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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명관과 저렴하고 흔한 관마음 속의 선입견이 좌우

by 윤영진 posted Mar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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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겉멋이 들어서,
웬만한 저렴하고 흔한 출력관으로는
앰프를 만들지 않고,
특히 방렬관은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속물근성에 스스로 반성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앰프들을 보고 듣고,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일관된 공통점을 봤습니다.

출력관의 가격이나 명성이 앰프 제작에 소요되는
여타 부품의 질적 수준을 미리 고정시켜버린다는 것입니다.

예로, ED, PX4, AD1, RE604… 등으로 앰프를 제작한다 하면,
우선 전단 증폭관으로 값싼 것을 쓰지는 않습니다.
출력관 격에 맞춰서 10-30만 원 정도 되는 고전관들을
골라 쓰게 마련입니다.

출력트랜스포머도 저렴한 국산 중에서 쓰지 않습니다.
내부의 캐파시터나 저항 하나를 써도 고급으로 그레이드를 맞춥니다.
정류관도 비싼 거로 쓰고…

그러나 흔하고 저렴한 출력관으로 만든다고 하면
은연중에 모든 부품의 품질도 그와 비슷한 수준에
맞추게 됩니다.

6V6 싱글앰프를 만들면서 파트리지 등의 100만원 이상 가는
출력트랜스포머 쓴 케이스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전단 증폭관도 그냥 중국산, 미국산 12AX7 같은 정도로 쓰고…

아무리 6V6이나 EL84 같은 관이 좋은 관이라 해도
함께 사용되는 부품류들이 질이 낮으면
종합적인 최종 음질은 그냥 그 수준이 될 뿐입니다.

오래 전에 습작으로  6V6 싱글앰프 한 대 만들 때 기억이 나는데…

모든 트랜스포머를 국산 중에서도 중급 정도로 했고,
모든 부품을 다 저렴한 것으로 했습니다.

심지어 캐소드 바이패스 캐파시터를 다는데도
좀 망설이다가 쉽게 전해캐파시터를 달았습니다.

부품 박스에 적당한 은탄탈 캐파시터나 필름 캐파시터들이
쓰고 남을 정도로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제 마음 속에서 “6V6 정도의 관에 은탄탈까지 달 필요 있냐?”는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고 소리를 들으며,
“역시 6V6 수준의 소리가 나는구나!”

라고 쉬 평가를 내리고 처박아둔 채 잘 듣지 않습니다.


최근 245 싱글파워를 만들면서,
그보다 고가의 유럽 고전관들로 앰프를 만들 때보다
더 신경을 써서 트랜스포머와 부품들을
고급으로 만들어봤습니다.

플레이트, 쵸크에 그리드 쵸크까지 쓰고,
입력 트랜스포머와 출력트랜스포머는 모두
니켈 코어로 된 것을 달았습니다.

심지어는 전원 필터 단, 마지막 단에는
상당히 값이 비싼 MKP급의 22uF 필름캐파시터를
양쪽에 하나씩 달았습니다.

저항 하나를 써도 고급으로 신경써서 골라서....

그랬더니, 역시 좋은 음으로 답을 하더군요.
그보다 더 고가의 유럽 고전관들로 만든 앰프와 비교해서
나으면 낫지, 못하지 않은 좋은 소리를 냅니다.

특히 출력관보다 값이 비싼 WE 244A로 드라이브를 하니
음이 한층 좋아집니다.

신데렐라가 낡고 헤진 옷을 입고 얼굴에 때 묻히고
있을 때는 눈에 안 띄다가,
멋진 드레스를 입고 말끔히 화장을 한 채
무도회에 가서는 미모가 빛을 발한 것처럼,

대부분의 값 싼 출력관들이 싸고 흔하다는 이유로
대접을 소홀히 받는 측면이 있더군요.


그래서 다음에는 6V6류의 저렴한 출력관으로
고급 트랜스포머와 고급 부품을 써서 앰프를 한 대 만들어볼까 합니다.

그만한 대접을 안 해주고 결과가 신통하지 않다고
타박을 했던 어리석음을 많이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