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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일렉트릭197A를 능가하는 프리아웃트랜스???

by 항아리 posted Apr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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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아웃 트랜스의 최고봉은 웨스턴 일렉트릭의 197A라는 데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트랜스 아웃 형 프리앰프에 관심이 있고, 그 미덕을 조금이라도 맛본 동호인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트랜스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죽어도 197A를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누구나 공인하는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197A가 최고인 줄은
너무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놈이 메일 주소까지 교환하는 가운데 물었습니다.
왜 한메일이나 네이버 메일이 아니고 엠파스 메일을 쓰느냐?
역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때 다음이 최고였고 지금은 네이버가 최고며 엠파스는 단
한번도 최고 근처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 친구놈이었습니다.
너 답다...
녀석은 바로 이해했습니다.

197A를 포함한 몇 안되는 쓸만한 웨스턴 일렉트릭 트랜스들의 특징은 일단,
목소리가 따로 놉니다.
어떤 복잡한 연주가 연주되어도 사람 목소리가 끼어들면 신기할 정도로 목소리만
연주들에서 완전히 분리가 됩니다.
그 음성 해상도는 다른 트랜스들이 근본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결국 중역대의 해상도가 발군이라는 뜻인데, 그것이 결국 가장 사실적인 소리를 내는
이유가 됩니다.
그 사실적인 소리가 곧 감동이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옛스러운 맛까지 보태져 있으니 오디오 취미적인 청각의 방향이 올바로
잡힌 동호인이라면 환장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친구처럼 지내는 어느 트랜스 전문가 앞에서, 불도저 옆에서 삽질하듯 잘난 체를 한
적이 있습니다.
197A 소리를 여러 번 들어보니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뉘앙스와 음감, 소리결의 특징들이
소다슨 트랜스들 비슷한 것 같다. 혹시 197A는 소다슨 트랜스에서 납품한 것이 아닐까?
일단 비웃음을 대답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느낌이 포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너는 전문가니까 어떤 트랜스 업체에서 납품했는지 알거나, 아니면 어떤 트랜스
업체인 것 같다는 짐작이라도 하느냐? 말해 봐라.
다시 돌아온 대답은,
나도 모른다, 였습니다.

위 자작앰프에 새롭게 박힌 트랜스가 소다슨 트랜스입니다.
친구나 다름없는 튜브링크 이승재씨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이전부터 느껴온 느낌의 연장선상에서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197A는 쓰지 않더라도 197A만한 놈이라면 언제든지 쓴다는 게 제 정신상태입니다.
스펙은 다르지만 일단 외관부터 다른 프리아웃 트랜스들을 압도해 버리는 197A 보다
크기와 무게가 더합니다.
그래서 프리아웃용 트랜스로는 좀 크다 싶지만, 1차 8K 30mA 2차 600옴 스펙은 어차피
다른 용도로 쓸 데도 없는 트랜스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놈'에다가  '조금도 유명하지 않은 놈'
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아웃트를 추호의 주저함 없이 뽑아 버리고 그 자리를 조금 더 넓혀 박은 후,
연결해서 들어보고는 혹시나 하던 예감이 그럼 그렇지, 하는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아직 왜 그토록 중요하게들 취급하는지 알지 못하는 20~20,000Hz에 더욱 무관심해지게
만드는 소리의 생명력,
가장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목소리와 악기들의 완전한 분리,
바로 옆에서 비벼대는 듯한 질박한 음감,
게다가 마력적으로 청신경을 유혹하는 고풍스런 뉘앙스...
'진공관과 부품, 회로를 제대로 붙여준 197A'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적인 전율과 감동이
운 좋게도 느닷없이, 갑작스럽게 다시 재현되는 아찔한 경험...

역시 운입니다.
어차피 현대적인 것들에는 진작 관심을 잃은 것도 모자라 염증까지 느껴서 지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난 것들에게서 파먹을 게 오히려 무궁무진한 걸 눈치채고 틈나는대로
이리 파고 저리 파왔는데,
돌이켜 보면 금덩이를 건지는 건 순전히 운의 작용인 것 같습니다.

자금 문제 이전에, 일단은 타고난 성격 때문에 197A를 고려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그 소리가 존재하는 줄 뻔히 알면서 차선 내지는 그 아래에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는데,
아마도 오디오 신이 있어서 그런 제 운명을 가엾게 여겨 운을 던져준 것도 같습니다.

게시판에 글이라도 긁적이고 나니까 정신이 좀 드네요.

그런데 오래된 부품들에 환장한지 5년이 넘어가는 동안 처음 본 트랜스가 부품정보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