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지한(甁凍知寒)/김선호
성에 낀 창문 비껴 넘어오는 어둠
술잔이 비고 그림자 진다
강따라 늙은 소나무 늘어서 있고
살얼음 아래 강물이 달린다
물과 물 다투지않는 두물머리
얼음 치고 흐르는 마른 달빛
눈내린 언덕에 산새 끝없이 운다
추위는 늙어 흰머리로 돌아오고
주막에 옛주인 간데 없다
다시 찾은 옛집 담장은 허물어져
주저앉은 기와에 흰 눈 가득하다
마당을 배회하는 구름 그림자
밤 깊어 빗장 지르는 스님
달 이울어 늙은 용이 운다
하얀 국화꽃 시들어 다시 피지 못하고
흰 눈 위로 차갑게 떨어진다
병이 얼어야 겨울 오는 줄 알까
조각구름 처마 밑에 잠 청하고
근심에 발 시려워 신선도 늙는다
이백이 내일 머리 풀고 뱃놀이 간다는데
꿈에나 졸졸 따라가 볼까
소전에서 이런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아침입니다
머리풀고 뱃놀이 가실 때
꿈으로 따라 나서지 마시고 건강하시어
직접 창파에 내려 앉은 하늘 노를 저어 신선처럼 노시다가 돌아 오시길 바랍니다.