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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부 콘덴서에 대한 독선적 의견

by 윤영진 posted Aug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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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화 MF형도 필름타잎입니다. 따라서 먼저 40uF짜리를 썼었다면, 문도르프를 같이 40uF짜리로 같은 용량을 썼다면 음이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앞에서 몇 분이 말씀하셨지만, 용량을 100uF으로 올림에 따라 전압도 올라가 음이 강해지고, 저역도 부풀었을 겁니다.

* 전원 필터용으로도 필름 타잎이 가장 좋습니다. 전에는 주로 전해를 썼던 것이 전해가 전원 필터에 가장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필름 콘덴서가 용량 큰 것이 없었고, 값이 비쌌고, 크기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 최근 필름 콘덴서 공법이 발달해서, 크기도 점차 작아지고 용량이 큰 것이 많이 나오고, 값도 많이 싸졌습니다. 따라서 전원부 전체를 필름으로 하는 것도 가능해 졌습니다.

* 필름 콘덴서를 사용하면 일단 고주파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 고역 노이즈 같은 것이 대폭 줄고, 충방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음이 깨끗해지고 해상력과 댐핑도 좋아집니다. 특히 소용량 콘덴서를 다병렬로 사용할수록 이런 특성은 더욱 강화됩니다.

* 최근 일제 블랙 게이트 같은 콘덴서가 자랑하는 것이 "고주파 임피던스를 낮추고, 충방전 속도를 높이고, 리케이지를 낮추고...."하는데, 이 소리들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소리 아닙니까? 바로 교과서에서 필름 콘덴서의 특징을 설명할 때 하는 소리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블랙 게이트가 필름 콘덴서를 근사하게 흉내는 내지만 결단코 그 품질 특성을 '초월'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데 값은 필름 콘덴서보다 비쌉니다. 아이러니 아닐 수 없습니다.

* 필름 콘덴서를 전원부에 사용하면 음이 너무 깨끗해져서 빈티지 맛이 안 난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이것은 취향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견해로 보입니다. 빈티지 맛은 결코 흐리고 멍텅하고 벙벙한 소리가 이니기 때문입니다.

* 빈티지 소리에도 "고급 소리"가 있고, "저급 소리"가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초기 WE 제품에서 나오는 소리가 "고급 빈티지 소리" 이고 이후 대충 반든 빈티지 기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냥 "빈티지 소리"입니다.

* 초기 WE에서 만든 앰프들을 보면 전해 콘덴서의 사용은 찾기 힘듭니다. 전원부 설계가 매우 까다롭고 엄격합니다. 좋은 전원트랜스와 쵸크 코일, 오일 콘덴서 등을 사용해서 전원부를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고급 빈티지 소리"는 결코 흐리고 텁텁하고 멍텅하지 않습니다.

* 자주 말하는 빈티지 맛이라고 하는 '두터운 소리'는 "맑고 올이 굵은 소리"로서, 전해 콘덴서들을 대용량으로 사용해선 만들기 힘든 소리입니다.

* 필름 콘덴서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전원 필터로 가장 좋은 소자이지만, 여기서 나오는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일 콘덴서를 권장합니다.

* 마란츠나 매킨토시, 알텍 등 익숙한 진공관 앰프에 전해 콘덴서가 사용되었으니, 막연히 전해 콘덴서가 진공관 앰프의 전원부에 최고의 부품이라고 하는 막연한 견해가 보편적으로 굳어졌습니다. 일종의 관습적 관념화라고 보입니다. 그냥 값 싸고, 작고, 용량 크게 만들기 쉬워서 쓴 겁니다.

* "전원부 콘덴서는 최종단 음질에 영향이 없거나 무시할 수준이다"라는 소위 메이커 전문가들의 말이 오랜 동안 통용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전에 거의 집착 수준으로 자신들의 기기에 전해 콘덴서를 안 쓰려고 몸부림을 쳤던 WE의 당시 세계 최고의 오디오 전문가들은 모두 바보였다는 얘기입니다.

* 더욱 큰 문제는 전해 콘덴서의 수명입니다. 일컬어 미제 좋은 전해 콘덴서는 20-30년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이것도 미신 비슷합니다. 여기서 괜찮다는 의미는 아마 측정기로 재서 직류가 넘어가지 않거나 누설이 있어도 봐줄만한 수준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더해서 용량이 본래 용량에서 아주 많이 변하지 않은 수준.... 그러나 전해 콘덴서는 여유 있는 정격을 걸어서 사용해도 1,000-3,000 시간 정도 되면 맛이 갑니다. 특히 충방전 속도 등에서는 아주 나빠집니다. 이런 전해 콘덴서들이 달린 빈티지 앰프의 소리를 익숙하게 듣다보면, "맥 빠지고 멍텅하게 변질된 소리"를 자칫 "빈티지적인 특징 있는 소리"로 생각할 수 있고, 부품을 교체할 때도 "평소 귀에 익은 소리와 가장 근사한 소리"를 내는 부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진공관은 세상 어느 소자보다도 투명하고 빠르고 강렬한 음을 내 줄 수 있는 소자입니다. 이걸 어떻게 전압과 전류를 걸어주고, 회로 구성을 어떻게 하고, 트랜스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부드럽게도 강하게도, 빠르게도 느리게도 음색을 잡아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과 달리 전원부에서 B전원이 느리고 멍텅하게 공급되는 데서 야기된 음의 특성은 결코 진공관의 본래 음 특징도 아니고 '빈티지 특징'도 아닙니다.

* 물론 전해 콘덴서를 사용해서도 최종적인 음을 "빠르고 맑고 투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지무지 숙련된 고급 기술"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전원부 설계와 어스 설계를 아주 잘하고, 쵸크 코일을 아끼지 않고, 필터용 콘덴서 총용량을 아주 낮게 투입하고....  등등.... 그러나 이건 공평한 비교가 되기 힘들 겁니다.

* 청계천에서 파는 3-4천원짜리 노란색 필름 콘덴서가, 아무리 NOS라고 해도  30-40년 전에 제작된 스프라그니 뭐니 하는 고물 전해 콘덴서(2만원 이상 거래되는 걸로 들었음)보다 훨씬 앰프에서 좋은 성능을 냅니다.

* 문제는 전해 콘덴서들이 보기 좋게 앰프 외부에 노출된 빈티지 앰프들입니다. 이걸 모양이 다른 신제품으로 교체를 하면 우선 스타일이 망가지고, 중고 거래가가 망가집니다. 아마 이런 점도 현실적인 장애 요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