됩니다.

물론 치열하게 싸움에 가깝게 논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때도 논쟁이나 논란은
논쟁을 일으킨 '주제'나 '논제'를 정확히 가운데 놓고 벌어집니다.
즉, 논쟁에 있어서 '평등성'이 유지됩니다. 전자공학 박사와 초등학교 졸업자 간에도
자신의 학벌이나 신분이 논쟁의 무기나 배경으로 이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선생님의 경우는 그런 일반 상례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우선 몇 분의 문제 지적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의견이나 이론 제시" 등을 통해 토론이나
논쟁을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우선 가장 사람들에게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은 "동문서답"입니다.
A를 문제 제기해 놓고, A에 대해서 반론이 나오면 갑자기 D를 말하고, 그래서 다시 논란이
생기면 G를 말하는 식입니다.

처음 장선생님의 글에 대해서 댓글이 나오면서 살펴 보다가 어느 정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이분은 오디오에 목숨을 걸고 살아온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이런 분들은 대개 오디오에 관한 한 아주 작은 문제라도 자신이 정해 놓은 선에서 한 치도
다른 것은 인정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논쟁이 생산적 토론으로 발전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도 먼저 올린 댓글을 지우고, "이 정도 선에서 논쟁을 마치자"고 말했습니다.
백승호님이 곧 이어 "그만 둡시다."라고 호응해 주셨습니다.

거기서 그쳤으면 좋았을 겁니다. 그러나 뒤이어 그 분은 상당히 수준 높은 기기들과 유명인들의 사진을 연속해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사진들과 함께 처음 본인이 발생시킨, 논란의 씨앗이 된 문제점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납득할 설명이나 해명"이 있었다면 역시 아름다운 결과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선생님은 계속 "나는 이런 수준의 오디오 편력을 갖고 있다"라는 표현과
"당신들도 경험을 더 쌓으면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식으로 논란의 핵심을 피해서
동문서답을 계속했습니다.

처음에는 장선생님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했던 사람들도 "아! 이정도 분이니!" 하고
사진에 보이는것에 감탄하고 호의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진 밑에 붙은 글에도 역시 자신이 일으킨 논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한국의 오디오파일에 대한 눈아래 보기"식의 표현이나, 연도나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만이 연속되었습니다.

특히 그렇게 화려하게 꾸며 놓은 오디오기기들에 대해서 마음에 드는 것은 아직까지 없었다는
설명, 음악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논박한다는 주장 등이 계속되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의 반박을 초래했습니다.

이후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왜? 저렇게 훌륭한 사람을 텃세를 부려서 이지메를 하느냐?"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텃세를 부려서 훌륭한 오디오파일 하나를 이지메로 매장시킨다"는 분들의 면면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분들 보두 이 게시판을 통해서 그나마 먼저 경험하고 시행착오해서 알게 된 정보를
"매우 유치하고, 시시한 질문"일지라도 언제나 부지런히 자상하게 답변해 주고 함께
고민을 하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년간 그런 역사를 축적해 온 분들이 갑자기 텃세를 부리며
"엄청난 오디오 기기를 가진 대가  한사람"을 이지메하는 나쁜 사람들로 매도됩니다.

이건 본말이 전도된 겁니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에서 "비싸고 좋은 기기를 많이 갖고 있는 하이엔드한 외로운 사람"과
"이를 질투하는 음악도 잘 모르는 패거리"의 문제로 치환되어 버렸습니다.

오랜 동안 보리밥에 김치뿐이지만 정성껏 밥을 해주던 엄마는 "아빠의 새 여자친구를 구박하는 나쁜 사람"이 되고 비싼 외제차에 고급 식당에서 외식만 시켜주는 "처음 만난 아줌마"는 박해받는 희생자가 되버린 겁니다.

비유가 지나치다고요? 비유입니다. 그냥.

어떤 분은 "자석이 열을 받으면 변화가 당연한데, 자력이 강해질수도 있지 왜 트집이냐?"라고
주장하십니다. 30년 해보고 그렇다는 데 왜 트집이냐고 말합니다.

만약 그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미니 컴포넌트로 음악 듣는 분이 했는데도 역시 "그럴 수 있다."고 하시겠습니까? 수 억원대 오디오를 쓰는 분이면 1+1=3이라고 주장해도
"너무 수학 공식에 얽매이면 예술을 이해 못한다."고 궤변을 늘어놓아도 인정합니까?
오디오계에도 사대주의가 있습니까?

마크 레빈슨과 아는 사람이면 실수도 절대 안 하고, 실수를 해도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저는 절대로 "실수"를 탓하지 않습니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탓합니다.

저도 장선생님이 지금 이 논쟁에 참여하고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오디오 경력이 충실하고
갖고 경험과 지식이 높은 수준일 것이라는 데 의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런 분일수록 "혹시 있을 수 있는 실수나, 독선적 견해"에 대해서 유연하고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오류에 대해, 예를 들어...
"자석이 열을 받으면 강해진다는 것은 무리한 말이었고, 스파이더와 에지가 에이징 되어서
음이 강하고 선명해 지는 것이 맞습니다."라고만 인정했다면 논란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러나 장선생님은 그러기는커녕 하이엔드 사진쇼를 보여주고는
"당신도 나처럼 경험을 쌓으면 알게 될 거요!"로 일관했습니다.

의사가 의료과실 저질러 놓고, 외국에서 받은 학위증 주아 펴 놓고 "아무 소리 말라!"고
하는 식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 글은 전부 지웠습니다. 이 글도 며칠 내에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